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태어난 악기들 – PART2

현대음악과 어우러진 새로운 악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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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4월 15일 9:00 오전

 SPECIAL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가 빠르게 나타나고 사라지듯 현대의 음악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초기 현대음악과 함께 새롭게 탄생하거나 변형·확장된 대표적인 여섯 악기를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

 

초기 전자악기를 대표하는 테레민(Theremin)

1920년경 러시아의 음향 물리학자 레온 테레민이 발명했다. 전기를 이용한 악기는 그 역사가 18세기 중엽까지 올라가지만, 악기로서의 효용성이나 고유성을 고려하면 ‘테레민’이 유의미한 첫 전자악기일 것이다. 높이가 낮은 사각형의 상자에 금속으로 된 안테나가 수직으로 돌출된 외형을 가지고 있으며, 독특한 연주 방법으로 유명하다. 안테나의 높이 범위 안에서 손을 흔들면 소리가 나는데, 한 번에 한 음만이 나고 손동작 위치에 따라 음높이와 음의 지속 정도가 달라진다. 왼손으로 음의 높낮이, 오른손으로 음량을 조정한다. 테레민은 고주파 발진기의 간섭에 의해 소리가 발생하는 것을 원리로 한다. 한쪽 발진기의 주파수는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다른 쪽 발진기의 주파수를 안테나에 접근시키거나 멀리하면서 거리에 변화를 주어, 발생한 소리를 스피커로 내보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파수로 3~5옥타브의 범위를 연주할 수 있고, 음색 조정도 가능하다. 테레민은 이후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음높이의 예측이 쉽도록 건반이 달린 버전이 발명되었고, 1964년에는 테레민을 발전시킨 무그(moog)가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테레민의 독특한 음색에 걸맞은 연기적 요소를 결합한 퍼포먼스가 악기에 새로운 방향성을 더했다. 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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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후슬라프 마르티누 ‘환상곡’ 외

직접 테레민을 연주하는 레온 테레민(좌)

테레민은 낯선 음색과 유연한 글리산도, 감각적인 비브라토 등으로 미래지향적인 작곡가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미래주의 작곡가 에드가 바레즈(1883~1965)의 성악과 앙상블을 위한 ‘적도’(1932~1934)는 테레민이 편성되어있는 선구적인 작품이며, 영국의 민족주의 작곡가 퍼시 그레인저(1882~1961)도 네 대의 테레민을 위한 ‘프리 뮤직’(1936)으로 악기를 실험했다. 이러한 시도가 있었기에 보후슬라프 마르티누(1890~1959)는 테레민이 자신의 고유한 음색을 당당하게 뽐내며 다른 악기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환상곡’(1944)을 작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곡은 테레민과 오보에, 현악 4중주, 피아노로 구성된 7중주곡으로, 미국에서 그의 대표작인 여섯 개의 교향곡을 발표하던 시절에 완성되었다. 미지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듯한 테레민의 음색 때문인지, 마르티누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초현실적 신비감으로 맞추었다. 이러한 전략은 상당히 성공적이어서, 전자악기와 어쿠스틱 악기의 조화에 귀감이 된다. 하지만 건반이 달려있어 연주하기 쉽고 테레민의 음색과 효과들을 구현할 수 있는 ‘옹드 마르트노’가 등장한 이후, 테레민은 이 악기로 급속히 대체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연주자의 직관적 감각에 따르는 연주와 지휘하는 듯한 시각적인 효과에 힘입어 오늘날에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 존 케이지와 함께 활동했던 크리스천 울프(1934~)는 ‘연습 28번’(2000)에서 테레민과 혼, 첼로, 더블베이스의 독특한 앙상블을 들려주며, 핀란드 작곡가 칼레비 아호(1949~)는 ‘테레민 협주곡’(2011)으로 테레민 레퍼토리에 기념비를 세웠다. 송주호

 

 

단선율 전자 악기 옹드 마르트노(Ondes Martenot)

