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LG아트센터 서울, 화제의 공간 속으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11월 14일 9:00 오전



화제의 공간 속으로

국립현대미술관&
LG아트센터 서울

새로운 감각을 열어주는 예술 공간을 직접 체험하다

11월, 국립현대미술관과 LG아트센터 서울은 특별한 예술 공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국립현대미술관은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일환으로 키네틱 아트 작가 최우람의 ‘작은방주’를 여러 공연예술가와 협업해 선보인다. 공연에는 피리연주자 박지하, 99아트컴퍼니(안무 장혜림), 첼로가야금(김 솔 다니엘·윤다영) 등이 함께한다. 이를 통해 조용한 미술관이 움직이는 공연과 소리들로 가득 찰 예정이다. LG아트센터 서울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었다. 공연 시간에 딱 맞춰 갈 필요가 없다. 공간을 음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LG아트센터 서울은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도 예술을 즐기고 음미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변화 시킨다.

PART 01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작은 방주’_임원빈
PART 02 LG아트센터 서울 개관_허서현



PART 01

공간예술과 시간예술의 만남

국립현대미술관 ‘작은 방주’

구원은 어디에서 가능한 걸까? 그가 꿈꾸는 미래의 안녕을 들어보는 시간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현대자동차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중진작가들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를 선보여 오고 있다. 올해는 키네틱 아트를 통해 기계생명체를 창조해온 최우람 작가의 작품을 조명했다. 최우람(1970~)은 한국 최초의 자동차 ‘시발(始發) 자동차’의 창업 주인 최무성의 손자이다. 비행기 조종사를 꿈꿨던 그의 할머니는 그를 늘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는 여의도공원에 데리고 다녔고, 자연스레 자동차와 기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제어계측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서양화를 전공한 부모님의 조언으로 중앙대 조소과에서 수학하며 기계와 조소의 미학 속 연결고리를 탐미하기 시작했다. 미술을 전공했지만 공학적 기술은 청계천의 작은 공장 사장님들로부터 익혔다고 한다. 이번 전시 중 주요 작품인 ‘작은 방주’는 세로 12미터, 최대폭 7.2미터에 이르는 대형 작품으로, 작곡가 이이언의 사운드가 어우러져 20분간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최우람은 새롭게 바뀐 작업 방식에 대해 “이전 작품들도 동작이 연출 되었기에 짧은 퍼포먼스 형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계기로 ‘안무’라는 단어를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에는 음악, 무용, 전통예술이 작품과 함께 어우러질 예정이다. 최우람을 만나기 위해 작업실을 찾았다. 기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건 커다란 검은 문이다. 대형 작업이 많은 탓에 1층과 2층을 트고 큰 문을 설치했다고. 작업실을 들어가니 각종 부품이 서랍에 정리되어 한 벽을 가득 채우고 있고, 2층의 작업실 벽엔 작품 ‘하나’와 ‘빨강’의 소재가 된 타이벡 섬유 샘플이 정돈되어 있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 총 53점 중 49점이 신작입니다. 큰 프로젝트가 끝난 만큼 조금은 후련할 것도 같아요.

모든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작업이 다 끝나고 나면 후련함보다는 공허함이 있습니다. 마치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야호”를 외치고 난 뒤 멍해지는 것과 같은….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겨를이 없어요. 실제로 써보지 않았던 시스템들이 많고, 퍼포먼스 역시 첫 시도여서 전시를 시작하고 거의 2주 동안 미술관으로 출근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전히 공연 중인 느낌인 거예요.(웃음) 아마 작품을 다 철수하고 다음 전시를 위해 공간이 다시 비워졌을 때 그때 그 허전함이 올 것 같아요.

세상을 향한 질문이 나에게 향할 때

작품에 쓰인 재료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기존의 금속성이 강조된 작품과 달리, 인공 짚과 폐종이상자, 3D 프린트 레진 등이  외형에 쓰였습니다.

이전에도 비닐봉지(‘파빌리온’), 전선(‘허수아비’) 등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만들었었는데, 아무래도 기계생명체 작가로 알려지면서 그 작품들을 사람들이 잘 기억 못하는 것 같아요. 물론 이번 작품에도 금속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요. 기계생명체는 아니어도 기계는 기계니까요.

