7월 6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베를린 스타일로 재탄생한 음악
지난 7월 6일 대구콘서트하우스의 명연주 시리즈로 무대에 오른 베를린 필 12첼리스트(이하 12첼리스트). 2012년 7월 계명아트센터 공연 이후 ‘파리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라는 부제로 4년 만에 다시 대구를 찾았다.
이 실내악단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1972년 당시 첼로 파트의 단원이던 루돌프 바인스하이머의 착안으로 시작됐다. 이들은 라디오 방송을 위해 클렝겔의 ‘12대의 첼로를 위한 찬가’를 함께 녹음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74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첫 연주회를 열었으며, 언론과 청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원동력 삼아 정기적인 투어를 시작했다.
이들은 1978년 독일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당시 유행하던 ‘St. Louis Blues’와 비틀스 ‘Yesterday’를 포함한 최신 음악들을 첼로 앙상블로 편곡하여 LP 음반을 만들었고, 이 음반은 필자도 1970년대 말 학창 시절 구입하여 아직도 소장하고 있으며, 세기적인 명 음반이 됐다. 그 이후 전통 클래식 음악에서부터 재즈와 대중음악에 이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지속적으로 진화해왔다.
유럽을 대표하는 현악 앙상블로는 이탈리아의 이 무지치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이 두 단체의 성격은 완전히 구별된다. 이 무지치가 전통에 집착한다면, 12첼리스트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르며 클래식 음악 안에서 대중성을 추구하고, 이 무지치가 독립 단체인데 비해 12첼리스트는 베를린 필하모닉이라는 거대 조직 속에서 독립된 앙상블을 유지한다. 그리고 이 무지치가 늘 이탈리아적 전통을 표방하고 있어서 식상한 이미지 극복에 고심하는 반면 12첼리스트는 대중취향적 진화를 하는 매력이 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훌륭한 공간 울림을 갖춘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과 그들의 음악적 하모니가 어우러져 큰 성과를 올렸다. 그들은 “우리집(베를린 필하모니홀) 같다!”라 표현할 정도로 편안하게 연주했고, 객석의 호응 또한 무척 높았다.
전반부에는 장 프랑세의 ‘아침’, 가브리엘 포레의 모음곡 ‘돌리’ 중 ‘자장가’를 비롯한 프랑스 음악이 연주됐으며, 2부에서는 피아졸라의 음악을 비롯한 탱고 음악들이 연주됐다. 옆자리에서 감상한 바이올리니스트 평태식(영남대 명예교수)이 “현의 비브라토가 똑같아 12명이 돌아가면서 솔로와 합주를 이어가도 누가 솔로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했을 만큼 일치된 호흡이 돋보였다. 또한 단일 악기 편성이라 사뭇 지루해질 수 있는 단점을 잊게 하는 탁월한 편곡 능력을 보여주었다. 첼로 앙상블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연주법과 특수 기법이 자연스레 음악 속에 녹아 있었다.
특히 기분 좋았던 것은, 프랑스 음악이나 탱고 음악이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완벽하게 베를린 스타일로 재탄생한 점이다. 그들의 프랑스 음악은 모체만 프랑스였지 울림은 베를린의 것이었고, 탱고 음악 역시 그 분위기를 가지고는 있었으나 순수한 탱고보다는 클래식 탱고를 느끼게 했다. 베를린 필 12첼리스트 공연은 올해의 명연주 시리즈의 백미였다.
사진 대구콘서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