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바턴 리사이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12월 29일 9:00 오전

GAEKSUK EYE’S from Germany

제이미 바턴 리사이틀 2021.11.30

치유의 힘 느끼게 한 메조소프라노

(c) Bree Anne Clowdus

지난 11월 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가까스로 회복되던 독일 공연계가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한 극장에서는 합창단원 중 코로나 확진자가 열세 명이나 나와 합창단 없이 오페라를 올리는 등 혼비백산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극장들은 아예 공연을 취소하고 문을 닫았고, 나머지는 방역을 더욱 강화했다. 프랑크푸르트 오페라는 ‘2G플러스’, 즉 코로나에 걸린 후 회복됐거나(genesene) 백신 접종을 완료했어도(geimpft) 공연 전 48시간 이내의 PCR 테스트 혹은 24시간 이내의 신속 테스트 결과를 제시할 경우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방역 정책을 강화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지난 11월 30일에는 메조소프라노 제이미 바턴(1981~)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코로나 기간 중 그녀는 작곡가 제이크 헤기(1961~)와 의기투합하여 음반 ‘예상치 못한 그림자’(Pentatone)를 발표했고, 음반은 2022년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클래시컬 솔로 보컬 앨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음반 프로모션을 겸한 이번 리사이틀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 런던(2021.12.5), 내년에는 버클리(2022.4.3)와 워싱턴 D.C.(2022.4.6)로 미국 투어를 이어간다. 제이크 헤기는 동명의 영화로 유명한 오페라 ‘데드 맨 워킹’의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다. 성공을 가져다준 ‘데드 맨 워킹’ 이후 오페라 ‘모비 딕’ 외에도 300개 정도의 다양한 작품을 작곡한 바 있다. 그는 바턴 리사이틀의 피아니스트로 동반했고, 작품의 탄생 배경도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음악의 치유는 어디까지 가닿을까

제이크 헤기가 작곡한 ‘음악(Music)’으로 문을 연 리사이틀은 퍼셀(1659~ 1695)의 ‘음악은 잠시 동안’, 슈베르트(1797~ 1828)의 ‘음악에 부쳐’로 이어졌다. 음악이 가진 변화의 힘, 치유의 능력, 인간성 회복의 가능성을 노래한 두 사람은 이어서 프라이스(1887~1953)와 브람스(1833~1897)의 가곡으로 1부를 마무리했다. 2부의 문은 슈베르트의 연가곡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으로 열었다. 연주의 하이라이트는 헤기가 작곡한 ‘상징적인 유산들: 스미스소니언의 영부인들’이었다. 엘리너 루스벨트·매리 토드 링컨·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바바라 부시까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된 영부인들의 물품에 영감을 받은 이 연가곡은 직설적인 텍스트와 헤기의 음악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섬세하게 감응하는 바턴의 다채로운 표현력이 더해졌다. 관객은 바턴의 파격적인 독일 가곡 해석과 지극히 미국적인 헤기의 작품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었다. 일부는 환호했지만, 일부는 의례적인 박수를 보냈다. 앞으로 예정된 미국 공연에서는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리라 예상하지만, 과연 영국 청중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호기심이 생긴다. 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언어와 역사, 문화를 초월하는 음악의 보편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밤이었다.

글 오주영(성악가·독일 통신원)

<Album Review>
‘예상치 못한 그림자’(pentatone)


“바턴은 최근 음반들에서, 현대 레퍼토리에 대한 능숙함과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 (…) 리사이틀에서 바턴과 헤기는 극적인 표현에서 익살스러움까지 분위기를 매끈하게 이어가, 메조소프라노의 음색은 마치 종처럼 깨끗하다.” -‘BBC 뮤직 매거진’

“강력한 존재감, 화려한 성악 기법을 아우르는 제이미 바턴의 재능 덕에 이 음반은 헤기의 음악적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 헤기가 음악을 다루는 방식, 가곡과 오페라에서 가사를 조이고 푸는 방식은 명확하고도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라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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