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츠 주립극장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2월 13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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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츠 주립극장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2023.4.28

정통 오케스트라로 맛을 낸 재즈의 경쾌함!

지휘자 한주헌, 현지의 호평을 끌어내다

미국의 천재적인 사기꾼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이 오스트리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린츠 주립극장의 뮤지컬 지휘자 한주헌의 지휘로 작년 12월 3일에 첫 무대에 오른 이 뮤지컬은 여러 나라의 관객들까지 끌어들였다.

사기행각에 나서 미국과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주인공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실존 인물로, 현재 74세이다. 감옥살이를 한 그는 연방수사국과의 협상으로 석방된 후 은행 사기행각을 방지하는 보안회사 애버그네일 협회를 설립, 40년 동안 잘 운영하고 있다. 그의 자서전을 대본으로 삼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감독한 동명의 영화(2002)도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프랭크 역을, 톰 행크스가 프랭크를 잡는 연방수사국 팀장 칼 핸레티 역을 맡은 히트 작품이다.

이번 린츠 주립극장의 뮤지컬은 이 영화를 기초로 한 2011년 뉴욕 브로드웨이 작품이다. 테런스 맥널리(극작)·마크 샤이먼-스콧 위먼(노래 가사)·마크 샤이먼(작곡)이 만든 약 3시간의 공연이다. 독일 연극배우로 뼈가 굵은 울리히 비거스가 연출을 맡았다.

 

공항에서 생긴 일

막이 열리면, 갑자기 삼엄한 마이애미 국제공항의 대치 장면이 나온다. FBI 수사팀이 프랑스로 도망가려는 애버그네일에게 총을 겨누며 소리친다.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간파한 프랭크는 대합실 승객들에게 ‘왜 자신이 체포의 대상이 된 것인가를 설명할 여유를 주면, 수갑을 순순히 차겠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브루크너 오케스트라린츠(이하 브루크너 오케스트라)가 한주헌 지휘로 경쾌한 재즈 빅밴드 음악을 연주하며 시작된다. (편집자 주_이 악단은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년을 맞은 2022년 내한하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르쿠스 포슈너의 지휘로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을 선보였다)

이야기는 프랭크의 자서전적 이야기로 전개된다. 16세 때 25달러만 가지고 집을 나온 그는 호구지책으로 가짜 수표를 발행, 흥청망청 놀기만 한다. “여성들이 제복의 남자를 좋아한다”는 아버지의 말이 기억나자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1960년대에 유명했던 항공사 ‘팬앰’의 부조종사가 된다. FBI에게 가짜 수표범으로 추적을 받게 되자 프랭크는 외과의사·변호사·연방정부 비밀 수사요원 등을 가장하며 수사망을 교묘하게 피한다.

가짜 의사로 있을 때, 프랭크는 간호원 브렌다 스트롱을 사랑한다. 두 사람의 결혼식 날, FBI의 추적을 피해 프랭크는 급히 도주한다. 그는 브렌다에게 공항에서 만나 함께 미국을 떠나자고 했지만, FBI가 브렌다를 미행해 프랭크를 공항에서 체포한다.

뮤지컬의 끝은 프랭크와 칼 핸레티의 듀엣, 앙상블의 합창으로 끝난다. 이 장면에서 프랭크는 헨레티의 협상권고를 받아들여 징역이 감형되고, 석방 후 FBI요원이 되어 점점 더 발전해가는 지능 사기범들을 잡는 데에 힘을 보태기로 합의하며 막이 내린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빅밴드 변신 완료

