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향 2016 유럽 투어

유럽 3개국 ‘꿈의 무대’에 우뚝 서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1월 1일 12:00 오전

대구시향, 독일·체코·오스트리아에서의 성공적인 유럽 데뷔 무대 현장


▲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협연하는 백혜선

창단 52년을 맞은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은 2014년 4월, 지휘자 율리안 코바체프를 음악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영입한 이후 음악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며 황금기를 맞고 있다. 2016 대구시향의 유럽 투어 연주는 국내를 넘어 세계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비상의 날갯짓이었다. 대구시향은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독일·체코·오스트리아로 순회 연주를 떠나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가졌다.

9월 26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베를린에 울려 퍼진 대구의 사운드

대구시향의 유럽 첫 공연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열렸다. 9월 25일(이하 현지 시각) 오후 11시경 독일 베를린에 입성한 대구시향은 시차에 적응할 새도 없이 이튿날 오전 10시 무대 리허설, 오후 8시 본 공연을 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월요일 저녁임에도 대구시향의 공연을 보기 위해 2000여 명의 관객이 몰려 입장이 늦어지자 공연은 10여 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그 시각 무대 뒤에 있던 대구시향 단원들은 긴장감 속에 유럽 공연 성공을 위한 각오를 다진 뒤, 당당히 무대에 올랐다. 첫 무대는 작곡가 진영민(경북대 교수)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창발’을 유럽 초연으로 장식했다. 작곡가는 ‘창발(創發, Emergence)’ 혹은 ‘떠오름 현상’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완성했다고 한다. 서양의 익숙한 음악 구조 속에서 들려오는 동양의 낯선 선율이 강렬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표현돼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이어 대구 출신의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4대의 호른으로 시작되는 강렬한 도입부부터 전율을 선사한 대구시향. 율리안 코바체프와 백혜선의 조화에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색까지 더해졌다. 백혜선은 앙코르 곡으로 독일 작곡가 슈만의 ‘헌정’을 연주해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대구시향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했다. 이 작품에 녹아 있는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 고독, 애상 등을 율리안 코바체프는 힘찬 박력과 빛나는 색채감으로 드러내며 연주회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독일의 소프라노 요제피네 레넬트는 “세계적인 명성의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한국 오케스트라의 수준 높은 연주를 보게 되어 놀라웠고, 특히 서울이 아닌 지방 오케스트라는 점에서 한국의 뛰어난 음악성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9월 28일,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
프라하의 밤을 낭만으로 물들이다


▲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에서 협연하는 김봄소리

독일 공연 후, 유럽 현지에 차츰 적응하기 시작한 대구시향은 체코 프라하로 이동해 9월 28일 오후 8시 스메타나홀에서 유럽 투어 두 번째 연주를 가졌다. 대구시향은 이곳에서 베를린에서 연주했던 진영민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창발’을 통해 서양의 구조와 동양의 정신이 음악으로 융합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어 뮌헨 ARD 콩쿠르를 비롯해 차이콥스키 콩쿠르·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에서 상위를 석권한 대구 출신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함께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해 호평을 받았다. 김봄소리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기교와 강렬한 카리스마로 뛰어난 연주를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피날레로 선보인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에서 율리안 코바체프는 차이콥스키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한 열정과 행복 등의 복합적인 분위기를 다시 한 번 하나하나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해 환호를 이끌었다.

관객은 대부분 체코 현지인과 유럽 관광객이었으나, 주 체코 대사관 문하영을 비롯한 한국 교민들도 참석해 고국에서 온 대구시향을 환대하며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문하영 대사관은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연주자, 연주 단체들 덕에 한국의 문화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며 “세계 속에 ‘K-클래식’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 체코 프라하 스메타나홀에서 연주하는 대구시향

10월 2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황금빛 감동이 더해진 대구시향의 마지막 투어 공연

대구시향 유럽 순회 연주의 마지막 공연은 10월 2일 오후 7시 30분,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펼쳐졌다. 수많은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독일 공연과 동일한 레퍼토리로 진영민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창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협연 백혜선)과 교향곡 제4번을 차례로 연주했다.

이날 공연을 감상한 빈 음악예술 사립대학 교수 볼프강 리프하르트는 “무척 훌륭한 연주였다. 대구시향의 뛰어난 앙상블에 감동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뛰어난 음향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코바체프와 대구시향 단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화려하고 풍성한 음색은 관객들은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대구시향의 첫 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율리안 코바체프는 “대구시향의 세계를 향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공연에 대한 만족감이 큰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며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하나씩 해결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단원들과 함께 유럽 무대에 서게 되어 기뻤고 잊지 못할 최고 경험이었다”고 공연의 소감을 밝혔다. 또한 “단원들의 연주는 프로페셔널했고, 인간적 교감을 나누는 모습도 훌륭하고 자랑스러웠다”며 대구시향 단원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13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 평균 5시간 이상을 버스로 국경을 넘는, 하루 걸러 하루씩 무대에 오르는 고된 일정 속에서도 90여 명의 단원이 한마음으로 기울인 노력의 결실은 유럽인들의 기억에 깊이 새겨졌을 것이라 믿는다. 

사진 대구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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