프랑스의 첼리스트이자 라디오 전신 기사였던 모리스 마르트노가 1928년에 개발한 단선율 전자 악기. 옹드는 영어로 파동(wave)을 뜻하는 말로, 파형 중심으로 소리를 만들어낸 정현파(sine wave, 정현 곡선을 이루는 파동으로 음의 톤은 순수하면서 단조롭다. 악기 중에는 플루트 소리가 정현파에 가깝다) 악기다. 테레민, 트라우토니움과는 달리 건반이 있으나, 음높이를 지시해주는 역할만 하는 모형으로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후에 소리 나는 건반이 적용된 옹드 마르트노가 개발되기도 했다). 건반 모형 앞에는 수평으로 와이어가 걸려있는데, 여기에 연결된 링(루반, ruban)을 오른손 집게손가락에 끼우고 좌우로 움직여 각 건반 앞에 대면 해당하는 음이 연주되는 방식이다. 한편 건반 왼쪽에서는 투셰(touche)를 포함한 여러 버튼이 있는 서랍을 볼 수 있다. 왼손으로 조작하는 투셰는 누르면 소리가 나고 떼면 멈추는 구조를 가지며, 아티큘레이션이나 셈여림, 음색을 조절한다. 링과 투셰를 능숙하게 조작해 높낮이가 다른 두 음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거나(포르타멘토) 두 음 사이를 훑듯이 연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타카토나 레가토 등의 표현은 가능하지만, 글리산도처럼 극단적으로 빠른 조작은 어렵다. 악기가 개발되면서 다양한 파형을 발생시킬 수 있게 되었고, 소리를 증폭시키는 스피커의 종류도 다양해져 여러 조합으로 다채로운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1938년에는 이 악기에 미분음 장치가 추가되었고 동시대 악기 중 유일하게 오케스트라에 사용되며 최초의 성공적인 전자악기로서 자리매김했다. 오네게르·바레즈·슈미트·이베르·메시앙 등의 작곡가가 옹드 마르트노를 작곡에 활용하여 폭넓은 레퍼토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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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메시앙 ‘튀랑갈릴라 교향곡’ 외

옹드 마르트노는 20세기 전반기에 만들어진 전자악기 중 진정한 승리자다. 건반으로 연주하여 익히기 쉬울 뿐만 아니라, 세 종류의 어쿠스틱한 특징을 가진 스피커를 갖추어 전자적으로 완벽하게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음색을 지니고 있으며, 영향력 있는 여러 작곡가가 수많은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옹드 마르트노의 선구자는 샤를 쾨클렝(1867~1950)과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이다. 쾨클렝은 1930년대 후반에 앙상블곡 ‘꿈속의 시실리엔’ Op.149 No.6(1935)과 대규모 합창곡 ‘가난한 자를 위한 진혼곡’ Op.161(1973), 독주곡 ‘태양을 향하여’ Op.174(1939) 등 옹드 마르트노를 적극 사용했다. 그런데 쾨클렝이 여기서 멈춘 바람에 옹드 마르트노의 정복자는 메시앙이 차지했다. 메시앙은 비슷한 시기에 여섯 대의 옹드 마르트노를 위한 ‘아름다운 물의 축제’(1937) 등 여러 소품들을 쓰면서 충분히 실험한 후, 합창곡 ‘신의 현현을 위한 세 개의 작은 기도’(1943~1944)에서 본격적으로 편성했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튀랑갈릴라 교향곡’(1946~1948)과 오페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975~1983)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했다. 특히 ‘튀랑갈릴라 교향곡’에서 옹드마르트노는 피아노와 함께 독주 악기로 등장한다. ‘튀랑갈릴라’는 ‘사랑의 노래’라는 의미를 지닌 산스크리트어로, 인도에서 유래한 리듬체계를 도입하고, 메시앙이 만든 독특한 선법 체계를 기반으로 하여 이국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지휘자 옆에 위치한 옹드 마르트노는 이러한 분위기에 정점을 찍는다.

이외에도 옹드 마르트노의 특징이 전면에 드러나는 작품으로 앙드레 졸리베(1905~1974)의 ‘옹드 마르트노 협주곡’(1947)은 기념비적이며, 트리스탕 뮈라이(1947~)의 협주곡 ‘공간의 흐름’(1979)은 폭넓은 음색 스펙트럼 속에서 뛰어난 조화를 이룬다. 영화 ‘벤허’의 작곡가로 유명한 미클로시 로자(1907~1995)도 ‘옹드 마르트노 소나티나’(1989)를 남겼다. 송주호

 

 

힌데미트가 사랑한 트라우토니움(Trautonium)