 

 

 

 

 

‘작은 방주’는 어린 시절 그렸던 그림과 연결되는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수십 년 전 그림을 그렸을 때 영감이 되었던 당시의 상황이 다시 그림을 꺼낸 지금과 어떻게 다른가요?

어린 시절 냉전시대를 간접적으로 겪으며 핵전쟁이 일상적인 이야기로 느껴졌거든요. 어린마음에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섬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데리고 갈 거야’라고 생각하며 고래 로봇 설계도를 그렸었어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그때의 그림을 다시 꺼냈는데, 그 그림이 지금도 유효하더라고요. ‘예나 지금이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여전히 세상은 방주를 필요로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로봇을 꿈꾸었지만, 이제는 예술이라는 언어로 실현된 거겠죠.

질병, 북한과 러시아의 핵위협, 환경오염 등에 둘러싸인 오늘날의 상황에서 예술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느끼나요?

저 또한 한 인간일 뿐인데 무슨 역할이 있겠습니까. 다만 살아오면서 느낀 것을 잘 축척해두었다가 작품으로 표현할 뿐입니다. 인간 내면이 뒤엉켜서 만든 집단의 권력이라는 욕망 구조 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작품 주제의 소재가 정치·사회 이슈로 옮겨가기 시작했던 때가 2012년부터인 것 같습니다. 사회의 소통부재를 다룬 ‘쿠스토스 카붐’(2011), 자유와 권력의 모순을 풍자한 ‘오로보로스’(2012)도 그때 작업이죠. 정치와 사회적 이슈를 작품으로 다루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당시 선배들이 정치·사회문제에 직접적으로 비판을 했다면, 저와 또래들은 한 발짝 떨어져 애써 무관심하려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2012년부터 그런 운동들이 이질적인 목소리가 아닌 ‘나꼼수’와 같은 팟캐스트를 통해 유쾌하게 다뤄지더라고요. 이전에 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들으며 ‘눈에 보이는 사회의 모습이 다가 아니고, 내가 그것들에 대해 애써 무관심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 벌써 너무 흥미로웠어요.

 

작품의 숨 쉴 틈을 음악으로 다시 채우다

‘작은 방주’의 안무디자인과 사운드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작곡가인 이이언이 참여했습니다. 음악을 입히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음악은 너무 강력한 감정을 한 번에 이입시키니까 반칙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이전에는 기계의 동작에서 사색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기계 소리를 줄이려고 했는데, 또 너무 조용해져서 오히려 비어버린 그 공간을 무언가로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이웃주민인 소설가 김영하 작가의 소개로 ‘작은 방주’가 거의 완성될 시점에 이이언 작곡가를 만났어요.

이번 작품에는 공연의 연출적인 요소도 있기 때문에 작곡가와의 작업이 더 긴밀했을 것 같아요.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이이언 작곡가가 동작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저와 함께 안무를 디자인했습니다. 이어언 작곡가의 아이디어로 움직이는 모든 날개의 동작을 새롭게 디자인한 사운드와 일일이 매칭 했어요. 140개의 모터로 동작하는 날개의 안무 자체가 음악을 만드는 형태인거죠.

이번 전시는 음악, 무용, 전통예술이 어우러집니다.

다행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모를 통해 좋은 예술가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때로는 제목이나 표제가 감상의 폭을 제한할 수 있는 것처럼, 부제를 가진 음악과 무용 때문에 감상의 제한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이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은 없나요?

오히려 너무 재미있죠. 그 예술가들도 제 작품과 협업할 때는 일단 먼저 관객이 되겠죠. 그렇게 느낀 감정을, 다른 분야의 예술가로서 무용과 음악으로 표현해준다면 흥미진진할 것 같아서 저는 오히려 기대됩니다.

이외 작품 감상의 팁을 나누어준다면?

저는 느낌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할 뿐이고, 이후는 관객의 몫이기 때문에 팁을 드리기보다는 오디오 가이드나 작품의 설명을 관람이 다 끝난 다음에 참고하는 걸 추천합니다. 친구들과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눌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최우람 ‘작은 방주’
협업 음악가 김 솔 다니엘

아픔을 나누는 법

공간예술인 미술과 시간예술인 음악의 만남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는 소감이 궁금하다.

