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민수, 베토벤을 닮아간, 그 오랜 시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9월 14일 9:00 오전

COVER STORY

 

피아니스트

손민수

 

베토벤을 닮아간,
그 오랜 시간

서른둘. 별것 아닌 이 숫자가 ‘베토벤 32개의 소나타’라는 타이틀 속에서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을 갖는다. 2017년 11월 시작한 손민수와 베토벤의 여정이 2020년 9월, 마지막 챕터를 앞두고 있다. 온전히 베토벤에 몰입했던 3년의 세월, 그 긴 여정의 끝에서 손민수는 무엇과 만났을까
글 이미라 기자 사진 강태욱(Workroom K)

8월 첫째 주 어느 날,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으로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손민수와의 만남을 앞두고 덜컥 걱정이 됐다. 전나무 숲을 거닐었던 베토벤의 그림을 따라 한국예술종합학교 뒤편 산책로에서 진행하려 했던 야외 촬영이 무산되진 않을지, 그로 인해 인터뷰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인터뷰 당일. 비도, 무더움도 잠시 자취를 감췄다.
촬영 장소로 가는 길목, 예술의전당 앞을 지나며 3년 전 그날이 떠올랐다. 2017년 11월 1일, 손민수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가 시작된 날이다. 객석에서 본 그의 첫 무대는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연작소설 같았고, 손을 놓지 않고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 같았다. 2018년 두 번째, 세 번째 시리즈에 이어, 2019년 네 번째 다섯 번째 공연을 진행한 그는 올해 1월과 2월,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무대를 차례로 선보였다. 그리고 이제 이 대장정을 여밀 마지막 여덟 번째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금, 그의 베토벤이 더 의미 있는 이유는 3년이라는 긴 여정도 물론이거니와 그 시간의 기록을 모두 담은 전집 음반이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그간의 공연에 대한 기록과 노트, 베토벤의 편지와 녹음을 앞에 두고, 손민수와 깊은 대화를 시작했다.

 

여정의 시작

베토벤의 마지막 현악 4중주(op.131)의 악보에 자필로 남아있는 문구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Muss es sein? Es muss sein!)’처럼, 베토벤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와 녹음에 도전하기까지 손민수에게도 ‘그래야만 한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스승인 러셸 셔먼(1930~)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녹음, 에디팅 과정을 함께한 경험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었지만, 그 위에 자신만의 음악적 생각을 더하고 확신을 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품을 연주하고, 녹음까지 한다는 것은 그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훌륭한 피아니스트들이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고, 여기에 또 다른 녹음을 남긴다는 것이 사실은 너무나 두려운 작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피아니스트로서 내 삶과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고서는 시작할 수 없었다.”

 

