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에 만나는 페스티벌

FESTIVAL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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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8월 12일 12:00 오전

아깝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6월 22일~7월 9일 대구오페라하우스·수성아트피아 외

‘플래시댄스’

7월 5일 목요일의 대구오페라하우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4층까지 빈자리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기존에 판매하지 않았던 시야제한석까지 동이 났고, 예매하지 못한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취소표를 기다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 폐막작 ‘플래시댄스’가 보여준 엄청난 기록이다. 현장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 딤프의 최대 흥행작은 영국 뮤지컬 ‘플래시댄스’였다. 5회 공연(7월 4~7일) 모두 전석 매진되었고, 96퍼센트의 유료 점유율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그 인기와 작품성에 힘입어 페스티벌의 폐막행사인 ‘DIMF 어워즈’에서는 대상과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까지 총 3관왕을 차지했다.

관객층 또한 다양했다. 뮤지컬의 원작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플래시댄스’를 추억하며 공연장을 찾은 중장년층과 함께 중·고등학생 단체관람객, 그리고 20~30대의 젊은층까지. 1층에 앉아 둘러본 각양각색의 관객들은 저마다의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플래시댄스’는 낮에는 제철공장의 용접공으로, 밤에는 댄스클럽의 무용수로 일하는 18세 소녀 알렉스 오웬스가 명문 무용단인 시플리 댄스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을 주요 스토리로 담고 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 줄거리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소재일지도 모르겠지만 뮤지컬 ‘플래시댄스’는 스토리에 음악과 춤으로 그 매력을 배가시킨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무대 구성에 큰 변화는 없지만, 댄서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화려한 조명과 격정적인 안무, 그리고 그와 함께 부르는 노래가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배우들의 열정적인 몸짓과 연기, 노래도 물론 극에 완성도를 높여주지만, 영화에 나오는 추억의 팝송이나 뮤지컬 무대 위에 그대로 옮겨진 영화 속 명장면 또한 무대를 즐기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마이클 셈벨로의 ‘매니악’, 로라 브래니건의 ‘글로리아’, 조안 제트의 ‘아이 러브 락앤롤’을 비롯해 빌보드차트를 점령하며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아이린 카라의 ‘왓 어 필링’은 관객들의 자발적인 박수를 불러일으키며 마치 공연의 일부가 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매년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과 함께 개최되는 딤프는 올해 12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많은 이슈를 낳으며 마지막을 장식했던 ‘플래시댄스’ 외에도 개막작이었던 체코의 ‘메피스토’를 시작으로 프랑스·러시아·중국·대만 등 8개국에서 초청된 24개의 작품이 대구의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인기를 끌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아시아권 국가에서 초청된 작품들은 편견을 넘어 호평받았고, 한국 뮤지컬 ‘투란도트’는 슬로바키아와 계약하며 최초로 유럽에 라이선스를 수출했다.

무엇보다도 딤프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공연의 규모나 장소에 상관없이 고른 관심을 보였고, 공연을 즐기며 관람하는 관객으로서의 성숙한 매너를 보여줬다. 아무리 국제 페스티벌이라 하더라도 이런 지역 주민의 관심 없이는 성장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 1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았다”라는 어느 관객의 말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수준과 발전 가능성, 그리고 앞으로 한국 뮤지컬 산업에 미칠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이미라 기자 사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DIMF 어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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