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RECORD
반짝이는 젊은 피아니스트
스크랴빈·스카를라티: 피아노 소나타
율리우스 아살(피아노)
DG 4865286
쇼팽: 연습곡 Opp.10&25
임윤찬(피아노)
Decca 4870122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피아니스트에게 ‘첫 음반’이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공표하는 일과 같다. ‘나’라는 음악가를 소개하는 첫 줄, 이들이 써 내려간 문장은 무엇일까?
물론 두 사람 모두 완전히 첫 음반은 아니다. 율리우스 아살(1997~)은 프로코피예프(IBS Classical) 음반이, 임윤찬(2004~)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음반이 발매됐다. 하지만 각자 음반사와 독점 계약을 맺은 후에는 첫 음반이다. 율리우스 아살은 DG와의 계약 후 스크랴빈과 스카를라티를 엮어낸 음반을 출시한다. 이전의 음반에서도 관현악 작품을 직접 발췌 및 편곡해 선보이며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었던 그는 이번 음반에서도 생소한 두 시대의 작곡가를 조명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 넣는다. 음반은 상반된 음색을 가진 두 대의 피아노로 녹음됐다.
임윤찬은 데카와의 전속 계약 후, 첫 음반 레퍼토리로 쇼팽의 연습곡 전곡을 들고 나왔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19~20세기 피아니스트로 알프레드 코르토·이그나츠 프리드만·요제프 레빈 등을 꼽은 그의 존경심이 담겼다. 서로 다른 24개의 조성으로 구성된 쇼팽의 연습곡은 테크닉은 물론, 연습곡을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쇼팽의 천재적 피아니즘이 빛나는 곡이다. 스타 피아니스트의 커리어에 들어선 임윤찬이 스물네 개의 연습곡을 어떤 관점에서 관통해 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음반이다. 허서현
고요한 밤에 감상하는 명작
밤이 오면
엘리나 가랑차(메조소프라노)/라파엘 퓨이야트레(기타)/라이몬츠 파울스(피아노)/
알브레히트 마이어(오보에)/맬컴 마티뉴(피아노)/베를린 음악 앙상블 외
DG 4864809
달로 가는 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집
라우라 반 데르 헤이든(첼로)/잼스 콜먼(피아노)
Chandos CHAN20274
고요한 밤이 찾아왔지만, 시끄러운 마음으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밤. 잠에 들기 위한 온갖 시도가 모두 소용이 없을 때, 밤을 그리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어지러운 머릿속을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타·피아노 등의 잔잔한 반주와 함께 들을 수 있는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의 목소리는 이 음반에서 더욱 사랑스럽다. 오페라 발성에서 조금 물러나 힘을 빼고 부르는 짧은 작품은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하기 좋다. 가랑차는 음반의 소개로 “개인 시간에 빠져드는 순간을 위한 노래이며, 특별한 저녁에 몰두하고 싶다면 이 작품들이 2~3분 만에 세상을 조율해줄 것”이라 말했다. 음반에는 R. 슈트라우스·훔퍼딩크·파야·베리오·슈베르트 등 다양한 작곡가의 소품이 담겨있다.
‘달로 가는 길’은 19세기 화가 윌리엄 토머스 호턴의 일러스트에 영감을 받아 두 아티스트가 협업한 작품이다. 2012년 BBC 올해의 젊은 음악가로 선정되며 이름을 알린 영국 첼리스트 라우라 반 데르 헤이든(1997~)과, 실내악·성악 듀오 연주로 호평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잼스 콜먼은 인류 문명이 달에 매혹된 순간에 만든 음악을 모았다. 인류의 첫 달 탐사인 1959년 이후 벤저민 브리튼이 쓴 첼로 소나타, 일본 현대음악의 거장 다케미쓰 토루의 ‘내일이 흐릴지, 맑을지 저는 궁금해요’를 포함하여, 니나 시몬의 재즈·블루스 등 다양한 음악을 만나 볼 수 있다. 이의정
화제의 신보
NEW & GOOD
로열 발레 ‘고집쟁이 딸’
카를로스 아코스타(콜라스), 마리아넬라 누네즈(리즈) 외/
로열 발레단·로열 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 프레드릭 애쉬튼(안무)
Opus Arte OABD7021D
2005년 실황. 날렵한 몸짓으로 각광받았던, 이제는 은퇴한 무용수 카를로스 아코스타와 현재도 로열 발레 수석무용수인 마리아넬라 누네즈의 파드되가 담긴 영상물이다. 엄마 시몬 역을 맡은 윌리엄의 코믹한 연기도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로열 발레의 상징적인 존재, 프레데릭 애쉬튼의 안무 버전(1960)으로, 2022년 국립발레단이 이 버전의 전막 발레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오늘날 사랑 받는 희극 발레의 진가를 확인하자.
