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신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3월 11일 8:00 오전

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피아노를 사랑한 미니멀리즘

 

 

사운드 스케이프

김경은(피아노)

Steinway & Sons STNS 30230

존 애덤스: 피아노 음악

예룬 판 페인·산드라 판 페인(피아노)

Brilliant Classics 90011(LP)

 

미니멀리즘의 매력은, 반복되는 단순함 속에서 상상을 펼칠 공간이 허용되는 것이다. 피아노는 이 장르에 애용되는 악기로, 미니멀리즘의 세계 속에서 그 음색은 따뜻하게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한없이 차가워진다.

김경은의 스타인웨이앤선즈(Steinway&Sons) 레이블 데뷔 음반인 ‘소리의 풍경(Sound Scape)’을 미니멀리즘의 작품을 포함한다. 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곡가 필립 글래스(1937~)의 ‘메터모포시스’ 1·2번이 수록됐으며, 다른 스타일의 현대음악인 코릴리아노(1938~)·브라이언 필드(1967~)의 작품도 함께 담겼다. 브라이언 필드의 ‘고통받는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열정’은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작품이며, 환경을 위해 이번 음반 또한 실물로는 제작하지 않았다. 김경은은 라벨의 마지막 제자인 블라도 페를뮈테르를 어린 시절 가까이에서 겪었고,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박사과정 논문을 통과했다. 현대 음악에 대한 연주자의 지대한 관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음반이다.

예룬 판 페인은 미니멀리즘 작품을 연주한 피아노 음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네덜란드의 피아니스트다. 필립 글래스 이후, 아르보 패르트·존 애덤스와 같이 독자적인 미니멀리즘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이들의 음악을 다수 연주해왔다. LP로 재발매된 이번 음반에는 존 애덤스(1947~)의 피아노 작품이 담겼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은 아내와 함께 연주했다. ‘서정적’ 미니멀리즘의 감수성을 물씬 느껴볼 수 있는 기회다.

허서현

 

핀란드의 남다른 지휘 혈통!

 

 

시벨리우스: 교향곡 4번 외

산투 마티아스 로우발리(지휘)/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Alpha Alpha1008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외

클라우스 메켈레(지휘)/파리 오케스트라

Decca 4870146

 

 

시벨리우스 음악원에 요르마 파눌라(1930~)가 존재한 이후, 핀란드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지휘 강국이 되었다. 머리가 하얗게 센 원로 지휘자 역시 그의 아래에서 배웠으니, 그들의 지휘의 계보가 얼마나 단단하게 성장해 왔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계보의 가지 끝자락, 좋은 과실을 맺기 위해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는 두 젊은 핀란드 지휘자를 소개한다.

2017/18 시즌부터 스웨덴 예테보리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산투 마티아스 로우발리(1985~)가 악단과 함께 녹음한 네 번째 시벨리우스 교향곡 음반으로, 교향곡 4번을 담았다. 앞선 교향곡 음반이 모두 호평을 받았던 만큼, 잔뜩 기대하고 집어 들어도 만족스럽다. 풍부하게 표현되는 시벨리우스의 현의 울림이 특히 좋고, 깔끔한 완급조절은 지휘자와 악단의 오랜 호흡도 엿볼 수 있다. 함께 담긴 ‘숲의 요정’과 ‘슬픈 왈츠’는 각각의 제목에 무엇보다 걸맞게 연주했다.

‘젊은 핀란드 지휘자’ 자체가 수식어가 된 클라우스 메켈레(1996~)가 파리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두 번째 음반이 나왔다. 앞선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불새’ 음반의 호평으로 이 역시 큰 기대를 모았다. 이번에는 드뷔시의 ‘유희’ ‘목신의 오후 전주곡’을 스트라빈스키와 나란히 배치했다. 이달 16일에는 그들의 미국 카네기홀 공연도 예정되어 있는데, 이는 클라우스 메켈레의 데뷔이며, 파리 오케스트라 20년 만의 방문이다.