클래식 음악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한 ‘음악가’가 되고싶어 가야금연주자 윤다영과 장르의 ‘경계 허물기’를 한 지도 6년째이다. 미술 작품과의 협업을 늘 꿈꿔왔는데 이렇게 훌륭한 작가님과의 협업이 첫 작업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작품의 의미를 보존하면서도 가야금과 첼로를 작품 속에 녹여내기 위해 무엇에 가장 신경 썼는가?

다른 예술가와의 협업은 늘 조심스럽다. 최대한 작가님을 이해하고 작품의 의도와 의미를 고민했다. 마치 작품끼리 주고받는 대화처럼 구성하려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어떤 작품에서는 음악이 주목받기도, 전시 작품이 주목받기도 할 것이다.

이번 전시 중 가장 영감이 되는 작품을 한 가지 꼽는다면?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 앞에서 팬데믹 때 작곡된 ‘아리랑-19’를 연주할 예정이다. ‘하나’는 방호복 재질로 만들어져 하얀 국화를 상징해 코로나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 코로나의 희생을 기록했듯, 첼로와 가야금의 음색을 통해 코로나의 아픔을 기록하려 한다.

 

임원빈 기자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EXHIBITION INFORMATION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작은 방주’

9월 9일~ 2023년 2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PART 02

개관을 기념하며 15편의 야심작 선보인다

LG아트센터 서울

화제의 공연들은 새로운 마곡의 시대를 열어줄 것인가. LG아트센터 역삼 시대의 화제 무용작 BEST 5를 돌아보고, 개관 당일인 10월 13일의 취재기도 담아본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서울시 강남 역삼동에서의 역사를 마무리하고, ‘LG아트센터 서울’이 강서구 마곡 지구에 자리 잡았다. 공연장과 연결된 서울식물원 건너편으로는 LG 연구개발단지가 보인다. 직접 방문해보면 예술과 사람, 자연과 기술을 연결하겠다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아이디어가 십분 이해된다.
LG아트센터의 이전은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되면서 시작됐다. 2005년 공연장이 속한 건물이 GS그룹의 소유가 되면서 그동안 임대해 유지해왔다. 올해 초 개관을 예정했던 마곡의 새 공연장은, 공사가 미뤄지며 지난 10월 13일 사이먼 래틀/런던 심포니(협연 조성진)를 선보이며 개관을 선언했다. 12월 18일까지, 총 15편의 개관 페스티벌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화려한 무용 공연 라인업의 부활?

11월 18일부터 이틀간 아크람 칸(1974~)의 신작 ‘정글북: 또 다른세계’가 개관 페스티벌 공연으로 오른다. 아크람 캄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안무가이자 무용가로, 인도 전통무용 카탁(Katak)과 현대 무용을 접목해 독창적 안무를 선보이며 영국이 자랑하는 현대무용가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LG아트센터에서는 그의 ‘버티컬 로드’(2011), ‘데쉬’(2014) 등의 공연을 선보이며 한국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넷플릭스가 재작년 공개한 6부작 다큐멘터리 ‘무브’의 마지막 편에는 아크람 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터뷰에 출연한 아크람 칸의 어머니는 “아크람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애가 전 인류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는데, 그의 이번 작품에도 이러한 성향이 잘 드러난다. 최신작 ‘정글북: 또 다른 세계’에는 황폐해진 근 미래, 동물들이 지배하는 땅에서 고향을 잃은 난민 모글리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가 담겼기 때문이다. 실제 무용수의 움직임을 모션 캡쳐해 작업한 애니메이션이 어우러지며 강렬함을 선사한다. 올해 4월, 영국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아시아 최초로 한국을 찾는다. 아크람 칸이 그간 LG아트센터에서 한국 관객과 친밀도를 쌓은 안무가라면, 11월 25일부터 이틀간 찾아오는 요안 부르주아(1981~)는 호기심이 쌓인 안무가다.
애플(Apple)의 에어팟, 패션 브랜드 갭(GAP)의 광고로 잘 알려진 그는, 트램펄린·추·시소 등을 활용해 중력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다. 서커스에서 시작된 그의 예술 여정은 프랑스 파리 팡테옹에서 촬영된 ‘위대한 유령’(2017)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0년 LG아트센터는 디지털 스테이지 ‘CoM+On’에서 이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정글북: 또 다른 세계’
공동 연출가 메이빈 쿠