파가니니·그리냐니·줄리아니 바이올린 소나타
레오니드 코간(바이올린)/ 표도로 루자노프(첼로)/ 알렉산더 이바노프 크람스코이(기타)
Melodiya SMELCD1000655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세 작곡가의 작품이 담겨 있다. 구소련에서 음악을 전수하던 훌륭한 세 연주자의 호흡을 감상할 수 있다. 2000년에 발매됐던 음반을 일본에서 리마스터링하여 기존의 아쉬웠던 음질을 충분히 보완했다. 파가니니 6개의 소나타 Op.2의 속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여 쾌감이 느껴질 정도. 그리냐니의 바이올린·첼로·기타를 위한 트리오는 독특한 편성이 주는 신선한 음색이 들려온다.
차이콥스키 ‘여자 마법사’
발렌틴 우류핀(지휘)/ 프랑크푸르트 오페라-무제움 오케스트라/
아스믹 그리고리안(나스타샤)/이안 맥네일(니키타 대공)/클라우디아 맹키(옙프락시아 대공비)/
알렉산더 미하일로프(유리 대공) 외/ 바실리 바르하토프(연출)
Naxos 2110768-69(2DVD), NBD0180V(Blu-ray)
차이콥스키는 ‘예브게니 오네긴’과 ‘스페이드의 여왕’을 포함해 총 11편의 오페라를 작곡했다. 이 작품은 이폴리 바실리예비치 슈파진스키(1848~1917)의 희곡을 원작으로, 1887년 11월 1일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했다. 고혹적인 나스타샤를 유혹하려는 니키타 대공과 그의 아내 옙프락시아 대공비, 나스타샤를 사랑하는 아들 유리 대공은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다. 소프라노 아스믹 그리고리안(1981~)이 나스타샤 역을 맡았다.
래틀: 베를린 시대
사이먼 래틀(지휘)/베를린 필하모닉
Warner Classics 5419768589(45CD)
카라얀과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후계자로서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끌었던 사이먼 래틀(1955~)이 베를린필과 남긴 EMI 녹음을 모은 한정판 전집이다. 음반에는 1994년 녹음한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부터 브람스 교향곡 전곡,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등 다양한 시대의 작품이 담겨있다. 교향곡·합창곡·오페라 등 래틀이 상임지휘자로 재직(2002~2018)하기 이전인 1994년부터 2012년까지 녹음한 명연주를 엄선해 선보인다.
부소니 ‘파우스트 박사’
코넬리우스 마이스터(지휘)/ 마기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오케스트라/
디트리히 헨셸(파우스트)/ 다니엘 브레나(메피스토펠레스) 외/
데이비드 리버모어(연출)
Dynamic 57998
이탈리아 작곡가 부소니가 직접 대본까지 쓴 독일어 오페라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가 아닌, 괴테가 참고했던 파우스트 전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점, 두 개의 프롤로그와 관현악 인터메조가 더해진 3막 구성이라는 점이 작품에 특별함을 더한다.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리버모어는 조명과 영상을 활용해 무대를 화려하게 꾸몄다. 파우스트 역으로 이름을 알린 바리톤 디트리히 헨셸이 다시 한번 파우스트 역을 맡았다.
닐센 ‘가면무도회’
티투스 엥겔(지휘)/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오케스트라/
모니카 벅코우스카(레오노라)/ 미하엘 포터(레안데르) 외/토비아스 크라처(연출)
Naxos NBD0174V
덴마크의 국민 오페라로 여겨지는 닐센 ‘가면무도회’가 현대적인 독일어 오페라로 탄생했다. 마르틴 베르거가 원문의 운율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표현을 가미해 새로운 대본을 만들었고, 토비아스 크라처는 이를 무대 위에서 화려하고 유쾌하게 연출했다. 테너 미하엘 포터와 소프라노 모니카 벅코우스카는 각각 가면무도회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진 두 남녀 레안데르와 레오노라 역을 소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