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 변화에 철학을 더하다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11월 18일 9:00 오전

지난해 경기필이 첫 외국인 상임지휘자로 마시모 자네티를 맞이했을 때, 이들이 보여줄 새로운 케미스트리에 기대가 모아졌다. 자네티와 경기필이 마주한 지 1년 2개월, 그가 제시한 비전은 확실해 보인다. 얼마 전 진행한 2년 임기 연장으로 자네티와 경기필은 이제 2022년 8월까지 함께한다. 늘어난 시간과 확고한 목표, 이제 견고함으로 쌓아올릴 차례다

글 이미라 기자 사진 박진호(studio BoB)

 

헤어나올 수 없는 굉장히 매력적인 무언가를 보았을 때 우리는 이런 표현을 쓰곤 한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언제부터였을까. 경기필의 다음이 기다려지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경기필은 106명의 정단원을 지닌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지만, 그 시작은 팝스 오케스트라였다. 1997년 창단해 이제 22년. 짧은 시간 동안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겪은 악단이 또 있을까. 최선용 초대 상임지휘자를 필두로 70명의 단원이 모인 경기 팝스 오케스트라는 공립 단체로 시작해 2010년 법인화되었다. 2대 상임지휘자에 유광이 오르며 본격적인 관현악 체제로 개편됨과 동시에 경기도립오케스트라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2006년 3대 상임지휘자 금난새에 이르러 지금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얻었다. 경기필이 보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11년 4대 상임지휘자로 구자범이 오르면서부터다. 30여 명의 단원을 증원해 정단원 106명의 4관 편성을 갖추어 말러·브루크너 등 후기낭만주의로까지 레퍼토리의 가능성을 넓힘과 동시에, 국내 최초로 ‘18세 이상’ ‘19세 이하’ 등 입장 연령에 제한을 두거나 만우절엔 코미디, 한여름 밤엔 와인 파티가 곁들어진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열며 특별함 또한 더했다. 이후 5대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성시연(2014~2017)이 올랐다. 국내 국공립교향악단 최초로 첫 여성 수장을 맞이한 것. 취임 연주회에서 선보인 말러 교향곡 ‘부활’부터 베토벤 교향곡 9번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까지 그녀는 4년의 임기 동안 경기필에 ‘최초’의 수식어를 더해가며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냈다. 2015년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데카에서 발매한 ‘말러 교향곡 5번’ 음반과 해외투어는 국내외 음악계에 경기필의 존재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성시연 단장 부임 시절 경기필이 ‘젊음’에서 ‘성숙’의 단계로 올랐다면, 6대 상임지휘자로 오른 마시모 자네티(1962~)는 거기에 ‘견고함’을 더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 경기필 마스터시리즈를 마치고 11월 서울시오페라단과 함께 선보일 ‘돈 조반니’를 준비하고 있는 마시모 자네티를 만났다. 경기필과 함께한 지 벌써 1년. 그는 여전히 오케스트라와 ‘허니문’의 설렘에 빠져있는 듯했다.

또 한 번 성장할 때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경기필이 창단 21년 만에 맞이한 첫 외국인 상임지휘자다. 지난해 3월, 경기필은 “경기필이 세계적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감각과 실력을 갖춘 뛰어난 지휘자가 필요했다”며 마시모 자네티를 새로운 상임지휘자로 소개했다. 자네티는 그해 9월 비르투오소 시리즈에 객원지휘자로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그 무대는 자네티의 취임 연주회가 되었다. “NHK 심포니, 차이나 필하모닉 등을 지휘하기 위해 아시아에 방문하긴 했으나, 당시 유럽에서의 활동에 더욱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한국 오케스트라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까다롭기로 소문난 리카르도 무티가 경기필에 무려 두 번이나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움과 함께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처음은 젊은 오케스트라에 대한 궁금함으로 온 것일 수도 있겠지만, 두 번째 다시 방문한 것은 이 오케스트라에 특별함을 느꼈기 때문일 테니까.”  그의 호기심은 이후 얍 판 츠베덴과 경기필의 실황 연주를 들으며 확신으로 흘렀다. “경기필이 지닌 음악적 역량과 유연성에 놀랐다. 연주를 듣고 나니 함께할 시간이 더 기대되더라. 3월에 이 무대를 보고, 본격적인 임기가 시작되는 9월까지의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다시 만나기까지 혼자 머릿속으로 함께하는 상상을 하며 음악적인 이미지를 그렸다. 마치 멋진 페라리를 보여만 주고 만지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달까.” 올해로 22년, 경기필은 여전히 젊다. 젊은 오케스트라의 역사처럼 단원들도 젊다. 그러나 이러한 짧은 역사 속에서 경기필은 서울시향·KBS교향악단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존재감을 키웠다. 5명의 상임지휘자를 거치고, 리카르도 무티를 위시해 얍 판 츠베덴, 핀커스 주커만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을 경험한 경기필에게 자네티와의 만남은 적기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평가다. 세계무대로의 도약을 꿈꾸는 오케스트라와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지속적으로 이끌며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 있던 지휘자. 경기필과 마시모 자네티는 서로의 필요충분조건을 채워가고 있다.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다

