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앙브로네 페스티벌과 비아 에테르나 페스티벌

수도원 페스티벌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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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11월 4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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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수도원에서는 늘 음악이 존재했다. 이번 시즌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수도원에서 열린 페스티벌을 소개한다

예로부터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에 수도원이 건재했고, 그곳에는 항상 음악이 있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수도원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열렸다. 앙브로네 페스티벌은 올해 40주년을 맞았고, 몽생미셸 수도원의 비아 에테르나 페스티벌은 3주년이었다. 연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페스티벌의 공통점은 장르를 떠나 영성적 정신성을 추구한다.

앙브로네 페스티벌

세월이 쌓은 신비로움

앙브로네 수도원은 11세기에 건축돼 프랑스 역사 유적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에서 지난 9월 12일부터 10월 6일까지 열린 페스티벌은 바로크 음악과 대중음악, 각 나라 전통음악이 혼합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총 40개의 연주회를 통해 6천 명이 넘는 청중이 이곳을 찾았다.

40주년 기념 프로그램은 오늘날의 명성을 얻기까지 이 페스티벌과 함께 해온 바로크 음악가들에게 헌정됐다. 르네 야콥스, 조르디 사발, 윌리엄 크리스티, 크리스토프 루세, 필리프 자루스키 등이 이번 페스티벌에 함께했다. 40년간 올린 초연 작품과 발굴 작품을 기리며 10월 5일에는 미켈란젤로 팔베티의 오라토리오 ‘대 홍수’가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알라르콘이 지휘하는 카펠라 메디테라네아와 나무르 체임버 합창단의 연주로 올랐다. 2010년 이곳에서 공연된 후 엄청난 양의 음반이 팔리는 성과를 얻은 작품이다. 6일 마지막 연주는 줄리오 프란디가 지휘로 헨델과 보논치니의 성스러운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9월 27~29일 프로그램이 특별했다. 27일 저녁 수도원 성당에서 열린 메조소프라노 스테파니 도스트락과 아마릴리스 앙상블이 연주한 ‘광기의 광채’는 사랑과 이별 가운데서 여성들이 체험하는 여러 감성을 노래했다. 사랑에 몸을 맡기다가, 갑자기 분노하고, 절망적이다가, 사랑의 잔혹함 때문에 울부짖기도 한다. 사랑의 아리아에서는 체념으로 현숙해진 여성으로 분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메조소프라노 도스트락은 연극적인 퍼포먼스로 기질을 발휘했다. 프랑스 레퍼토리에서 본토 언어 감각이 돋보였다면 헨델의 고음 장식음에서는 다소 기량이 부족해 보였다.

 

9월 28일, 엔리코 오노프리의 연주는 숨겨진 보석을 발굴하는 기쁨을 선사했다. 이마기나리움 앙상블은 각 악기 간의 균질한 밸런스와 음색 조화로 바로크 실내악 편성의 정수를 선보였다. 그들은 비르질리아노, 마리니, 코렐리, 비발디로 대표되는 바로크 이탈리아 바이올린 정수를 담은 아홉 곡을 연주했다. 오노프리는 명성 높은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이다. 17세기 바로크 바이올린을 모델로 제작된 악기로 연주한 그는 각 작품이 요하는 시대적 스타일에 부합하고자 활을 세 번이나 바꾸며 철저한 고증에 임했다. 놀라운 것은 첼로와 함께 연출한 음색적 화합이다. 종종 첼로는 바이올린 파트의 화성적 부분으로 종속된다. 특히 카리스마 강한 오노프리의 바이올린을 받쳐주면서도 알렉상드로 팔메리의 첼로는 솔리스트 정체성이 강한 개성과 온화하고 균질적인 음색이 특이했다. 연주 후 청중과의 만남에서 그는 이 첼로는 코렐리 당시 악기이며, 코렐리가 함께 작업했던 악기라고 밝혔다. 저녁에는 성당에서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가 연주됐다. 크리스토퍼 루세의 지휘로 카운터테너 크리스토퍼 로우리(세자르 역), 소프라노 카리나 고뱅(클레오파트라 역), 메조소프라노 안 할렌버그(세스토 역), 메조소프라노 에브 모 후뵈(코르넬리아 역) 등 유명 성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차가운 루세의 지휘에 비해 솔리스트들은 감성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카리나 고뱅은 클레오파트라 역에서 시선 연기와 능숙한 동작으로 처리했다. 3막 아리아 중 ‘신이여! 무엇을 들었나’ 중 동정을 일으키는 부분에서 그녀의 바이브레이션은 조금 지나쳤지만 감정적으로는 이날 연주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세자르 역의 크리스토퍼 로우리 역시 고음 발성으로 1막 아리아 ‘적을 잡으려면’을 훌륭히 불렀다. 세 시간이 넘는 작품이어서 밤 11시에 그 어려운 아리아들을 부르는 것은 분명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는 두성에서 오는 좋은 고음과 순발력으로 장식음들을 차곡차곡 연결했지만 조금은 안쓰럽기도 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휴머니스트 조르디 사발이 인류를 대표하는 휴머니스트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헌정하는 연주도 있었다. 이에 앞서 사발이 참석한 대담회가 열렸다. 그의 논지는 명확하고 간결했다. 아주 심플한 고

