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로 미뤄진
교향악축제 2010~19 통계로 보는 10년
매해 봄 우리 곁을 찾아온 교향악축제가 잠정 연기됐다. 코로나19가 32년 역사의 음악제에까지 생채기를 낸 것. 예술의전당 개관 1주년을 기념하며 1989년 개최된 교향악축제는 해를 거듭하며 전국적인 음악제의 모습을 갖췄다. 초창기 교향악축제(1989~1999)는 국내 교향악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악단 간 선의의 경쟁은 지역 교향악단에 대한 지원을 유도, 연주력을 향상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11개 교향악단·14명의 협연자로 출발한 교향악축제는 24개 교향악단·43명의 협연자가 출연하는 축제(1994)로 덩치를 키웠다. 교향악축제 중기(2000~2009)는 안정 궤도에 올라 새로움에 도전하던 시기였다. 서울과 지방, 기성과 신예 교향악단 간 연주력 격차가 줄었고, 보다 다양한 레퍼토리가 연주됐다. 악단별로 개성과 선호가 뚜렷해진 덕이다. 주최 측인 예술의전당의 노력도 뒷받침됐다. 협연자 오디션을 통해 신진 연주자를 선발하면서 축제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국내 작곡가에게 직접 위촉한 곡을 초연했다. 이제 막 30주년을 넘어선, 새로운 세대의 교향악축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교향악축제 10년 치 자료를 모두 모아 살펴봤다. 한숨 고른 뒤 더욱 도약할 교향악축제를 기대한다. 글 박서정 기자 (※이하 괄호 속 연도는 2010 → 10, 2019 → 19 형식으로 약호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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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악단 중 서울권 교향악단 비율
평균적으로 서울권 교향악단은 전체 출연 악단의 1/4을 차지했다. 2012년은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 이대오케스트라 운파 메모리얼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21개의 다양한 악단이 출연해 서울권 직업 오케스트라의 비중이 낮았다.
최다 출연 지휘자 TOP 3
최다 출연 악단도 서울권이 많다. 서울시향, 강남심포니, 코리안심포니와 더불어 지역 악단으로는 부천필, 원주시향, 대전시향이 매년 출연했다. 서울시향은 10년간 총 7명의 지휘자와 함께해 가장 여러 지휘자와 출연한 악단이다. 지휘자의 통계는 또 다르다. 김대진과 박영민이 가장 많이 참여했다. 김대진은 2008년부터 10년간 수원시향 상임지휘자로 재임한 바 있다. 가장 다양한 악단과 출연한 지휘자는 정치용이다. 지역부터 대학 오케스트라까지 5개의 각기 다른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성시연이 여성 지휘자로는 유일하게 순위권에 올랐다. 외국인 지휘자로는 리신차오, 요엘 레비가 있다.
최다 출연 협연자 14인
총 148명의 연주자가 협연했다. 이중 최다 협연한 연주자는 14명으로 3회씩 출연했다. 당시 나이 30대의 젊은 음악가들이 주축이 된다. 모녀 피아니스트인 이경숙과 김규연이 함께 오른 것도 흥미롭다. 교향악축제 시작부터 7년 연속 출연(1989~1995)한 바 있는 김남윤과 축제의 인연은 여전히 끈끈하다. 반면 최근 10년간 2년 연속 출연한 연주자는 김두민이 유일하다. 협연 악기 분포를 보면 대체적으로 아카데미, 공연, 콩쿠르에서 많은 수를 차지하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협주곡을 중요 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교향악축제에서도 대다수를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전체 협연 악기 분포도에서 세 악기는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교향악축제에서는 관악 협주곡이 드물었다. 2010년대부터 콩쿠르 입상과 해외 오케스트라 입단 등을 통해 실력 있는 관악 주자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었는데,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협연진에는 오보에, 클라리넷과 같은 악기들도 보인다. 최나경이 관악주자로는 유일하게 최다 협연자에 포함되어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협연자 성별 추이
2006년 교향악축제는 협연자 25명 중 남성 연주자가 3명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성별 균형을 맞추는 추세인데, 2015년부터는 남성 협연자의 수가 매년 절반을 넘는다.
단골 레퍼토리 TOP5
지난 10년간 총 533곡이 울려 퍼졌다. 1·2위에 오른 말러의 작품은 매년 한 곡씩은 연주된 셈. 말러 교향곡은 대규모 편성에 난이도가 높아, 악단의 연주 기량을 보이기에 좋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서울시향의 말러 열풍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론된다. 여러 교향악단에 의해 7회씩 선보여진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은 보편적인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서곡으로는 흥겨운 분위기로 서막을 여는 글린카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가 예상대로 사랑받았다. 한편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브람스 바이올린 첼로를 위한 협주곡이 6회나 연주된 것은 의외다. 교향악축제의 단골 작곡가는 말러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협주곡과 교향곡을 포함하여 살펴볼 때, 가장 작품이 많이 연주된 작곡가는 브람스와 차이콥스키다.
3위 베토벤 역시 많은 수의 협주곡과 교향곡을 보유한 작곡가다. 편의상 5위까지 통계를 낸 상단의 표에는 없지만, 사실 베토벤의 작품은 바이올린 협주곡 op.61(4회), 피아노 협주곡 3번 op.37(4회), 피아노 협주곡 4번 op.58(4회), 교향곡 3번 ‘영웅’(3회), 교향곡 5번 ‘운명’(3회), ‘에그몬트’ 서곡 등이 연주되었음을 밝힌다.
레퍼토리 중 한국 창작곡 비율
2013 교향악축제는 “차세대 예비거장 총집합”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도전적인 레퍼토리로 꾸려졌다. 한국 창작곡이 가장 많이 연주된 해였다. 김규동의 관현악을 위한 ‘무채색 원형’(박영민/원주시향), 김성기의 ‘아리랑’(서현석/강남심포니), 김솔봉의 ‘Sacred Meadow for Flute and String Orchestra’(서현석/강남심포니), 권지원의 ‘엔트로피’(박은성/KBS교향악단), 김정길의 연작교향시 ‘백록담’ 중 ‘한라산 비경’·이영조의 ‘섬집아기 환상곡’·안익태 ‘한국 환상곡’(이동호/제주도립교향악단)을 연주했다. 또한 원일/국립국악관현악단이 참가해 창작 국악관현악곡을 다수 연주했다.
음악인들 사이에서 교향악축제 서곡은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단골 메뉴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이라는 농담이 오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객석’ 1993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