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기 ‘침향무’ VS 숙명 가야금연주단 ‘For You’

황병기 가야금 작품집 Vol. 1 ‘침향무’ vs 숙명가야금연주단 베스트 컬렉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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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9월 4일 12:00 오전

평론가·칼럼니스트 추천 테마 음반

 

국악음반에도 스테디셀러가 있다?

창작국악음반 ‘침향무’와 기타국악음반 ‘For You’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란 도서 분야에 한정되어 사용하는 용어로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판매되는 책을 지칭한다. 지금은 도서 외에 다른 분야에서도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대중가요, 고전음악, 국악음반 분야에서도 꾸준히 잘 팔리는 음반을 스테디셀러로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 국악음반에서 스테디셀러라고 하더라도 그 판매 수량이 대중가요에 비해 미미하나 국악음반 분야에서만 키 재기를 한다면 국악음반에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있다. 공식적인 판매량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필자가 거래하는 음반점과 인터넷쇼핑몰에서 스테디셀러로 항상 이 2장의 음반이 언급되어 왔다.

 

이달의 추천 음반 ❶ Byungki Hwang Kayageum Masterpieces Vol. 1 ‘침향무’ 녹음 : 1978년 녹음 C & L Music / 2001년 출반 ❷ 숙명가야금연주단 베스트컬렉션 2006 ‘For You’ 녹음 : 2006년 3월 13 ~ 4월 11일 및 이전 서울음반 / 2006년 출반

 

국악음반 최고의 스테디셀러인 ‘침향무’

1978년 성음에서 ‘황병기 가야금 작품집’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출반된 첫 LP음반이었다. 이 음반에는 황병기 교수의 최초의 가야금 독주곡이자 우리 음악사상 최초의 창작가야금 작품 ‘숲’(1963년), 동년에 작곡된 ‘가을’, 석류나무가 있는 궁궐같은 어느 고옥에 대한 동심어린 환상의 세계를 그린 ‘석류집’(1965년), 63년 ‘가을’에 이은 아지랑이 향긋한 ‘봄’(1967년), 우륵이 사랑한 신라시대 고을을 의미하는 ‘가라도’(1968년), 서역적인 것과 향토적인 것을 조화한 문제작 ‘침향무’(1974년) 등, 1963년부터 1974년까지 11년 사이에 작곡된 6곡이 수록되어 있다.

1979년에는 ‘황병기 제2가야금 작품집 비단길’, 1984년에는 ‘황병기 제3작품집 미궁’이 LP 음반으로 출반됐으며, 1987년에는 ‘성음’에서 1·2집에서 발췌한 음원을 모아 CD 음반으로 ‘황병기 가야금 창작곡집’을 출반하고, 4집인 ‘황병기 제4가야금작품집 밤의 소리’는 1993년에 CD 음반으로만 출반하였다. 4집을 출반하면서 이전의 1·2·3집도 한데 묶어 CD 음반으로 발매했다.

2001년에는 C&L Music에서 동일한 음원을 96Khz/24Bit로 리마스터링하고 트랙을 세분하고 해설서(영어·불어·일본어)를 보완하여 ‘황병기 가야금 작품집 Vol. 1-4’와 황병기 명인이 1965년 하와이에서 녹음한 음원으로 ‘황병기 초기녹음집 가야금’이라는 이름으로 5장의 음반을 출반하였다. 이 때 1집을 음반에 수록된 창작곡 ‘침향무’를 음반명으로 사용하였다. 서울 출생인 황병기 명인(1936~2018)은 1952년 부산에서 처음으로 가야금을 익히기 시작하였다. 서울대학교 법대 출신으로 작곡과 연주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이루어 낸 입지적인 인물인 그는, 전통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탁월한 현대적인 감각으로 창작음악의 고전을 이루어내었다.

영롱하고 투명한 가야금의 신세계를 대중들에게 선사한 독보적인 작곡가이며 연주자였다. 그의 첫 작품이 세상에 나온 지 55년이 넘는 시점이지만, 국악도 작곡도 전공하지 않은 황병기의 작품에 필적할만한 가야금 작품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명인의 천재성을 가늠할 수 있다.

1978년 성음에서 출반된 황병기 명인의 국내 첫 LP 음반

그간 발매된 여러 음반 중 1집 ‘침향무’, 2집 ‘비단길’, 3집 ‘미궁’, 4집 ‘춘설’과 더불어 ‘초기 연주곡집 가야금’, 5장은 모두 국악음반으로는 스테디셀러에 속한다. 음질도 우수하고 음반도 고급스럽게 제작된 데다가 우리말과 영어·불어·일어로 번역된 자세한 해설서가 첨부되어 외국인에게 우리음악을 알리는 데에도 용이하다. 5장의 음반 중에 선두를 달리는 음반은 단연 1집 ‘침향무’로, 모든 국악음반 중에서 최고라 손꼽힌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베스트를 모은 ‘For You’