이의정

 


 

화제의 신보

new & good

 

 

바그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로센 게르고프(지휘)/소피아 오페라 발레 오케스트라·합창단/

마르쿠스 마르콰르트(네덜란드인)/쿠르트 리들(달란트)/라도스티나 니콜라예바(젠타) 외/

플라멘 카르탈로프(연출)

Dynamic 37991(DVD), 57991(Blu-ray)

 

 

불가리아 소피아 오페라의 2022년 실황이다. 연출을 맡은 플라멘 카르탈로프는 자국의 아티스트와 함께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났는데, 이 프로덕션에서는 지휘자 로센 게르고프와 젠다 역의 니콜라예바가 이에 해당한다. 해안가를 배경으로 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호반 무대에서 펼친 것이 재미있다. 무대 전환이 미미하지만, ‘니벨룽의 반지’ 연출 경험을 통해 바그너를 잘 이해하고 있는 연출가의 노력이 돋보인다.

 

라흐마니노프: 관현악 작품

키릴 게르스타인(피아노)/키릴 페트렌코(지휘)/베를린 필하모닉

Berliner Philharmoniker BPHR230461

 

 

키릴 페트렌코가 본인의 “음악의 고향”이라고 표한 라흐마니노프를 모았다. 교향곡 2번, 교향시 ‘죽음의 섬’, 키릴 게르스타인과 함께 한 피아노 협주곡 2번, ‘교향적 무곡’이 담겨 있다. 그중 피아노 협주곡은 2022년 발트뷔네 실황인데, 해석이 독특하다. 웅장함으로 악단과 겨루는 피아노보다, 하나로 섞여 마치 교향곡을 이뤄내는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세 악장의 전체 연주 길이도 31분으로 비교적 짧아, 재빠르고 가볍게 다가온다.

 

 

 

모차르트: 레퀴엠

마리스 얀손스(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합창단 외

BR Klassik 900117

 

 

2017년 5월 뮌헨의 헤라클레스홀 공연 실황. 2003년부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였던 마리스 얀손스(1943~2019)의 지휘이다. ‘레퀴엠’의 일부는 특별히 느린 것 같으면서도, 절대 늘어지는 느낌을 주지 않아 감상의 기쁨이 크다. ‘진노의 날’이 가진 장대함은 말할 필요가 없고, ‘라크리모사’는 말 그대로 눈물이 고일 듯 구슬프다. 마지막 곡인 ‘영성체송’은 게니아 퀴마이어를 비롯한 네 솔리스트의 목소리가 특히 빛난다.

 

 

네빌 마리너 워너 전집

네빌 마리너(지휘자) 외

Warner Classics 5419776276(80CD)

 

 

탄생 100주년을 맞아 네빌 마리너(1924~2016)가 EMI에서 녹음해온 것을 모은 전집이다. 바로크부터 근·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음악사의 흐름에 따라 담겨있다. 버진(Virgin)·텔덱(Teldec)·에라토(Erato) 레이블에서 발매했던 음반이 모두 포함됐다. 네빌 마리너는 1959년,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를 창단하고 평생을 이끌었다. 이들은 특히 모차르트 작품에 탁월한 인정을 받았으며,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그들의 음악이 담겼다.

 

 

치마로사 ‘런던의 이탈리아 여인’

레오 후세인(지휘)/프랑크푸르트 오페라-무제움 오케스트라/

안젤라 발로네(리비아), 밀포드(유리 사모일로프) 외/ R.B. 슐라터(연출)

Naxos 2110739(DVD), NBD0155V(Blu-ray)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를 대표하는 작곡가 치마로사(1749~1801)의 막간극(오페라 세리아 사이에 공연된 2막의 희가극)이다. 모차르트 3대 오페라 부파보다 앞선 작품이다. 런던의 세 남성(밀포드·수메르스·폴리도로)은 마르세유에서 온 여인 엔리게타에게 반하는데, 이 여인이 사실 밀포드에게 버림받은 리비아임이 알려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1778년 로마 초연 당시, 여성의 무대 출연이 금지되어 카스트라토가 여주인공으로 분했다.

 

 

생상스 ‘삼손과 델릴라’

안토니오 파파노(지휘)/로열 오페라 오케스트라·합창단/ 백석종(삼손), 엘리나 가랑차(델릴라) 외/

리처드 존슨(연출)

OpusArte OA1371(DVD), OABD7315(Blu-ray)

 

 

테너 백석종의 로열 오페라 데뷔 공연으로 2022년 실황이다. 주연 배우의 사고로 ‘대타’ 주역으로 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테너로 전향하고 처음으로 맡은 오페라였다. 이후 그는 메트 오페라에도 서며 테너로서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생상스는 총 13편의 오페라를 남겼는데, ‘삼손과 델릴라’는 그중 성경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의 대표작이다. 한국의 신혜미가 무대 디자인을 맡아 현대적 감각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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