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코리안심포니 ‘오케코레오그래피’

현대무용과 오케스트라의 의미 있는 만남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1월 1일 12:00 오전

10월 7~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국립현대무용단은 올해 ‘접속과 발화’라는 굵직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 기획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7~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 국립현대무용단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오케코레오그래피’ 역시 이러한 방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오케코레오그래피’는 ‘관현악 편곡(Orchestration)’과 ‘안무(Choreography)’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연주와 춤이 함께한다는 의미다.

최근 창작 춤의 주도적 경향을 컨템퍼러리 댄스(Contemporary Dance)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주요 특질은 두 개 이상의 분야가 만나 충돌 속에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창작을 실현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현대무용과 오케스트라 연주가 상호작용하는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구모영의 지휘에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등 7명의 현악 연주자가 연주하는 가운데 중견 현대무용가 이해준과 정수동이 각각 ‘리플렉션(Reflection)’과 ‘다이브(Dive)’란 작품을 발표했다.

라이브로 연주된 음악은 미국의 대표적인 포스트모던 미니멀리스트인 존 애덤스의 ‘셰이커 룹스(Shaker Loops)’로서, 차례로 전개되는 이해준의 ‘리플렉션’과 정수동의 ‘다이브’에 똑같이 반복되었다. 한 음악이 서로 다른 춤에 따라 얼마만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자에서 상대적으로 진지하고 묵직하게 들렸다면, 후자에서는 좀 더 경쾌하고 위트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음이 잘게 이어지면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는 미니멀리즘 음악을 선택한 것이 상당히 적절했다.

이해준의 ‘리플렉션’은 랭보의 시 ‘영원’을 모티브로 하여 충격과 격정 속에 생동하는 움직임을 그려나간다. 이미 예술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류석훈과 안영준을 투톱으로 세워놓았는데 이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둘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각자의 춤을 전개했으며, 나머지 여성 무용수들은 각각의 춤에 맞춰나가기 바빠 보였다. 그녀들은 류석훈과 출 때면 그에게 동화되어 분절적인 움직임을 펼치고, 안영준과 출 때면 그와 협력하여 조형적인 움직임을 펼쳤다. 물론 각자 독립된 춤은 익히 알려진 대로 수준급이었다.

정수동의 ‘다이브’는 ‘물속에 뛰어들다’라는 본연의 의미와 함께 ‘싸구려 술집’이라는 속어까지 포괄하고 있다. 여기서 여섯 명의 무용수는 알 수 없는 심연 같은 어딘가로 뛰어드는 몸짓을 주도적으로 전개한다. 이를 젊은 무용수들답게 자유롭고 경쾌하게, 또 개성 있고 위트 있게 표현했다. 정수동의 안무적 통제는 처음과 마지막에 강하게 감지할 수 있었으며, 중간 부분은 흐름의 큰 틀을 잡아놓고 세부적으로 무용수들의 춤 역량에 기댄 인상이다. 안무가의 힘이 강하게 느껴질수록 흥미로웠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현대무용 작품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라이브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게다가 소극장 공연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국립현대무용단과 코리안심포니의 컬래버레이션은 그 자체로 신선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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