독일의 전자 기술자 프리드리히 트라우트바인은 1929년경 트라우토니움을 제작·발전시켜 1932~1935년 사이에 판매했다. 트라우토니움에는 많은 스위치와 좁고 납작한 판이 달려 있는데, 이 판 위에 손가락을 놓고 좌우로 움직이며 음의 높이를 바꾼다. 악기의 페달은 악기 전체의 볼륨을 제어했다. 이 악기는 단선율은 물론 복잡한 화성이나 리듬도 연주할 수 있고, 다양한 음색 효과를 지녀 한층 발전된 전자악기의 등장으로 여겨졌다. 음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기는 어려웠지만, 특유의 불안정한 연주는 공상 과학 영화나 서스펜스 영화에서 불안한 느낌을 연출하는 데 자주 사용되었다. 가령 영화감독 히치콕은 사이코 스릴러 영화인 ‘새(The Birds)’에 트라우토니움을 사용한 음악을 삽입했다. 많은 작곡가가 이 악기를 활용해 곡을 썼는데, 파울 힌데미트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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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힌데미트 ‘트라우토니움을 위한 일곱 개의 소품’ 외

피터 피흘러의 트라토니움 연주 ©Gaby Spengler

프랑스에 옹드 마르트노가 있다면, 독일에는 트라우토니움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음을 낼 수 있고 다양한 음색과 효과를 지닌 트라우토니움의 생명력은 파울 힌데미트(1895~1963)의 지원 사격에도 불구하고 옹드 마르트노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20세기 중반 독일의 작곡가들은 전자악기보다는 전자음악 스튜디오에 더욱 관심이 많았고, 이후에는 신시사이저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악기가 지금까지 언급되고 연주되고 있는 것은 힌데미트의 곡을 초연했던 연주자 오스카르 잘라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힌데미트는 1930년대 초반에 트라우토니움에 관심을 보였으며, ‘세 대의 트라우토니움을 위한 일곱 개의 소품’(1930), ‘트라우토니움과 현을 위한 소협주곡’(1931), 독주곡 ‘트라우토니움 연습곡’(1933), 독주곡 ‘느린 소품과 론도’(1935) 등을 작곡했다. 이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트라우토니움과 현을 위한 소협주곡’은 9분 정도의 짧은 길이지만, 이 악기의 여러 음색과 음향 효과를 적극 활용하여 음악적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1악장은 중저음의 음역에서 서정적인 주제로 시작한 후, 고음에서 활기찬 주제로 전환되면서 독특한 음향효과를 들려준다. 2악장 ‘리트’에서는 감상적인 노래 선율이 흐르고, 3악장에서는 1악장에서 들려주었던 다양한 음색을 재현하며 마무리한다.

1940~1950년대에는 힌데미트의 제자인 하랄트 겐츠머(1909~2007)가 두 개의 협주곡 등 여러 작품을 남겼다. 겐츠머는 ‘협주곡 2번’(1952)에서 업그레이드된 ‘믹스투어-트라우토니움’을 사용하여 보다 다양하고 극적인 사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잘라의 비르투오소적인 최근 연주에서 이 악기의 가능성이 최대로 끌어올려져있다. 요즘에는 잘라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연주자 페터 피흘러가 마누엘라 케러(1980~)의 믹스투어-트라우토니움 협주곡 ‘Feuernde Seele’(2016)을 초연하는 등 여러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송주호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해먼드 오르간(Hammond Organ)

최초의 해먼드 오르간은 1935년 시계 제작공이었던 로런스 해먼드와 존 하너트에 의해 고안되었다. 해먼드는 여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일리노아주에 해먼드 오르간 컴퍼니를 설립해 악기를 대량 생산했고, 해먼드 오르간을 가장 대중적인 전자 악기 중 하나로 격상시켰다. 조작부의 외관이나 연주 방법은 기존의 파이프 오르간과 같지만 원리는 다르다. 길이가 다른 파이프에 공기를 전해 해당하는 소리가 울리도록 하는 파이프 오르간과 달리 해먼드 오르간은 카힐의 텔하모니움의 기술을 사용했다. 막대자석에 코일을 감은 전자 픽업 근처에서 톤호일이라고 불리는 톱니바퀴 모양의 금속 원반을 회전시키면 자석과 금속의 거리 변화에 따라 자력의 세기가 바뀌면서 코일에 흐르는 전류가 바뀌는 전자 유도 원리를 이용했다. 그 결과 각각의 전자 픽업에서 정현파 톤에 가까운 음이 발생해 음색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톤호일은 악기 제작 장인이 한 장씩 잘라내 만든 것이어서 완벽한 정현파 소리를 내지는 않았고, 이 때문에 해먼드 오르간의 음색은 악기마다 미묘하게 달랐다. 기음(해당 음정을 만들어내는 기준이 되는 음, 기본음)과 배음, 배음끼리의 세기의 비율을 인위적으로 바꾸어서 다양한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20세기 중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다니는 개신교 교회는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할만한 경제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해먼드 오르간을 대용 악기로 사용했다. 자연스럽게 해먼드 오르간은 가스펠 음악의 반주에 사용되었고, 1970년대에는 재즈와 록으로 녹아들었다. 이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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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 외트뵈시 ‘다중 우주론’ 외