위기에 대한 춤의 시선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내한은 새로운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

서울은 여러 해 동안 공연으로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도시다. 새로운 장소와 관객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들이 우리에게는 곧 예술이 된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도 새로운 것을 느끼고, 한국과 새롭게 연결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정글북’은 잘 알려진 소설인데, 특별히 이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크람 칸의 진정성에서 비롯되었는데, 그가 미래의 딸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선보일 ‘정글북’은 아버지가 전하는 이야기다. 위급함이 느껴질 이야기지만, 예술적 상상을 거치면 아이들에게 진솔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연에서 영상이 적극 활용된다. 이러한 연출과 구현에 어려움은 없었나.

영상의 사용은 서사적 맥락에 완성도를 높인다. 영상에서 표현되는 것은 대부분 과거의 추억인데, 아크람과 닉 힐렐을 비롯한 팀원들이 매우 아름답게 표현했다. 단순하지만 시적이며, 향수와 멜랑콜리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정서들은 작품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

아크람 칸의 모든 작업에 특별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란 없다. 우선, 그는 청중이 직접 경험하면서 스스로 질문을 가져보길 원한다. 기후 위기에 대한 시선과 관점을 통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도덕적 양심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요안 부르주아가 만들어내는 광경은 ‘이질적’이다. 시각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비트는 그의 작업물에 대한 감탄은 영상을 통해서 익히 전달된 바, 실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이 무엇일지 더욱 기대된다. 이번 내한에서는 ‘기울어진 사람들’, 그리고 그의 솔로작 ‘푸가/트램펄린’을 선보일 예정.

공연장에 콘텐츠를 담아라!

11월 개관 페스티벌에는 다비트 라일란트/국립심포니(협연 선우예권)(11.13) 공연과 더불어 블랙박스 극장인 ‘U+스테이지’의 장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다크필드 3부작(~11.19, 코마·고스트쉽·플라이트) 등이 진행된다. 12월에는 안무가 김설진과 김재덕(12.2·3), 소리꾼 이자람(12.9·10),파보 예르비/도이치 캄머필하모닉(협연 클라라 주미 강, 12.11)이 공연의 열기를 이어간다.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12.15~18), 뮤지컬 ‘영웅’(12.21~2023.02.28)은 그간 연극과 뮤지컬 공연으로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던 LG아트센터의 아성을 느낄 수 있는 라인업이다. 이전을 통해, LG아트센터는 이제 단관 공연장을 벗어났다. U+스테이지를 통해 공연의 다양성을 꽤 할 수 있다.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열려 있다. ‘건축학교’ ‘몸으로 예술놀이’ ‘퇴근킬 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이 개관과 함께 진행 중이다. 다양성을 꽤 하며 새로운 랜드마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LG아트센터가 그 새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연다.


LG아트센터의 무용 화제작들

요안 부르주아 ‘기울어진 사람들’ ©Geraldine Aresteanu

피나 바우쉬 ‘카네이션’(2000) 피나 바우쉬의 무대는, 한국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빔 반데키부스 ‘블러쉬’(2003)
벨기에 무용가가 선보인 격렬한 움직임은 ‘제대로 된
문제작’이었다

매튜 본 ‘백조의 호수’(2003)
메가 히트작. 가녀린 여성이 아닌 남성 백조를
탄생시키며 고정관념을 산산 조각냈다

 

 

 

 

 

 

 

 

 

사샤 발츠 ‘육체’(2004)
전위적인 예술 정신으로, 몸에 대해 자신만의 집요한
관점을 가진 안무가. 그 탐구의 위대함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보리스 에이프만 ‘안나 카레니나’(2009)
러시아 드라마틱 발레의 거장이 부활시킨
톨스토이의 명작. 고도로 훈련된 에이프만 발레단의
무용수들이 함께 했다.