이번 개막 공연은 현지 여러 매체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연출가 울리히 비거스는 고양이와 쥐의 게임 같은 빠른 전환과 범인과 수사관의 관계를 애정 어린 부자관계로 승화시킨 인간애적 연출로 격찬받았다. 프랭크 역을 맡은 게르놋 로미치는 린츠 주립극장에서 2006년부터 솔리스트로 활약한 베테랑 가수로, 재치와 유연성을 가진 사기꾼을 훌륭하게 해냈다. 약혼녀 브렌다 역할을 맡은 셀리나 도스 산토스는 프랭크가 떠난 후 솔로 넘버 ‘날아가! 멀리 날아가’(Fly! Fly Away)를 부른 후 폭풍 같은 박수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비평은 동양인에게 좀처럼 칭찬을 주지 않는 린츠의 ‘오버외스트라이히 나흐리히텐’지가 한주헌의 지휘에 대하여 격찬을 한 것이다. 이 신문은 “청중이 이번 뮤지컬 공연을 위하여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 빅밴드’로 이름을 붙인 브루크너 오케스트라의 첫소리부터 그들의 연주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단골 레퍼토리인 브루크너 교향곡이나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가 아닌 빅밴드 사운드를 노련하게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이어서 “음악감독 한주헌은 우아하고 정밀하게 스윙, 블루스, 보사노바 등의 다양한 음악들을 완벽하게 지휘했다”고 격찬했다. 실제로 한주헌은 이번 공연을 위해 15명 규모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편성을 35명의 빅밴드 재즈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손수 편곡했다. 그는 20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브루크너 오케스트라와 함께 1960년대의 미국의 화려한 스윙 재즈 빅밴드 사운드를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단원들도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신나는 음악에 빠져들어 연주하는 내내 즐거워했다. 그가 음악감독을 맡아 세계 초연한 ‘The Wave’는 2021년 독일 뮤지컬 어워드에서 베스트 뮤지컬 상을 수상했다.

김운하(오스트리아 통신원) 사진 린츠 주립극장

 


INTERVIEW

린츠 주립극장 뮤지컬 지휘자 한주헌

한주헌

린츠 주립극장에서 뮤지컬 공연을 올리는 횟수가 다른 극장에 비해 많은 것 같다.

매 시즌 10편의 오페라 및 오페레타, 10편의 발레, 5~6편의 뮤지컬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보통 한 시즌에 뮤지컬을 한 작품 정도만 올리는 유럽의 타 오페라 극장과 다르게 뮤지컬 횟수를 전략적으로 특화한 것이다. 뮤지컬 지휘를 하면서 200년의 역사를 가진 브루크너 오케스트라와 협업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곳이 유럽의 오페라 극장 중 가장 현대적인, 최신 무대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크다.

국내에서는 뮤지컬이 공연예술계 내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구조다. 유럽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하다.

유럽은 클래식 음악 관객층이 여전히 두껍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웨스트엔드로부터 들어온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들에 대한 젊은 관객층의 호응이 엄청났고, 이제는 유럽 오페라 극장들 또한 시즌마다 뮤지컬을 정규 프로그램에 넣게 됐다. 가파른 뮤지컬의 인기 상승을, 유럽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매 시즌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것도 뮤지컬이다. 린츠 주립극장도 뮤지컬 공연은 거의 만석이다.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민은 공연 문화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제는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만을 즐기던 60대 이상의 관객층도 뮤지컬 공연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오페라든, 뮤지컬이든, 좋은 질의 공연은 관객을 설득한다.

린츠 주립극장에 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원래는 영화음악에 관심이 많아 작곡을 공부했다. 그러다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매력에 빠졌고 만하임 음대 지휘과를 졸업, 독일 작센주 프라이베르그 시립 오페라 극장에서 수석 지휘자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일했다. 그러던 중 린츠 주립극장에서 뮤지컬 지휘자를 찾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전 극장에서 6년을 일해 마침 다른 극장이 궁금하던 차에 지원하게 됐다. 앞서 말씀드린 장점들도 영향을 줬다.

올 한해 린츠 주립극장, 그리고 그 외의 곳에서 어떤 연주를 앞두고 있는가.

이번 시즌 뮤지컬 ‘아나스타샤’를 시작으로, 뮤지컬 ‘피아프’ ‘캐치 미 이프 유 캔’ ‘그레이트 코멧’ ‘펀 홈’으로 이번 시즌 동안 60여 회 공연을 지휘할 예정이다. 2018년부터 맡은 이탈리아 아르코 부활절 페스티벌이 올해 51회를 맞이한다. 지난해 50회 기념 연주에서 피아니스트 게르하르트 오피츠와 협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올해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등의 프로그램을 지휘하게 되어 기쁘게 준비 중이다.

허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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