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장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까지도 2년에 한 번씩 내한하는 ‘새로울 것 없는 이 무지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첫 음을 듣는 순간 이것은 편견임을 깨달았다. 지난 2012년, 창단 60주년과 함께 새로운 악장을 맞이한 이 무지치는 그 어느 악단보다 파격적인 음색을 지닌 단체로 탈바꿈해 있었다.
1952년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졸업한 12명의 연주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이 무지치는 무려 62년의 세월을 지켜왔다. 그간 모든 멤버들은 새로이 교체되었고, 7명의 악장을 거치며 그 스타일도 변화했다. 이들은 그 옛날의 이 무지치가 아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인 방향이든 분명 의미 있는 것이었다. 최근 이 무지치는 1969년생 안토니오 안셀미를 악장으로 맞이하고, 파비오 비온디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의 단원이던 프란체스카 비카리를 멤버로 영입하며 당대 연주의 해석을 수용하는 모던 악기 연주 단체로 돌아섰다.
첫 곡으로 코렐리의 콘체르토 그로소 Op.6-4가 서문을 열었다. “챙챙” 소리가 귀를 울리며 충격을 선사했다. 리듬의 대비를 극도로 강조하며 빠르게 휘몰아치는 위세가 대단했다. 놀란 마음에 프로그램 북을 펼쳐보니 악장 안토니오 안셀미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음악 윤리적으로 무엇이 올바른지 생각한다.”
모던 악기를 사용하지만 연주 방식에 있어서는 그 어떤 단체보다 엄격한 고증을 추구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귀에 익지 않은 당대 연주의 해석이 때로는 공격적이지만 고악기의 포근한 음색 속에 따스하게 감싸 안아들었다면, 이들의 연주는 모던 악기의 화려한 음색 속에 더욱 귀에 튀게 들렸다.
두 명의 바이올린 단원이 솔로로 나선 비발디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를 지나 이윽고 비발디의 ‘사계’가 시작됐다. 완전히 새로운 곡인 것처럼 트릴을 다채롭게 변주하고, 폭풍이 휘몰아치는 스피드로 리듬감을 쥐락펴락하는 짜임새가 압권이었다. 전체적으로 날카롭고 거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마지막 한 음을 듣는 순간까지 머릿속에 든 결론은 단 하나. 기량 좋은 젊은 사운드가 새로운 해석의 ‘사계’를 들려주는데 즐겁지 않을 리 없다!
– 김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