최초의 해먼드 오르간을 고안한 로런스 해먼드

해먼드 오르간 사의 초창기 제품 중에는 ‘노바코드’라는 전자악기가 있었으며, 쇤베르크의 제자인 한스 아이슬러(1898~1962)가 자신의 ‘실내교향곡’(1943)에 이 악기를 사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해먼드 오르간은 다양한 대중음악 무대에 더욱 빛을 발했다. 오히려 이러한 점 덕분에 클래식에서는 여전히 낯선 악기로 존재하며, 신비한 이미지를 만들 때 종종 사용된다. 예를 들면, 칼하인츠 슈토크하우젠(1928~2007)은 칸타타 ‘순간들’(1962~1969)에서 두 대의 해먼드 오르간을, 전자음악 ‘미크로포니 II’(1965)에서는 한 대의 해먼드 오르간을 사용했다. 노르웨이의 작곡가 아르네 노르헤임(1931~2010)의 실내악곡 ‘천연색’(1968/1982)과 베른트 알로이스 치머만(1918~1970)의 트럼펫 협주곡 ‘아무도 내가 겪은 고통을 알지 못한다’(1954), 데스너의 ‘라파엘’에도 한 대의 해먼드 오르간이 편성되어있다. 해먼드 오르간은 기존의 오르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연주되지만, 전기적인 성질로 소리를 만들기 때문에 오늘날 신시사이저로 대체되고 있다. 그럼에도 해먼드 오르간의 역사적 명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데, 헝가리의 작곡가 페테르 외트뵈시(1944~)의 ‘다중우주론’에서 오르간과 함께 독주자로 나선 해먼드 오르간은 더없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평행 세계를 상징하는 두 ‘오르간’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소리를 내며, 또한 다르지만 서로 공존하고 영향을 주며 조화를 이룬다. 관현악은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두 오르간 양옆에 배치되며, 금관악기와 타악기는 뒤쪽에 펼쳐짐으로써, 그들 또한 다중우주의 구성원이 된다. 이러한 여러 악기 그룹들의 제스쳐와 신비로운 화음은 우주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송주호

 

 

대중음악에서 클래식으로, 일렉트릭 기타(Electric Guitar)

일렉트릭 기타는 연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의 진동을 픽업 장치를 통해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이 신호를 앰프로 증폭시켜 연주하는 전기 현악기이다. 초기의 일렉트릭 기타는 기존의 어쿠스틱 기타에 전기 장치를 더해 연주 음량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개조되었으며, 점차 어쿠스틱 기타와는 구별되는 특유의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일렉트릭 기타라고 불린 최초의 악기는 1931년에 제작된 리켄배커사의 ‘플라잉팬(Flying Pan)’이라는 모델이다. 큰 음량을 내는 것이 가능해진 일렉트릭 기타의 등장으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독주 악기로서 위상이 높아졌고, 소리에 울림 효과를 더하는 리버브나, 소리를 찌그러뜨려 잡음을 발생시키는 디스토션 등 특정 전자 회로를 이용해 음색과 음향을 쉽게 변화시키며 악기에 매력을 더했다. 오늘날의 일렉 기타는 흔히 울림통이 없는 납작한 형태의 솔리드 기타를 가리키지만, 여러 음악 장르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일렉트릭 기타가 사용되고 있다.

