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 금호아트홀
새로운 스타의 탄생
1월 14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2년 만의 무대이자 콩쿠르 우승 이후 첫 국내 무대였다.
양인모는 지난해 3월 제54회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파가니니의 고향 제노바에서 1956년 시작된 콩쿠르는 살바토레 아카르도, 기돈 크레머, 이사벨 파우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 우승자를 배출했다.
12세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양인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 영재로 김남윤 교수에게 배웠다. 2013년 9월 보스턴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 유학을 떠나 미리엄 프리드에게 배우고 있다. 프리드는 1968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다.
정장에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양인모는 첫 곡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K378을 연주했다. 프레이징에 외유내강의 절도가 느껴졌다. 무심히 연주하는 듯한 태도는 신선했다. 한 장 더 넘어간 악보를 원래대로 자연스럽게 넘겼다.
왼손으로 새된 소리를 냈지만 당황하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히 연주에 임했다. 그러한 모습에서 노련함이 느껴졌다. 모차르트 작품의 특성상 피아노 위주임에도 바이올린은 피아노에 종속되지 않고 느긋하게 리드했다. 2악장은 서정적 선율이 돋보였다. 3악장에서는 그의 기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힘을 뺀, 자연스런 연주였다.
모차르트 연주가 끝나고 빈손으로 무대에 등장한 양인모는 “걱정 마세요, 연주할게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작년 3월부터 공부했다는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이 어떻게 작곡됐는지에 대해 맥락을 설명했다. 작곡 당시 정신적 문제가 있었던 슈만의 솔직한 감정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더욱 끌린다고 했다.
연주는 첫 보잉부터 비극적이었다. 양인모는 한 음 한 음을 치열하게 그었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러웠다. 2악장은 서정적이면서 곡의 흐름에 따라 나긋나긋한 연주였다. 절도 있고 처절했다.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3악장에 이어 곡은 피날레로 향했다.
휴식 시간 이후 양인모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연주했다. 그는 이 곡에서 기교적으로 활을 현에 밀착해 연주하는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건반악기를 연상케 하는 균질한 메커니즘으로 음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에서는 내심 흥분했는지 음 이탈이 보이기도 했다. 피아노와 밸런스 면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은 1악장이었다. 느닷없이 도드라지는 부분이 때때로 나왔고, 피아노의 리듬이 끊기기도 했다. 좀 더 정제된 연주가 아쉬웠던 부분이다.
2악장부터 양인모는 흔들림 없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변주곡 부분을 능숙하게 연주했다. 마지막 악장의 속주 시에는 긴장이 풀어지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는 피아노 역시 아쉬웠다.
앙코르로 연주한 파가니니 ‘카프리스’ 1번은 명불허전이었다. 귀재 이브리 기틀리스처럼 구애받지 않는 자유가 느껴졌다. 때로는 손이 악기에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두 번째 앙코르로 파가니니 ‘카프리스’ 14번을 연주한 양인모는 계속되는 앙코르 요청에 두 손을 포개 귀에 갖다 대는 귀여운(?) 제스처로 사양하며 공연을 마쳤다. 여성이 강세인 우리나라 바이올린계에서 주목할 만한 남성 바이올리니스트가 리스트에 추가됐다.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