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임퍼펙틀리 퍼펙트’

세계적이고 동시대적인 한국 창작발레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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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7월 31일 11:19 오후

REVIEW

 

©Universal Ballet

6월 29·3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우리나라 발레는 예술춤 분야 중에서도 선진적인 시스템·전문적인 무용수·대중적 수용력 등을 가장 잘 이뤄냈다. 그동안 언급되었던 유일한 약점은 독자적인 창작 레퍼토리의 개발이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한국 발레계의 역량을 망라해서 보여주는 대표 축제다. 올해 9회째를 맞이해 꾸준하게 지적받아온 독자적인 창작 레퍼토리 개발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고, 수준과 다양성, 그리고 동시대성에 있어 이전과는 차별화된 성과를 거두었다. 그중에서도 유니버설발레단의 ‘임퍼펙틀리 퍼펙트(Imperfectly Perfect)’는 제일선에서 거론될 만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상당히 오랫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창작 레퍼토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초창기에는 어리숙한 창작을 선보임으로써 고전 명작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21세기 들어서며 고유한 창작 레퍼토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한 이들은 해외의 컨템퍼러리 발레 레퍼토리를 들여와 무용수들이 동시대적인 창작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게 했으며, 동시에 세계적인 수준을 갖춘 한국인 안무가를 발굴하고 영입하는 데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오랜 노력의 성과는 최근 꽃을 피우고 있다.

‘임퍼펙틀리 퍼펙트’는 재독 안무가 허용순에게 안무를 의뢰한 신작이다. 그녀는 일찍이 프랑크푸르트 발레·스위스 취리히 발레·뒤셀도르프 발레 등에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동시대적인 창작 경향을 제대로 실현하는 몇 안 되는 한국 안무가로 알려져 있다.

‘임퍼펙틀리 퍼펙트’는 완전함과 불안정함 사이를 오가는 인간의 고뇌와 성장을 담은 추상적인 춤사위가 인상적이다. 다소 어둡게 처리된 무대는 복잡미묘한 마음의 심연을 은유하는 듯하다. 솔로·듀엣·트리오·군무가 다채롭게 교차하는 안무는 관계에 대한 다양한 고찰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나와 나 자신, 나와 타인 등 복잡미묘한 관계성을 여러 가지 모양의 춤으로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음악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이를 정교하고 세련된 춤사위로 시각화하는 컨템퍼러리 발레로 실현했다.

특히, 경고음 같은 기계음이 흐르는 앞부분은 정교하고 창의적이며 세련된 안무와 실연으로 세계 최정상급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를 보는 듯하다. 실제로 NDT에서 활동한바 있었던 원진영은 객원무용수로 출연하여 자유로운 움직임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돋우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스타인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춤선에 날이 서 있는 듯 정확하게 동작기교를 구사하는 듀엣으로 작품에 정교함과 세련미를 더한다. 이와 같은 안무력과 실연력, 그리고 서양 무용수들의 대거 출연은 해외초청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12명의 출연진 중 여덟 명이 서양 무용수였다.

그동안 허용순의 안무작들이 보여준 편차로 인해, 이번 신작 또한 작품성에 대해 확신할 수 없었는데도 유니버설발레단은 과감한 결단으로 좋은 결과를 낳았다. 대형 직업발레단에서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동시대적인 창작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위험부담을 안고 추진하는 기획이므로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적 성취는 다른 몇 발레단의 작품들과 함께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 더 나아가 발레계를 빛낸 창작적 성과로도 이어졌다.

심정민(무용평론가)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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