대중음악에서 먼저 사용된 일렉 기타는 한참 후에야 클래식 음악의 범위로 들어왔다. 이 악기는 기존 기타의 모든 특징을 포함하면서 전자음향 장치를 통한 가능성이 충분히 검증되었기 때문에, 도입이 시도된 이후 클래식 음악에 빠르게 흡수되었다. 이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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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탕 뮈라이 ‘마젤란의 구름’ 외

일렉트릭 기타를 사용한 작곡가는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지만, 그중에서도 트리스탕 뮈라이가 눈에 띈다. 그는 주파수 기반으로 음색을 제어하는 스펙트럼 음악의 선구자다운 완벽한 응용을 들려준다. ‘마젤란의 구름’(1973)에서 두 대의 옹드 마르트노와 전자기타의 거칠고 강렬한 앙상블을 들려주었던 그는, 독주곡 ‘흡혈귀다!’(1984)에서 전자기타를 본격 탐구했다. 그리고 두 대의 기타를 위한 협주곡 ‘잔혹한 이야기’(2007)에서 보다 완숙하고 신비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지속되는 앙상블의 화음과 빠르게 요동치는 기타의 제스쳐가 대비를 이루는데, 매우 섬세하게 조율된 앙상블의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 전자기타는 지나치리만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전자기타가 어쿠스틱 악기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모범적인 작품이다.

영국 출신의 레베카 손더스(1967~)의 ‘두 색상의 17’(1996), ‘주황색’(2003) 등 실내악 작품에서 일렉트릭 기타는 다른 악기들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독일 작곡가 마르쿠스 헤시틀레(1967~)는 ‘스크린’(2001)의 클라이맥스에서 강렬한 전자기타 사운드를 배치했다. 미국 출신 작곡가이자 록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스 데스너(1976~)의 두 대의 전자기타를 위한 협주곡 ‘라파엘’(2008)은 음색의 전이로 전개되는 ‘음색선율’을 들려주기도 한다.

록 기타리스트인 잉베이 말름스틴(1963~)이 ‘협주모음곡’(1998)으로 대중에게 큰 관심을 얻었으며, 국내에서도 2011년 록 기타리스트인 김세황씨가 전자기타로 비발디 ‘사계’를 협연하는 등 일렉트릭 기타와 클래식 악기의 경계는 많이 허물어져 있다. 밴드 음악에 익숙한 젊은 작곡가들에게는 친숙한 악기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작품들이 작곡될 것이다. 송주호

 

 

피아노의 미래, 시보드(Seaboard)

영화 ‘라라랜드’에 등장했던 시보드는 가장 최근 발명된 전자악기로, ‘피아노의 미래’라고 불린다. 악기 개발 후, 2011년 런던에 첨단 음악기기 벤처기업 롤리(Roli)를 설립한 롤런드 램은 2013년에 시보드를 세상에 선보였다. 시보드는 기존의 건반 형태를 틀로 한다. 모든 키에 정해진 음이 있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기존 건반과 달리,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의 시보드 건반은 모든 음이 유연하게 연결되어 키와 키 사이의 미분음까지도 연주할 수 있다. 연주 방법 또한 기존보다 훨씬 다양하고 감각적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시보드의 연주법은 크게 다섯 가지이다. 건반을 치고(Strike), 눌러진 건반에 강약의 압력을 가하고(Press), 음과 음 사이를 미끄러지듯 밀어내며(Glide), 위아래로 움직이고(Slide), 건반에서 손가락을 떼는 속도를 조절함으로써(Lift) 음의 높이·음색·음향 등을 각양각색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미라

 

REVIEW

TIMF앙상블 ‘재창조: 신선하게 더렵혀진 음악 III’

3월 13일 일신홀

시보드, 피아노, 타악기를 위한 ‘래그타임-우아한 피에로’ 초연

©Sihoon Kim/Ensemble TIMF

시보드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만든 악기로서 클래식보다는 대중음악에 초점을 맞추어 개발되었으며, 또한 첫 모델이 출시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아직 클래식 음악에 적용된 예는 찾기가 매우 힘들다. 그렇기에 이번 TIMF앙상블의 음악회에서 시보드를 사용한 안성민의 신곡인 시보드, 피아노, 타악기를 위한 ‘래그타임-우아한 피에로’(2019)가 초연되었다는 것은 매우 특기할 만하다. 새로운 악기가 의미를 가지려면 새로운 음색, 연주법의 개선 등의 유의미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 시보드가 가진 음색은 기존의 컴퓨터 음악이나 DJ 콘솔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익숙한 건반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래서 이번 연주회에서 이영우 피아니스트가 무대에 올랐다는 것에 놓치지 말아야 할 시사점이 있다. 이 신작에서는 자유로운 음정과 유연한 글리산도, 다양한 비브라토를 구사하는 시보드와, 이러한 표현이 불가능한 피아노가 분명한 대조를 이루면서, 미래의 환영과 오늘의 현실의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교차하는 독특한 인상을 주었다. 여기에 소박하게 병치된 타악기의 리듬은 이 두 세계의 교차점이 된다. 그런데 시보드가 갖고 있는 음색이라는 또 하나의 파라미터는 그다지 활용되지 않은 것 같다. 여러 대의 테레민을 연주하는 것처럼 들린 것은 이 때문인데, 음색을 단순화하여 다른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더욱 많은 무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송주호

