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토스카’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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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7월 1일 9:00 오전

 

(극도로 고통스러워하며)

나는 예술로 살았고, 사랑으로 살았네.

나는 살아 있는 영혼에 피해를 준 적이 전혀 없네!

남몰래,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었네…

언제나 진실한 믿음으로 하는

내 기도는

신성한 감실로 올라갔네.

나는 언제나 진실한 믿음으로

재단에 꽃을 바쳤네.

(일어서며)

주님, 왜, 도대체, 왜,

내게 이러한 고통의 시간으로

보답하십니까?

성모님의 망토에

보석을 바쳤고.

가장 아름답게 웃는

별과 하늘에 노래를 바쳤습니다.

주님, 왜, 도대체 왜,

아! 내게 이러한 고통의 시간으로

보답하십니까?

(흐느낀다.)

 

푸치니 ‘토스카’ 중 2막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Mariinskii Opera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꽤 낭만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은 제목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장 끔찍하고 절망적인 순간에 주인공 토스카가 외치는 탄식과 절규의 노래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로마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1800년 6월 17일부터 다음날 새벽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그렸다. 주인공들은 가상 인물이지만, 이들이 처한 정치적 상황은 당대 로마가 처했던 상황과 꽤 유사하다. 극중 오페라 가수인 여주인공 토스카를 두고, 자유주의자인 화가 카바라도시와 전제군주에게 충성하는 경찰청장 스카르피아가 대결을 펼친다. 프랑스 작가 빅토리앙 사르두가 명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위해 쓴 희곡 ‘토스카’를 토대로 한다.

전쟁의 승리를 축하하는 종교 의식이 성대하게 치러질 무렵, 스카르피아는 음탕한 속셈을 드러내며 토스카에게 다가간다. 토스카의 애인 카바라도시에게 탈옥한 정치인을 숨겨준 죄를 묻는 스카르피아는 그녀 앞에서 카바라도시를 고문한다. 애인의 목숨은 토스카에게 달렸다며 그녀를 겁박하기까지 한다. 이때 토스카가 부르는 아리아가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이다. 토스카가 스카르피아에게 약속을 받아낸 거짓 처형은 결국 실제 처형이 되고, 이를 알게 된 토스카는 성벽에서 투신자살한다. 당시 평론가는 이러한 자극적인 작품을 바라보며 ‘폭력적’ ‘선정적’ ‘싸구려’라는 독설을 쏟아냈다.

강렬하고 극적으로 과장된 스토리로 인해 감춰져 있지만, ‘토스카’에서는 푸치니의 음악적 실험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는 다양한 선법이 사용되어 조성을 특정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을 보여준다. 총살형을 앞둔 카라바도시가 부르는 ‘별은 빛나고’의 도입부에서는 클라리넷이 주선율을 연주하고 테너는 나직하게 가사를 읊조리는 구도를 취하는데, 이는 전통적인 오페라 아리아 관습과는 반대되는 것이지만 카라바도시의 힘겨운 마지막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사랑을 울부짖는 토스카의 목소리는 한여름 밤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몽환적인 낭만을 선사한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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