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슈베르트 내면의 깊은 성찰
2007년 창단해 올해 8년 차가 된 실내악단 노부스 콰르텟이 어느새 단원 평균 나이 스물일곱 살이 되어 돌아왔다. 음악적으로도 성숙해졌지만 2500석이 넘는 콘서트홀을 압도할 만큼 확신에 찬 해석과 강렬한 퍼포먼스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험적이고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의미의 라틴어 ‘Novus’처럼, 노부스 콰르텟은 이날 무대도 새롭고 도전적인 음악과 해석으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첫 곡이던 브리튼의 현악 4중주를 위한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와 세 번째 곡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에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을 위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의 주자가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연주했다. 이는 색다른 음향적 효과를 느끼게 했다. 곡을 더욱 세련되고 풍성하게 만든 보잉 역시 돋보였는데, 각각의 악기가 균형 잡힌 화음 안에서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루었다.
노부스 콰르텟은 섬세한 소리 표현이 돋보였다. 특히 곡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첫 곡으로 연주한 벤저민 브리튼의 현악 4중주를 위한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에서 그 특성이 잘 드러났다.
이 작품은 브리튼이 젊은 시절 친구들의 모습을 표현한 곡으로, 노부스 콰르텟은 그 작품 안에 담긴 주제들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현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색채로 변해가는 브리튼 음악의 매력이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
두 번째 곡은 그리그의 현악 4중주 1번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의 명쾌한 보잉과 네 명의 단원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이 돋보였다. 더블스톱(두 개의 현을 동시에 연주하는 주법)과 가늘지만 여리게 떨리는 현의 울림, 순환적인 통합성은 광활한 북구를 담아냈고 강렬한 서주 다음에 이어지는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긴장감 있는 연주는 애틋하면서도 사랑하는 부인과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리그의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마지막 작품은 이날 연주의 하이라이트이자 주제였던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였다. 이 곡은 슈베르트가 병으로 큰 고통을 받을 때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쓴 유언장과도 같은 작품이다. 마치 한 편의 서사시를 떠올리듯 바이올린의 높은 멜로디 라인과 비올라, 첼로의 낮은 멜로디 라인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면서 죽음의 신과 소녀의 대화를 이끌어냈다.
죽음의 신이 속삭이는 장면 역시 생동감이 넘쳤다. 특히 반주 선율만 연주하던 첼로가 이 작품에서는 주선율을 연주하여 파격적이면서도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모든 악장이 단조로 쓰여 어두운 내면이 부각되지만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성숙된 음악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는 슈베르트 내면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밝은 선율 속에서도 그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절망과 운명을 거스르지 못해 결국 라단조 화음으로 곡을 마칠 수밖에 없었던 슈베르트. 그의 음악 앞에 선 젊은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가 ‘오늘을 담백하고 단순하게 살라’고 말하는 것 같아 겸허해지는 순간이었다.
사진 MOC프로덕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