 

 

낯설지만 신기한 악기들

앞서 작품과 함께 소개한 여섯 악기 외에도 새로운 악기들은 끊임없이 탄생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탄생하고 있다.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기존의 형태에서 변형·확장된 수많은 악기를 한 번에 모두 담기는 어려우나, 이 지면을 통해 몇 가지를 더 소개한다

 

글래스 하모니카(Glass Harmonica)

1761년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 발명한 것으로, 유리그릇을 음높이에 따라 큰 것에서 작은 것 순으로 꿰어 만들었다. 페달로 회전축을 돌리며 그릇의 테두리를 젖은 손가락으로 문질러 연주한다. 음량은 크지 않으나 부드럽고 은은한 음색을 지녔고, 건반악기처럼 화음이나 장식음 또한 연주할 수 있다. 20세기에 브루노 호프만이 모차르트 5중주 K617을 녹음하며 악기에 대한 관심이 부활했고, 이후 악기가 복원 생산되며 많은 연주자가 여러 레퍼토리를 발굴해 연주하고 있다.

 

크리스탈 바셰트(Cristal Baschet)

1952년, 프랑스의 악기 제작자 겸 예술가인 프랑수아 바셰트와 버나드 바셰트 형제가 만든 마찰식 유리 악기다. 반음계로 조율된 금속막대를 수직으로 배열하고, 여기에 두께와 길이가 일정한 유리 막대를 수평으로 닿게 배열했다. 금속막대 위쪽에 금속 블록을 붙여 공명을 강화했고, 금속 깔대기를 이용해 소리를 증폭한다. 글래스 하모니카와 마찬가지로 젖은 손가락으로 문질러 연주하는 방식이다.

 

콘트라베이스 플루트(Contrabass Flute)

엄청난 덩치를 가진 플루트다. 기보는 높은음자리표를 쓰지만, 실제 음은 기존의 플루트 보다 두 옥타브 낮은 소리를 낸다. 낮은 울림의 음색은 마치 뱃고동 소리를 연상시키지만 음량이 크지 않아 독주 악기보다는 주로 플루트 앙상블 연주에 사용된다.

 

야이바할(Yaybahar)

터키의 괴르켐 센(Görkem Şen)이 2014년에 발명한 어쿠스틱 악기다. 현과 스프링, 프레임 드럼 등을 결합해 전원이 필요 없고, 신시사이저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 콘서트홀에서 울리는 듯한 사운드를 가졌다.

마김바(Magimba)

자력(magnetism)을 사용해 소리를 만들어 낸다. 금속 막대를 잘라 음높이를 조절하고, 원하는 음계를 만들 수 있다. 막대를 누르고 떼는 간단한 방법으로 소리를 낼 수 있다.

행(Hang)

손으로 연주하는 타악기로, 2000년 스뤼스의 펠릭스 로너와 자비나 셰러가 만들었으며, 대중에게는 이듬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뮤직메세’에서 처음 소개했다. 두 개의 타원형 모양(윗부분을 ‘딩(Ding)’, 아랫부분을 ‘구(Gu)’라 부른다.)을 위아래로 마주 보게 붙인 모양이며, 딩의 가운데 솟은 부분 주위로 음을 내는 7~8개의 홈이 일정한 간격으로 있다. 보통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 혹은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문질러 연주한다. 발명 이후 지속적으로 개량되고 있다.

레이저 하프(Laser Harp)

말 그대로 레이저 광선을 현 삼아 연주하는 악기다. 센서에 빛의 강도를 저장하고, 손으로 빛을 차단할 때 그 빛이 들어오는 강도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소리가 난다. 국내에서는 2007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2017 고양호수예술축제에서 레이저 하프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글·정리 이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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