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객석’이 추천하는 이달의 신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7월 15일 9:00 오전

INto the Book

예술,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글 임원빈 기자

아날로그 오디오 김기인 저|북커스|148,000원

대중의 취향이 더 세밀하게 나눠지면서, 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행했던 미드센츄리 풍의 가구와 인테리어 등이 조명을 받는 가운데, 스피커와 턴테이블 등 아날로그 감성의 기기들이 대거 대중 속으로 유입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는 건 단연 오디오 기기이다. 오디오·레코드 평론가이자 심리음향 전문가 김기인은 직접 시청한 기기들을 중심으로 애호가의 입장에서 쉽게 오디오 기기를 풀어낸 책을 발간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바이닐과 턴테이블부터, 음향을 결정짓는 파워앰프를 시작해 리시버와 다양한 종류의 스피커 등이 소개된다. 무엇보다 다양한 취향에 맞게 클래식 음악·재즈·팝·가요 등 장르별 추천 LP도 소개되어 있으며 데카(Decca), RCA 등 주요 음반사들의 초반 LP 재킷과 라벨 사진 등을 통해 음반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384

 

지휘의 발견

존 마우체리 저|이석호 역|에포크|20,000원 책을 낭독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의도에 따라 주인공들의 성격은 달라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지휘자에 따라 음악의 목소리가 달라진다. 하지만 음악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악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악보의 지시어가 상세하다고 해서 그게 음악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낭독해줄 사람은 존재한다. 악보의 행간을 읽고, 작곡가와 그 시대를 들여다보고, 100여 명의 단원이 연주하는 다양한 악기 소리를 이해하는 한 사람. 바로 지휘자이다. 지휘자 존 마우체리(1945~)는 50여 년의 세월 동안 스코티시 오페라, 워싱턴 오페라,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의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지휘자가 음악을 풀어내는 비밀을 추척해왔다. 그의 또다른 저서 ‘클래식의 발견’에서 작곡가와 음악을 듣는 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번 신간에서는 지휘자의 역사와 지휘자의 언어와 바통 테크닉을 비롯해 지휘자가 음악 외적으로 관계 맺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다루며 온전히 지휘자의 생애가 담겨 있다.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박치용 저|홍성사|20,000원 지휘자 박치용은 서울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26세에 서울모테트합창단을 설립해 30여 년간 이끌며 바로크부터 동시대 음악까지 폭넓은 음악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들이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종교음악으로, 유구한 시간 동안 꾸준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성가곡을 비롯해 역사 속에 기록되어야 할 음악들을 발굴해왔다. 책은 지휘자 박치용이 합창단을 이끌며 느낀 회고와 함께 서양 음악사와 흐름을 나란히 한 종교음악에 대한 그의 깊은 고찰이 글속에 녹아 있다. 또한 그동안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선보여온 루터의 ‘아름다운 대지’ 바흐의 ‘예수는 우리 기쁨’ BWV227 등 68개의 성악 작품들에 대한 해설과 작품의 QR코드를 삽입하여 영상을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배려했다.

 

 

 

박찬욱의 오마주

박찬욱 저|마음산책|19,000원 최근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박찬욱 감독은 감독 시절부터 여러 매체에 틈틈이 기고해온, 글 잘쓰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그는 감독 데뷔 이전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며 평론집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비디오드름’를 발간했는데, 기존의 책에 소개된 70편의 영화를 포함해 새로운 영화 평론 55편을 더해 총 125편의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책에 담았다. 국내 미개봉작을 비롯하여 본국에서도 외면당한 ‘저주받은 걸작’, 새롭게 해석된 ‘컬트영화’ 등도 다루고 있어 책을 통해 박찬욱의 작품세계가 형성된 배경을 엿볼 수 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아이다호’, 조나단 드미의 ‘양들의 침묵’ 등의 걸작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장르의 영화까지 폭넓게 담겼다. —————————————————————————

 

 

 

 

 

포토그래퍼 김용호 40년의 사진 아카이브를 담다

포토 랭귀지 김용호 저 | 몽스북 | 39,000원

사진가 김용호에 대해 가장 쉽고 빠른 수식어는 이렇다. ‘그렇게 찍기 시작한 사람’. 호텔처럼 멋진 장소에서 옷이 잘 보이도록 포즈를 취한 사진만이 패션 업계의 주류였을 때, 그는 작업을 위한 장소로 골목, 길가, 하천을 골랐다. 시인 김남조는 그를 “사진가이기보다는 사상가”라고 말했다. “내 작업의 목표는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형식은 본질의 표면이나, 진실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다.”(본문 중) 스토리를 가진 그의 사진은 각 분야에서 대활약했다. 매거진 ‘보그’ ‘엘르’ ‘바자’ ‘GQ’에서의 작업은 패션 사진의 대표작으로 남았으며, 현대카드·삼성전자·KT 등 기업과 작업했다. 그의 사진은 상업 사진 최초로 전시되고 판매됐다. 그간의 작업물을 모아 발행한 이번 신간 ‘포토 랭귀지(몽스북)’는 그가 이룩한 창작에 대한 영감의 기록이며, 아카이브다. 책은 작가로서의 거창한 사진관을 담거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지 않는다. 얼핏 보기에는 사진집처럼 구성되어 사진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단숨에 파악할 수 있다. 거기에 곁들인 글은 사진에 대한 뒷이야기이자, 작업을 대하는 그의 ‘새로움’에 대한 노력이다.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은퇴 후 말년을 유유히 즐기는 한가로운 작가가 아닌 전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 말 그대로, 최근에 그는 고 이어령(1934~2022) 선생의 사진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사계의 노래_사(私)적인 계절의 노래’에도 작품을 올리며 활동하고 있다. 책을 통해서도 일찍이 그가 ‘피안’ ‘매화’ ‘몸’ ‘신여성’과 같은 예술 사진으로 주목받았으며, 백남준 등을 담은 ‘한국문화예술명인’전을 통해 예술인들과의 작업을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수년간 ‘객석’의 표지 촬영을 담당하기도 했다. ‘상품’과 ‘작품’ 사이, 그 경계의 지경을 넓혀온 도전적인 아티스트로서의 여정이 담긴 기록을 읽어 내려가며, 앞으로 문화예술계에도 남길 그의 행보는 어떤 모습일지 추측해보는 것은 어떨까.

