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신화’ 전시회

통념을 깬, 유머 가득한 퍼포먼스의 향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1월 1일 12:00 오전


▲ ⓒAndy Warhol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진정한 욕구와 욕망을 알지 못한 채, 타인들의 욕구와 욕망을 부러워하면서 살아가는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정신은 온통 외부 세계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내면이 얼마나 풍부한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베토벤은 자신의 내면에 가장 깊이 들어간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청각을 잃은 것은 그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지만, 인류에게는 더없이 풍요로운 일이었다. 만일 삶의 어려운 시기를 베토벤의 후기 작품들, 특히 현악 4중주의 느린 악장들을 들으면서 위로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음악들이 도대체 어떻게 쓰일 수 있었고, 어디서 올 수 있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서 우리의 내면에도 우주가 존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그가 창작의 순간에 함께했을 혼돈·고독·고통을 견뎌냈음을 우리는 높이 평가할 따름이다.


▲ ⓒSoura Art-ADAGP Paris

파리 필하모니의 미술관에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신화’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는 전시회는 불멸성과 세계성을 완전하게 획득한 ‘루트비히 판’의 모습을 다양한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인류의 정신에 불꽃을 가져다준 베토벤은 이미 살아 있을 때부터 혁명적인 존재였고,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었던 그의 장례식은 베토벤이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전조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신약성경이 된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파리 필하모니 측은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젊은 세대와 어린 세대를 좀 더 생각한 것 같다. 실제로 어린이 가운데는 베토벤을 영화를 통해 본 ‘커다란 개’의 이름으로 기억하는 이도 많다. 그러니 기성세대가 할 일은 여전히 많다. 아무리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연말이면 전 세계에서 울려 퍼져도, ‘엘리제를 위하여’가 피아노를 배우는 이들에게 가장 연주하고 싶은 곡 가운데 하나여도, 베토벤의 정신을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 ⓒBeethoven Haus Bonn

전시장에는 그가 1802년에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쓴 유서의 친필과 자필 악보들을 볼 수 있었고, 앙투안 부르델 등이 제작한 베토벤의 흉상들과 앤디 워홀이 재해석한 베토벤의 초상화 등을 볼 수 있었다. 파리 필하모니 측은 음악 애호가들이 베토벤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의 범주를 벗어나는 조형 작품들도 다양하게 수용했다. 백남준이 제작한 ‘베토벤’이 전시회장의 출구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기도 했다. 화가들과 조각가, 그리고 다른 후대와 현대의 작곡가들과 조형 예술가들이 해석하고, 재해석하는 베토벤에는 나름 공통분모가 있어 보였다. 베토벤은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하는 초인적 존재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레스토랑에서 느긋하게 식사하면서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수는 없다. 그의 음악 속에도 한없는 부드러움이 있지만, 그는 일어나라고, 종용하고 외친다.


▲ ⓒCourtesy of John Baldessari

전시회는 10월 14일에 시작되었고, 내년 1월 29일까지 계속된다. 10월 16일 일요일에 전시회장을 찾았는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관람이 많아 보였지만, 혼자서 전시장을 찾은 젊은이들도 적지 않았다. 지구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베토벤의 존재와 그의 음악이 불멸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 역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다.

파리 필하모니에서는 전시회 기간 동안 베토벤의 음악을 끊임없이 들을 수 있다. 파리 필하모니의 상주 오케스트라인 파리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프로그램 삼아 연주회를 열고, 몇몇 피아노포르테 연주자들이 피아노포르테로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을 나누어 연주하게 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연주자와 오케스트라가 연말까지 ‘루트비히 판’의 음악들을 파리 필하모니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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