경기필 예술감독 취임 후 100일이 되었을 때, 자네티는 지난 100일을 ‘허니문’이라고 표현하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허니문’ 중”이란다. “단원들을 “마이 키즈(my kids)”라 부른다. 그만큼 아주 깊고 끈끈한 관계가 되었다. 집이나 비행기 안에서 경기필과 함께 연주할 악보를 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단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 나오는 파트별 연주자들의 표정이나 눈빛이 눈앞에 그려진달까. 단원들 또한 이제는 내 눈빛이나 표정, 손짓만 봐도 내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 같다. 처음에는 “굿모닝” 인사에도 수줍어하던 단원들이 이제는 공연 중에도 미소를 띠고 나를 바라본다. 그 미소는 서로의 음악을 이해하고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전달되었다는 의미다. 우리가 하나가 되었다는 것. 이렇게 연주 중 끊임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공유하는 모든 감정들은 곧바로 음악으로 피어난다. 좋은 연주력을 지닌 경기필에서 놓치고 있던 단 하나, 바로 단원들의 시선이었는데, 이제는 그 부분도 채워지고 있다.” 최근 국내 악단의 외국인 상임지휘자 영입이 늘었다. 줄리안 코바체프는 대구시향과, 요엘 레비는 KBS교향악단과 2014년부터 함께하고 있고, 제임스 저드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대전시향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 지휘자와 한국인 단원. 분명 문화와 배경, 언어적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연임을 거듭하며 롱런하고 있다. 서로 간의 신뢰와 소통 없이는 힘든 일일 테다. “무대 위 미소는 ‘내가 너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인이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의 교감. 자네티는 ‘교감(sharing)’이라는 단어에 모든 것을 해결할 비밀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경기필은 내가 ‘가르쳐야’하는 오케스트라가 아니었다.(불행하게도 어떤 단체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기본적으로 지닌 수준이 높았기에 내가 바라보았던 것은 음악적인 접근과 해석, 그리고 깊이에 있었다. 그에 있어서 내 생각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이해하고, 가고 싶은 방향’을 향해 한 스텝씩 밟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서로 존중하며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지난 1년간 우리가 함께 걸어온 방식이다.” 자네티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관계를 연인 간의 사랑에 비유하기도 했다. 둘 사이에 어떤 케미스트리가 흐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나와 단원들 사이에 통하는 음악적 언어를 만드는 것이 내 첫 목표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단원들은 이미 내 눈을 통해 모든 생각을 읽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작고 섬세한 부분도 바로 알아차린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는 지휘 없이 눈빛만으로도 서로 통하는데, 경기필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낸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오페라와 심포니, 풍성한 호흡을 기반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마시모 자네티는 태어나면서부터 음악에 둘러싸여 있었다. 오페라 애호가였던 할아버지와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던 가족, 자네티의 집에는 LP를 통해 매일매일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의 음악적 재능은 아주 어린 시기부터 피어났다. 악보도 볼 줄 모르고 피아노도 연주할 줄 모르던 네 살 때, 흘려들은 음악을 그대로 피아노에 앉아 연주했고, 라디오에서 나오던 말러의 음악에 눈물을 흘렸다. 지휘자의 꿈은 여섯 살 때부터 시작됐다. 큰누나의 손에 이끌려 인생 첫 공연으로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고 난 후였다.

