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FOCUS_글 이미라 기자 사진 빈체로
12월, 협연과 독주로 그녀의 완벽한 바이올린을 만나다
‘성숙한 비르투오소의 비상’ ‘아티스트 힐러리 한의 재발견’
2015년, 힐러리 한의 내한을 앞두고 그녀의 무대에 대한 기대들이 쏟아졌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으로 ‘얼음공주’라 불렸던 힐러리 한의 음악적 행보가 달라졌다는 해외 언론들의 평가는 그 기대에 더욱 힘을 실었다. 그리고 공연 당일, 그녀의 현을 타고 흘러나온 바로크와 낭만,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는 힐러리 한의 소통 지향적인 새로운 면모와 완벽주의 기질을 모두 확인시켜 주었고, 그 무대를 통해 우리는 창의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비르투오소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이 더 흘렀다. 단연 21세기 최고의 바이올린 여제로 자리 잡은 그녀는 또 어떤 변화와 성장을 이뤄냈을까. 힐러리 한의 다음 이야기는 오는 12월, 파보 예르비/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의 협연과 독주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냉정과 열정의 공존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천재적인 음악성.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생애에서 찾을 수 있는 이 뻔한 스토리는 그녀의 프로필에도 존재한다. 1979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난 그녀는 3세에 처음 음악을 접하고, 10세에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하며 일찍이 신동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음악원을 졸업한 16세 즈음에는 이미 볼티모어 심포니·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뉴욕 필하모닉 등의 유명 악단들과 협연했고, 17세에 바흐 무반주 소나타 3번과 파르티타 2·3번을 담은 데뷔음반을 발표했다. 이렇듯 10대의 힐러리 한은 나이보다 성숙한 음악성으로 음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나이를 뛰어넘는 연주와 짜임새 있는 디스코그래피는 ‘디아파종상’을 포함한 각종 수상기록을 남겼고, 현재까지 데카와 도이치 그라모폰, 소니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18장의 앨범으로 이어졌다. 20대의 그녀는 융통성 없는 얼음공주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특유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었다. 음악가로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30대. 그녀는 자신이 가진 이전의 모범적인 이미지를 깨는 것은 물론, 클래식계 스타 독주자들이 가진 정형적인 고립되고 고고한 이미지 또한 깨며 ‘소통형 연주자’로 도약했다. 27명의 작곡가에게 위촉해 받은 27곡의 소품으로 구성한 ‘힐러리 한 앙코르-27개의 소품’(도이치 그라모폰)이 그 첫 시작이었다. 32세의 니코 뮬리부터 85세의 아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까지 다양한 나이·국적·스타일의 작곡가들이 함께했고, 제프 마이어스와 같은 신진 작곡가를 발굴해 세계 음악계에 소개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그녀의 변화는 새로운 시도들과 함께 더욱 견고해졌다. 최근에는 홈페이지·블로그 등의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20여 년간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기고하는 것은 물론, 최근 100일 동안 자신의 연습 동영상을 포스팅하고, 무대 뒤편의 작업을 팬들과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프로젝트 ‘#100DaysOfPractice’를 기획해 팬과의 장벽을 허무는 모습도 보였다. 창의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비르투오소 중 하나로 끊임없는 성장을 이루고 힐러리 한, 그녀의 이번 내한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다.
파보 예르비와 힐러리 한의 협연은 이미 세계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선 많은 사랑을 받는 조합이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일 모차르트 협주곡 5번 또한 2015년에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녹음했던 작품이다. 그녀의 독주 무대는 특히 눈여겨볼 만 하다. 데뷔 20년 만의 첫 솔로 리사이틀 월드투어 중 하나로 바흐의 무반주 솔로 작품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힐러리 한은 지난 10월, 바흐 무반주 소나타 1·2번과 파르티타 1번을 담은 앨범을 발매하며 17세에 시작한 바흐 바이올린 무반주 솔로 사이클을 완성했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소나타 2번은 독주회 프로그램에도 포함되어 있다. 그녀 자신이 “내 삶의 현시점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녹음”이라 말한 깊고 강렬한 바흐를 라이브 연주로 들어 볼 기회다.
파보 예르비/도이치 캄머필하모닉(협연 힐러리 한)
12월 18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12월 19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K219 외
힐러리 한 바이올린 독주회
12월 21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12월 22일 오후 5시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3번, 파르티타 3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