숙명가야금연주단은 국내 최초의 가야금오케스트라로 1999년에 창단되었다. 전통음악과 현대의 개량가야금 음악, 가야금 병창 등 가야금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가야금 전문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힘을 모은 단체다. 또 연주단 활동을 통한 전문 연주 기회를 경험하고, 아울러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야금 음악의 세계를 국악계 또는 문화계의 한 중심에 서기 위해서 가야금 연주인들의 열정을 결집한 가야금 연주단이다. 해마다 100여회의 공연을 소화하고 있으며, 세계무대에서의 이들의 활약은 국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때는 b-boy와의 합동 무대로 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받기도 했으며 TV 광고에도 등장하여 국민가야금연주단으로서의 꿈을 이뤄나가는 연주단이기도 하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은 음반작업에도 열심이다. 창단된 후 이듬해인 2000년에 ‘숙명가야금연주단 1집’을 출반하고, 2집 ‘가야송’을 2001년에, 3집 ‘가야금의 신세계’를 2003년에, 4집 ‘오리엔탈 무드 오브 가야금’을, 5집 ‘러블리 가야금’을 2006년에 출반했다. 그 중 기존의 음반에서 대표 레퍼토리를 발췌하고 새로운 곡을 녹음하여 ‘The Korean’s Favorites Gayageum Melodies’라는 이름으로 6집을 출반하였다.

이 음반에는 비틀즈와 가야금이 만났을 때(Hey Jude/Ob-La-Di, Ob-La-Da / Let it be / I want to hold your hand), 남미에서(키싸스 키싸스 키쌰스 / 사랑의 역사), 러시안 로망스(아무르 강의 물결 / 카츄샤), 한국인의 소리마을(초소의 봄 / 18현과 25현을 위한 아리랑 / 25현 가야금 변주곡 도라지), Classic in Kayageum(비발디 사계 중 겨울 2악장 / 캐논변주곡) 등 모두 13곡이 수록되어 있다. 귀에 익숙한 음악들을 누구라도 들으면 편안하게 가야금 연주로 탄생시킨 것이다. 이 음반을 듣고 가야금의 매력에 반해 국악에 입문한 분도 있다.

연주단은 2017년 9집 음반을 출반하였으며, 별도로 2007년에는 신곡모음 1집 ·2집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출반하고, 2011년에는 태교와 관련된 ‘달콤한 하품을 위한 가야금 선율’을 DVD로 발매했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음반 중에서는 6집 가 대중들의 사랑을 제일 많이 받고 있으며 2번째로 태교음반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황병기 명인의 음반과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음반

국악음반은 영산회상·산조·가야금·민요·정가 등이 수록된 전통국악음반과 새로이 작곡되어 출반하는 창작국악음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잘 판매되는 음반은 창작국악 분야지만, 소량이라도 꾸준히 판매되는 음반은 전통국악을 담은 음반이다. 국악을 전공하거나 연주자의 길로 나서는 사람이 먼저 찾는 음반은 전통국악음반이기 때문이다.

창작국악음반은 출반될 때 반짝 판매되다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히곤 한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음반은 엄밀히 말하면 국악음반이 아니다. 가야금이 우리 악기이고 단원들이 국악을 전공한 연주자이기 때문에 국악음반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음반점이나 음반쇼핑몰에서도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음반들은 국악음반으로 분류하고 있고, 대중도 숙명가야금연주단을 국악연주단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필자는 이런 종류의 음반을 위해 ‘기타국악음반’이라는 분류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황병기 명인의 ‘침향무’는 창작국악음반이고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음반은 기타국악음반이다.

 

국악음반의 스테디셀러가 계속될 수 있을까?

CD 음반은 사양길에 든 음악매체이다, 현재 국악음반은 최소 제작량이 500매이다. 2~3년 전에는 1,000매 이었다가 지금은 500매이다. 10년 동안 500매를 판매하지 못하는 국악음반이 부지기수다. 이제 디지털음반(음원사이트에 올리는 음악)이 대세이다. 지금은 국악연주자들도 CD 음반을 제작하기 보다는 음원사이트를 통해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1·2곡을 소개하기에는 디지털 음반이 훨씬 편리하고 비용면에서도 아주 경제적이다. 디지털 음반도 다운로드 수를 계산하여 스테디셀러 음반이 아닌 스테디셀러 음악을 선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우리가 음반을 구입해서 눈으로 보는 소유 개념의 스테디셀러는 아닌 것 같다.

서울음반에서 출반된 음반은 제작회사도 바뀌고 바뀌어 현재는 카카오엠이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국악음반에서는 스테디셀러라고 하지만, 대기업인 ‘카카오엠’에서 계속 출반할지는 미지수이다. 음반이 계속 출반되지 않으면 지금 의미의 스테디셀러는 계속될 수 없는 것이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입장에서도 그들의 음악들이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해 거의 다 제공하고 있으니 CD 음반 출반이 이전과 같이 매력적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국악 CD 음반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앞으로 국악음반에서 스테디셀러를 선정하는 작업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글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이 세상에서 국악CD 음반(www.gugakcd.kr)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이다. 10년 넘게 국악FM방송에서 ‘정창관의 음반에 담긴 소리향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1896년 7월 24일 한민족 최초의 음원을 재발굴하여 국내에 CD로 소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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