 

 

 

 

 

 

 

 

 

 


LG아트센터 서울의 건축 오디오 투어 & 시그니처홀 개관공연 리뷰

내레이션 따라, 공간의 음향 따라

안도 다다오가 지은 공연장에서 첫 음이 열리던 순간

사이먼 래틀/런던 심포니(협연 조성진) ©김윤희

10월 13일 LG아트센터 서울의 개관 공연이 있었다. 오후 7시 30분 시작이었지만, 공연장 안에는 낮부터 건물을 둘러보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편의 시설을 아직 완벽하게 갖추지 않아 휴게공간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사람들은 시간을 들여 건물을 찬찬히 더듬어 보고 있었다. 그럴 가치가 있다고 표방하듯, 건물 여러 곳에 ‘건축 오디오 투어’ 안내 책자가 놓여있었다.
‘건축 오디오 투어’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1941~)가 디자인한 LG아트센터 서울을 구석구석 살펴 볼 수 있는 상시 관람 프로그램이다. 지하 2층과 지상 3층으로 된 건물 전체에 8개의 QR코드를 배치하여 방문자가 직접 찾아가는 방식이다.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박해수가 한 단계씩 각 공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전해주기에 지하 2층에서 책자를 빼들고 한 층씩 밟아 올라가는 것이 좋다. 내레이션은 건물의 외관을 비롯하여 건축 과정과 방식을 의미와 함께 풀어준다. 다른 오디오 기기없이 모바일로 접속하는 방식이며, 8개의 장소를 찬찬히 둘러보는 데는 약 한 시간이 소모된다.

 

LG아트센터 서울의 건축 과정에서 계속된 우려는 서울 중심부에서 살짝 비껴간 공연장의 위치라는 점이었다. 강서구 마곡중앙로는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가 만나는 곳으로 김포공항과 가깝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이 사실을 수용하면서,공연장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구조에서 찾았다. 공연장을 지하철 출입구와 바로 연결하되, 이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것이다. 두 장소를 긴 통로와 엘리베이터로 연결하지 않고, 넓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공간을 열었다. 지하 2층의 지하철 출입구에서는 공연장의 로비가 보였고, 공연장 3층 로비에선 지하 1층이 훤했다. 계단을 엇갈려 놓지 않고 한 방향으로 연결했으며, 각 층은 천장 없이 복층으로 이어져 다섯 층이 한 공간으로 묶였다. 다만, 장애인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는 모두 건물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열린공간과 연결되지 않은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시그니처홀 개관 공연은 사이먼 래틀/런던심포니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 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이 공연의 핵심은 최고라 불리는 두 아티스트의 만남이었지만, LG아트센터 서울
공연의 핵심은 두 아티스트와 오케스트라 연주가 시그니처홀에서 어떤 울림을 연출할지가 관건이었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다양한 음색을 들어 볼 수 있는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그리고 라벨의 ‘라 발스’ 등을 연주했다. 단정적으로, 잔향이 너무 짧았다. 아름답게 울려퍼져야 할 선율을 홀이 받아내지 못했다. 이러한 타격은 몸통이 작아 울림이 빈약한 바이올린이 받았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시나무처럼 떠는 고요한 연주 주법들이 거의 정적에 가까웠다. 활 방향을 바꿔야 하는 긴 음들은 홀의 울림이 움직임을 가려주지 못해 그때마다 두 음으로 나뉘어 들렸다. 관객의 박수 울림마저 건조했다. 그러나 관악기는 달랐다. 짧은 잔향 덕에 화려하게 움직이는 관악기의 패시지들이 한음 한음 선명하게 들렸고, 크고 작은 다이내믹은 극적으로 표현됐다. ‘라 발스’에서 관악기가 건네는 감동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피아노 역시 모든 음이 또랑또랑 다가와 연주자의 손놀림이 더욱 괴연해 보였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처럼 클래식 음악 장르를 선두에 세운 공연장은 아니다. 개관 페스티벌 일정도 기존의 LG아트센터가 강점을 보였던 무용을 비롯하여, 재즈·뮤지컬·판소리·대중음악·연극·마술 등 다양한 장르다. 그러나 개관공연을 클래식 음악, 그리고 피아노 협연으로 선택한 것은 그들이 선보이고 싶은 게 무엇인지 말해준다. 하반기에 남은 두 개의 클래식 음악 공연을 거치면서 이러한 현장의 아쉬움들이 차츰 개선되길 바란다.

 

이의정 기자 사진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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