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발레축제 대표 겸 예술감독 김주원, 봄·춤·즐거움이 ‘발레’라는 이름으로 공명한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6년 5월 28일 8:05 오전

MEETING THE FESTIVAL

대한민국발레축제 대표 겸 예술감독 김주원

봄·춤·즐거움이 ‘발레’라는 이름으로 공명한다

스타 발레리나에서 기획자로 변신한 그녀가 말하는 무용계 대표 축제

 

리듬과 몸짓이 서로를 향해 스며드는 계절인 5월 말. 이맘때 열리는 ‘대한민국발레축제’는 해마다 기다려지는 춤 축제 중 하나다. 올해로 16주년을 맞은 축제는 국내 발레계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무대로, 발레계 팬들에게는 한 해의 주요 레퍼토리를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사업으로 출범한 이 축제는 국·공립 발레단과 민간 발레단, 신진 안무가를 아우르며 발레의 외연을 확장해 왔다.
지난해 대한민국발레축제는 대표 겸 예술감독으로 발레 무용수 김주원을 위촉했다. 이는 오랫동안 박인자(1953~), 전 국립발레단장 최태지(1959~) 등 1950~60년대생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발레계의 리더십이 1970년대생으로 서서히 옮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사다. 이처럼 새로운 변화는 올해 축제가 선보이는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읽힌다.
올해 축제에서는 ‘공명’을 주제로, 국내 주요 발레단 15개 단체가 참여해 총 27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심청’과 서울시발레단 신작 ‘In the Bamboo Forest’(안무 강효형)를 비롯해, ‘TALE OF TALES’(연출 정구호, 안무 김성훈)와 ‘발레 아리랑’(연출 박훈규, 안무 최수진·이루다) 등 축제의 기획공연, 지역 발레단과의 협업 무대, 그리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신진 안무가들의 창작 작품까지 다층적으로 펼쳐진다.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개막을 앞두고, 예술감독 김주원을 만나 축제가 지닌 가치를 돌아보았다.

흩어진 움직임이 하나가 되는 춤의 축제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주제는 ‘Echo: 공명’이다. 이 개념을 이번 축제의 프로그램과 한국 발레계의 현재 안에서 어떻게 구현하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책에서 읽은 물리학의 ‘공명’ 실험이 축제의 출발점이었다. 한 공간에 놓인 수십 개의 메트로놈들이 각기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다가, 시간이 흐르며 결국 하나의 박자로 수렴되는 현상이었다. 서로 다른 움직임이 어느 순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이 장면은 우리의 모습과도 닮았다. 개인의 작은 변화가 집단의 흐름을 바꾸고, 선한 영향력이 사회를 하나로 만드는 순간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지 않나. 예술 역시 그러하다. 이번 축제로 발레가 만들어내는 예술이 하나의 울림으로 확장되는 지점을 그리고자 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이 이번 축제의 공식 초청작으로 오른다.

‘심청’은 한국 창작 발레가 쌓아온 시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국립발레단이 한국 발레의 기준을 만들어왔다면, 유니버설발레단은 민간 발레단으로서 또다른 축에서 그 흐름을 확장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심청’과 ‘춘향’처럼 한국적 서사를 바탕으로 한 K발레 레퍼토리를 꾸준히 축적해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그중에서도 ‘심청’의 창작 40주년은 한국 창작 발레의 시간과 성취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라 생각해 이번 무대에 올리게 되었다.

예술감독으로서 이번 축제를 통해 구축하고자 하는 방향성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립발레단이 지난 60년간 한국 발레의 흐름을 이끌어왔다면,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발레계 전반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후배 무용수들을 위해, 발레계가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특히 국가의 공적 지원으로 운영되는 만큼, 주어진 예산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한 푼, 한 푼이 무대와 관객을 위해 의미 있게 쓰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공모 선정작에 주목하고 있다고 들었다.

올해 공모를 통해 선정된 6편의 발레 작품은 한 공연당 2편씩, 더블빌로 구성되어 소개될 예정이다. 단연 동시대 한국 창작 발레의 가장 생생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실제로 해당 작품만 찾아보는 관객층이 있을 정도다. 이처럼 창작의 축적이 오늘의 발레계를 만들어간다고 본다. 안무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예술의전당 무대가 하나의 목표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무대 ‘위’의 스타에서, 무대 ‘뒤’의 살림꾼으로

예술행정가로 한창 최전방에 서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과 대한민국발레축제를 함께 맡으며, 이제는 후배들의 ‘다음’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됐다. 내가 빠진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그리고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일들 말이다. 지금은 무대 위에 서는 일보다 무대 아래에서 공연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그러고 보니 ‘최전방’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2012년 국립발레단 퇴단 이후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격’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을 떠난 이후 약 7~8편의 창작 작품을 선보였고, 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업할 기회를 가졌다.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이후 내 연출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창작과 협업의 과정을 거치며, 예술감독으로서 새롭게 체득한 요소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예산 구조나 티켓 운영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그러나 여러 작업을 거치며 수치만 보아도 대략적인 전체 흐름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이 경험은 현재 예술감독으로서 기획과 콘텐츠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함께하는 예술가들에게 정당한 가치를 돌려줄 수 있는 당연한 구조를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라는 인식에 이르렀다.

발레가 지닌 고유한 힘은 무엇인가?

발레의 본질은 ‘시간’에 있다. 한 명의 무용수와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긴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발레는 느린 예술이자 느린 힘을 지닌 장르다. 동시에 인간의 몸에서 출발하는 예술이다. 움직임과 에너지가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되며, 깊은 호흡을 남긴다. 이러한 본질은 지켜져야 한다. 다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은 시대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발레의 고유한 힘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오늘의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다.

유내리 기자 사진 대한민국발레축제

 

김주원(1977~) 모스크바 국립 발레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1998년부터 15년 동안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다. 2006년에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했고, 2012년 퇴단 후 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업을 진행했다. 현재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과 대한민국발레축제 대표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제16회 대한민국발레축제(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5.1~3 유니버설발레단 ‘심청’

5.15~17 서울시발레단 ‘In the Bamboo Forest’

5.22·23 기획공연Ⅰ ‘TALE OF TALES’(연출 정구호)

5.27 춘천발레단 ‘세비야의 이발사’

5.30 광주시립발레단 ‘해적’

6.3 서울발레시어터 ‘피에스타’와이즈발레단 ‘프리다’

6.6·7 기획공연 II ‘발레아리랑’

6.11·12 아함아트프로젝트 ‘낫아웃’신현지 B PROJECT ‘HUMAN 인간’

6.16·17 녹색달 ‘도깨비잔치’무브먼트 momm ‘도깨비의 춤’

6.20·21 부산 아이디 발레단 ‘Essential’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 ‘드로셀마이어’(Bleak Land)

7.4 대한민국발레축제 in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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