“지휘자의 움직임을 따라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마치 마법처럼 느껴졌다. 그 이후로 내 악기는 오케스트라였고, 항상 지휘자를 꿈꿨다.” 이후 자네티는 밀라노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며(당시 이탈리아에서는 7년의 작곡 공부를 마쳐야 비로소 지휘를 배울 수 있었다.) 지휘를 공부했고, 동시에 3년 동안 법학 공부도 함께 이어갔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곧바로 콩쿠르에 도전한 그는 1991년 빈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아바도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다. “내 음악 인생에 있어 몇 가지 터닝포인트를 꼽자면, 먼저 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만난 것이다. 다음으로는 최고의 오케스트라들과 함께 연주한 것, 그중에서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의 만남은 특별하다. 지금의 연인을 만난 곳이기도 하고.(웃음) 마지막으로 경기필! 내게 매우 중요한 만남이다.” 세계적인 지휘자들의 이력에 오페라가 필수였듯 자네티 또한 플래미쉬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시작으로 수많은 오페라를 지휘했다. 라 스칼라 극장·드레스덴 젬퍼오퍼·베를린 슈타츠카펠레·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로열 오페라 하우스·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 등 세계 유수의 극장에서 ‘라 보엠’ ‘돈 조반니’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시몬 보카네그라’ 등을 공연했다. 최근 북경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와 ‘돈 파스콸레’를 선보였으며, 취리히 오페라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도 꾸준히 초청받고 있다. 2008년 ‘리골레토’로 베르디 전집 DVD 작업에 참여한 것을 비롯해 2010년과 2013년에는 베르디 ‘시칠리아의 저녁기도’와 ‘시몬 보카네그라’ 음반을 차례로 발매했다. 지난해엔 불가리아 소프라노 소냐 욘체바의 베르디 앨범에 참여해 뮌헨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했다. 오페라 지휘를 통해 다져진 자네티의 음악적 색채감은 오케스트라 지휘에서도 발휘된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체코 필하모닉·바이마르 슈타츠카펠레 등과 정기 공연을 이어가는 한편,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NHK 심포니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악단에서 지속적으로 초청받고 있다.

함께 맺을 열매

마시모 자네티는 경기필 예술감독 취임 당시 다양한 그림을 내놓았다. 하나는 고전부터 후기 낭만, 20세기와 동시대 음악까지 여러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겠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오페라 형식을 도입한 오케스트라 공연도 선보이겠다는 것이었다. “일 년 사이에 거의 모든 브람스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내년 3월 연주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백건우 협연)과 교향곡 4번만 더해지면 브람스 전곡 사이클이 완성된다. 베토벤 교향곡 또한 지금까지 3·5·6번을 연주했고, 12월에 9번을 연주한다. 거기에 내년 1월에는 1·2·7번을 선보일 계획이다. 1년 반 사이에 브람스 전 레퍼토리와 80퍼센트의 베토벤 교향곡을 선보이는 것이다. 괜찮은 성적 아닌가?” 그는 18세기 독일·오스트리아 고전주의 레퍼토리 또한 강조한다. 경기필과의 첫 공연에서 선택한 프로그램에도 모차르트가 있었다. “처음 경기필과 만났을 때 모차르트나 베토벤 레퍼토리가 매우 적다고 느꼈다. 베토벤도 거의 같은 레퍼토리만 반복했더라. 모차르트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단원들에게 비브라토를 최소한으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풍부한 소리를 내는 데 익숙한 단원들에게는 아마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이 모차르트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고, 브람스나 베토벤에도 쓰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음악에 가장 투명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명확한 멜로디 라인이나 다른 파트와의 관계, 음 사이의 관계 등 비브라토 없이 연주했을 때 들리는 것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모든 음악적 다이내믹과 언어가 분명해질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계속 각자 소리만 지른다면 다른 사람의 소리는 듣지 못할 것 아닌가.” 오는 11월 서울시오페라단과 함께할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와 이어 선보일 콘체르탄테 또한 레퍼토리 확장이라는 목표의 연장선에 있다. “오페라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의 마스터피스다. ‘돈키호테’는 R. 슈트라우스 없이도 캐릭터 그 자체의 매력으로 살아남았을 테지만, 모차르트가 없었다면 ‘돈 조반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할 수 없었을 거다. 모차르트는 카사노바에 살인자이기까지 한 인물을 자유롭고 자신의 삶에 책임감을 가진 캐릭터로 세상에 당당히 드러냈다. 이 작품에는 시작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움과 비극적 슬픔이 공존한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인물, 모차르트였기에 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경기필이 또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서울시오페라단과 경기필의 협업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파우스트’ ‘마탄의 사수’, 최근 선보인 ‘베르테르’ 또한 경기필의 연주로 함께했다. 그러나 이번 무대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상임지휘자가 함께하는 무대라는 것, 게다가 그 지휘자가 오페라에 정통한 음악가라는 점이다. 앞으로 자네티와 경기필의 오페라 공연을 더 볼 수 있을지 물었다.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내용이라면 언제든지. 하지만 반드시 경기필과만 할 것이다. 플래미쉬 오페라단 음악감독 시절, 아바도의 제안으로 2002년까지 3년간 그가 공연한 주요 작품들의 진행을 도왔었다. 당시 아바도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를 3개의 다른 오케스트라와 선보였는데, 그중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객석에 앉아 리허설을 보는데, 오케스트라의 첫 소절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눈물이 났다.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창문을 연 듯한 느낌이었다. 베를린 필은 매년 꼭 오페라 작품을 하나씩 연주하는데, 그들이 만들어내는 오페라는 굉장히 특별하다. 교향곡을 연주하며 다저온 모든 지식을 오페라 안에 녹여내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들의 오페라 연주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경기필이 이런 아쉬움을 채워줄 수는 없을까. “오케스트라 심포니와 오페라, 두 가지 스타일을 모두 소화하는 오케스트라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모두를 접하는 것은 다른 단계의 표현력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내가 지금까지 본 한국의 시스템에는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없는 것 같다. 작품을 올릴 때마다 매번 오케스트라를 고용하는 식이다. 이건 경기필에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휘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가치나 음악의 가치 모두 ‘교감’이라는 단어에 있다.”