음악에도 깊은 감정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음악은 우리 모두의 차이점을 연결하는 매체라고 했다. 인류사에서는 고대에서 영감을 받아 미술, 조각, 건축 분야에서 중요한 문화 업적을 남겼다. 유감스럽게도 음악에서는 혁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점에서 이번 연주가 기대됐다. 사발은 출생에서 죽음까지 일곱 부분으로 요악 된 다빈치의 삶을 1시간 반 가량 연주회로 구성했다. 역사적 사실에 접목되는 곡들을 골라 다빈치 전기를 한편의 음악으로 들려줬다. 에스페리옹 21과 라 카펠라 레이알 데 카탈루냐는 연주는 미에 대한 찬양과 인간적 감성,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며 이 곡들을 다양한 리듬감으로 연주했다. 세 가지 테마는 다빈치가 추구해온 가치이기도 했다. 연주가 끝나자 청중은 이상한 신비감으로 전율을 느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비아 에테르나 페스티벌

자연의 영혼을 담다

9월 26일부터 10월 6일까지 공연된 비아 에테르나 페스티벌은 몽생미셸 주변의 일곱 개의 작은 도시에서 60개의 연주가 열렸다. 예술감독 르네 마틴은 오프닝 공연으로 바바라 헨드릭스를 초청해 ‘자유를 향해서’라는 주제로 재즈 연주를 유치했다. 10월 3일에는 르노 카퓌송이 포레와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보였다. 10월 4~6일 프로그램은 색달랐다. 5일 저녁에 열린 클레르 데세르와 에마뉘엘 스트로세르의 네 손 연주가 그랬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이 둘은 항상 네 손 피아노 연주를 통해 그들만의 듀오 감성을 표출해 왔다. 이 둘은 슈베르트 음악의 본질 ‘방랑’으로 여정을 정했다. 그 가운데서 표출되는 기쁨, 슬픔 그리고 고귀한 승화는 야릇한 영성을 선사하며 연주를 마쳤다.

6일에 열린 타바그나 그룹의 아카펠라 ‘기억의 호른’도 놀라웠다. 1965년 친구들과 시작한 이 그룹은 50주년을 맞이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아홉 명의 남성 아카펠라가 부른 ‘기억의 호른’은 전통과 새로움의 혼합으로 재해석된 곡이다. 코르시타 전통음악인 ‘비올레타에게’는 일종의 돌림노래로, 전쟁을 하고 싶지 않은 비올레타의 심정을 노래한다. 타바그나 그룹의 자작곡은 종교적인 분위기와 비틀스적인 현대 포크송 감각이 놀랍게 혼합된 작품이어서 인상 깊었다.

이번 페스티벌의 꽃은 바로 명성 높은 유를로프 러시안 합창단의 연주였다. 겐나디 드미트랴크의 지휘로 17~20세기 ‘러시아 종교음악’과 ‘러시아 합창 레퍼토리 명작’이란 두 주제로 다섯 번의 연주를 가졌다. 그들의 공연은 언어적 장벽을 떠나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들만의 성악적 기량과 정확성은 충격적으로 놀라웠다. 바실리 티토프의 12성부를 위한 크리스마스 찬양에서는 3도 음정으로 울리는 종소리를 놀라운 입체감으로 선사했다. 지오르지 스비리도프작 푸슈킨의 왕관 중 ‘아침’과 ‘수다 떠는 까치’는 압권이었다. 특히 아침을 떠오르게 하는 조용한 멜로디를 배경으로 두 소프라노가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노래처럼 트럼펫 선율을 주고받는다. 인상적인 한 폭의 풍경화였다. 폴크 적인 정감이 충만한 명연이었다. 바리톤 알렉세이 보로뵤프가 부른 파벨 체렌코프의 ‘저녁의 희생’은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나의 기도가 너에게까지 올라가기를’이라고 기원하는 기도문인데, 알렉세이 보로뵤프 영혼 깊은 곳에서 나오는 울림은 세속적인 내용을 담았더라도 종교적으로 들릴 만큼 경건했다. 시비리도프의 ‘성스러운 사랑’을 부른 소프라노 빅토리아 글라드코바는 6일 공연을 앞두고 하늘 높이 솟은 성 미카엘 천사의 동상을 사진 찍으며 감탄했다. 그는 “전 세계 연주 여행을 하며 아름답다는 바로크 건축 유적은 다 방문했다. 그러나 이토록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다.”며 감동을 전했다. 또한 “러시아 적인 영혼이라면 방대하다. 그 가운데는 돌과 나무 같은 자연도 있다. 우리 러시아인들은 이처럼 방대한 자연과 우주 가운데서 그들과 교감하며 함께 울고 웃는다.”고 덧붙였다. “오늘 내가 부른 ‘사랑의 신’은 고음 기교가 아주 어려운 곡이다. 그러나 나는 두렵지 않고 차분하기만 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하늘과 바다와 함께 호흡하는 몽생미셸의 영혼을 통해 승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글 배윤미(파리 통신원) 사진 앙브로네 페스티벌·비아 에테르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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