 

 

INTERVIEW
김용호

책에 수록된 사진은 어떤 기준으로 골랐나. 책에는 스토리 위주의 이야기가 있는 것을 골랐다. 궁극적으로는 전시를 하는 것이 목표인데, 그때가 되면 사진만으로도 감상의 의미가 있는 것들도 선보이고 싶다.

책에는 1980년대에 찍은 브랜드 카탈로그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작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 게 놀라운데…. 80년대 것도 있었나?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이렇게 연도도 잘 못 외우지 않나. 단지 문제를 분석해나가는 추리력이 있는 것 같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라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비주얼 내러티브’적인 사진을 찍는 것은 당시에 무척 획기적이었다. 이러한 작업 형태에 영향을 준 것은 무엇이었는지.

나는 단순 반복을 싫어한다. 클래식은 몇천 년을 이어온 테크닉을 수없이 반복해서 최고의 결과를 내지 않나. 내가 못 하는 부분이라 그들에 대한 존중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방식에 맞출 필요는 없다. 나는 차별화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새로운 걸 좋아했다. 더 멋진 점프를 위해 수천 번을 뛰느니, 그냥 바닥에 누워서 파닥거려 보는 게 어떨까 싶었던 거다. 성향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반복을 통해 결과를 내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새로움을 찾는 게 더 쉬웠다.

상업적인 작업을 했지만,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그 경계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상업 사진이라고 하면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는 것이고, 예술 사진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일 테지만 양쪽을 구분 없이 최고의 작품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그 경계를 없앤다. 사실 예술 사진도 궁극적으로는 팔리길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돈을 먼저 받든, 나중에 받든, 기념비적인 작품을 만들면 작품이나 상품의 개념은 없고 다 작품에 해당하게 된다. 사실 중세의 미술을 생각하면, 다 돈을 받고 그린 상업 작품들이지 않나.

얼마 전 마친 고 이어령 선생의 지난해 2월부터 1년여 간의 시간을 담은 사진전 ‘모던보이와 함께한 오후들’도 인상 깊었다. 편찮으실 때의 촬영이 쉽지 않았을 텐데. ‘한국문화예술명인’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던 차였다. 선생님께서 암 투병 중이시고 스스로 연명치료를 거부하셨다는 소식에 마음이 일었다. 삶의 마지막에 대한 고귀한 선택에 존경심을 가지고 시작했다.

사진전의 포스터 사진이 강렬한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 아프리카 속담에 ‘노인 한 분을 잃는다는 것은 도서관 하나를 잃는 것과도 같다’는 말이 있다. 포스터 속 얼굴이 있는 자리에 이어령 선생의 서재가 있는 이유다. 유족들의 반대로 인해 전시에서는 사용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기록으로서만 사진을 대하는 것이 대세지만, 무엇을 찍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표현했는지에 집중한 사진이다.

최근에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사계의 노래_사(私)적인 계절의 노래’에도 사진으로 참여했다.

원일 감독과 원래 친분이 있는 사이였고, 오래전부터 이야기를 나누곤 있었다.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연주자들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인물 촬영이 아니라서 사진의 정확도보다는 감정을 드러낼 방법을 추구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의 작업을 보고 음악평론가 윤중강이 “그동안 무대에서는 드러내기 주저했던 모습이, 한 사진작가의 사진을 통해서 비로소 드러낸 것”이라고 호평했다. 앞으로도 공연 예술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지난해 건축가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작가로 구성된 예술 단체 AES+F가 오페라 ‘투란도트’를 표현한 작품을 보았는데, 그런 형태의 작업이 창의적이라고 느껴졌다. 종종 무대에서 영상이나 미디어아트가 활용될 때 자체의 완성도만 높지만, 무대의 주인공인 연주자를 압도하게 되는 결과를 본다. 이번 공연에서도 이런 점이 아쉬워서 연주자들을 찍은 사진이 화면 가득 나오길 바랐고, 연출에 잘 반영되어 만족스러웠다. 다음 기회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할 수 있으면 더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김용호

———————

“좋은 광고 사진은 직관적이고 명료하며 동시에 미학적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너무 직관적이면 촌스럽기 쉽고, 너무 감각적이면 설명이 불충분해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카드 레드카드의 광고 사진은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킨 역작이다.” (본문 중) ©김용호

이어령, 개인 작업(좌) ©김용호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사계의 노래_사(私)적인 계절의 노래(우) ©경기아트센터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