마땅히 지녀야 할 무게 최근 경기필에 대한 평단과 관객의 호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티켓 판매율도 높아졌을뿐더러 그 속도도 빨라졌다. 올해 4월 교향악축제의 경기필 공연은 매진되기도 했다. 자네티는 종종 정기공연을 앞두고 경기필하모닉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사를 전한다. 높은 수준의 연주와 함께 관객에게 더욱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모든 일에는 항상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홍보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객에게 다가가는 만큼 그들 또한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교감’이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지휘자로서 느끼는 가장 큰 가치나 음악의 가치 모두 ‘교감’이라는 단어에 있다. 오케스트라와의 교감은 물론 관객과의 교감도 중요하다. 공연은 그날 우리가 관객으로부터 받는 분위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경제적·환경적 어려움을 겪는 지금, 우리는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야한다. 무대에 오른 그 순간부터 내려오는 순간까지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공연을 찾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며 무언가 마음속 깊이 간직할 수 있는 것을 담아가길 바란다. 겉에서 금방 사라질 것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피어나 그들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를. 이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고, 바라는 것이다.” 젊은 연주자들과의 협업 또한 경기필이 ‘교감’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젊은 음악가들이 주는 에너지가 굉장하다. 올 한해만 해도 굉장히 재능있는 연주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경기필은 국공립오케스트라로서 많은 역할과 책임감을 지닌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젊고 재능있는 음악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활동은 소외된 지역에 음악을 전하는 것.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 힘든 곳을 찾아 연주하는 것도 우리에게 중요한 미션이다. 지난 4월엔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안산시에서 열린 공연에 참여했다. 한국 작곡가 이은선의 ‘물 속에서(Im Wasser)’를 연주했는데, 굉장한 감동과 의미로 다가왔었다. 이런 의미 있는 일에 경기필이 함께할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고 감사했다.” 자네티는 불과 며칠 전 경기필과 2년 임기 연장 계약을 마쳤다. “이제 시간적 여유가 더 생겼으니, 경기필과 함께할 목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꺼내어 볼 생각이다. 브람스 레퍼토리를 모두 다루고 나면 슈만 교향곡 전곡도 연주해 보고 싶다. 모차르트 레퍼토리도 늘려갈 계획이고, 말러 교향곡 또한 매년 선보이려 한다. 베토벤 사이클 또한 계속해서 이어갈 생각인데, 임기가 끝나갈 시점에 일주일간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것이 내 최종적인 목표다.”

 

 

 

서울시오페라단 ‘돈 조반니’

10월 30일~11월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이경재(연출)/마시모 자네티(지휘)/한규원·정일헌(돈 조반니)/ 손혜수·심기환(레포렐로)/이상은·권은주(돈나 안나) 외

마시모 자네티/경기필 ‘돈 조반니’ 콘체르탄테

11월 3일 오후 5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마시모 자네티/경기필 마스터시리즈 12

12월 3일 오후 8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12월 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토벤 교향곡 ‘합창’

Leave a reply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