베토벤과 만나다

베토벤은 음악의 모든 장르에 있어 혁명가와 같았다. 그의 작품은 ‘인간’ 그 자체라 여겨질 만큼, 인간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다. 그 너머의 영역까지도. 베토벤 음악에 대한 탐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온 이유일 테다. 백건우에게 “넘어야 할 산”이자 “최대의 경험을 안겨준 존재”이고, 부흐빈더에게 “삶의 중심점”이었으며, 프레데리크 기에게는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가 베토벤이었다. 그렇다면 손민수에게 베토벤은 어떻게 다가왔을까.
피아니스트에게 베토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고,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손민수가 베토벤과 온전히 마주했던 시기가 언제였나.
어릴 적부터 베토벤의 음악을 접하고, 피아노와 함께하면서 그의 유명한 소나타들이 이미 머릿속에는 다 들어와 있지만, 막상 그 사람의 인생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간과하고 있었다. 그동안 베토벤의 삶을 청력을 상실했던 음악가,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떠나간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 베토벤 소나타를 공부하면서는 그가 남겼던 편지들을 통해 베토벤이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살아갔는지, 그 숨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본 베토벤의 모습은 어땠는지.
내게 베토벤은 굉장히 엄숙하고 어려운 존재였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곡들을 만든 불멸의 거장이었다. 그러나 사실 베토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당시 그는 굉장히 독자적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며 사람들을 멀리하던 사람으로 인식되었지만, 막상 그의 편지들을 살펴보면 그가 마음속 깊이 따뜻함을 지닌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단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던, 음악을 통해서 선과 진리를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베토벤을 고립시킨 것은 오히려 그의 음악에서 따뜻함을 먼저 찾으려 하지 않았던, 우리가 아니었을까.
앞서 두 번의 전곡 연주를 한 백건우는 베토벤이 “최대의 경험을 안겨준 존재”라 했고, 소나타 전집(Sony Classical)을 낸 이고르 레비트는 “베토벤만큼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작곡가는 없었다”고 고백했다. 당신에게 베토벤은 어떤 존재인가.
한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들이 있다. 기쁨, 슬픔 같은 것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베토벤은 음악으로 나타냈다. 단지 음악으로 자신의 모든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던 그의 음악이 내게 말할 수 없이 큰 위로가 된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베토벤은 음악으로 나타냈다.
단지 음악으로
자신의 모든 메시지를
담을 수 있었던
그의 음악이 내게
말할 수 없이 큰 위로가 된다

피아니스트 베토벤이란

1790년대, 베토벤이 음악계를 놀라게 했던 것은 작곡가 이전에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이자 즉흥연주자로서였다. 모차르트는 베토벤의 연주를 가리키며 “이 젊은이를 주목하라, 세계에서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말했고, 요한 바티스트 크라머(1771~1858)는 “베토벤의 즉흥연주를 듣지 않고 즉흥연주를 들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베토벤은 피아노가 많은 변화를 맞이했던 시대에 살았다. 그리고 그 무수한 변화 속에서 어떤 형식과 스타일에 지배되지 않고, 자신의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을 하며 음악의 한계를 넓혔다. 이 시대의 피아니스트가 바라본 피아니스트 베토벤. 손민수가 본 피아니스트 베토벤의 모습은 어떨까.
베토벤은 뛰어난 연주력을 지닌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노곡 역시 그의 기교에 맞춰 작곡되었을 텐데.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모습이 두드러지는 부분을 찾아본다면.
피아니스트로서의 베토벤은 그가 남긴 악보를 통해서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베토벤 특유의 ‘핑거링’과 ‘트릴’은 그의 비르투오소적 면모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예를 들어 소나타 2번(op.2)의 1악장, 한 손으로 연주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셋잇단음표 부분은 베토벤의 핑거링을 따르자면 한 손으로 연주해야 한다.(나는 지금까지 그 부분을 한 손으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를 본 적이 없다!) 베토벤은 스스로 “나보다 트릴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트릴 실력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는데, 특히 그의 4·5번 손가락 트릴은 많은 피아니스트를 곤란하게 한다. 29번 ‘함머클라비어’만 보더라도 피아니스트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해결되지 않는 패시지들이 여럿 존재한다. 초기 작품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군데 빠지는 법이 없다.
이런 기교적인 어려움이나 보편적인 음악에 대한 가치가 베토벤에게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을 텐데.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기교를 보여주려 했다기보다는, 인간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의 한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싶었던 마음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체르니(1791~1857)는 “베토벤의 즉흥연주는 화려하고 놀랄 정도로 훌륭하며 청중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고 묘사했다. 그의 즉흥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지점은 어디인가.
모든 곳이 즉흥적이다. ‘즉흥’은 음악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고, 사실 어떠한 연주라도 즉흥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연주에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한 음이 있다면, 그 음을 연주하기 바로 ‘직전’, 그 음을 연주하는 그 ‘순간’, 그리고 그 음을 연주한 바로 ‘직후’. 이 세 가지 순간이 연주자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이어진다면, 즉흥적인 요소들을 계속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베토벤 깊이 알기

2006년 캐나다 호넨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오른 손민수는 이 외에도 부소니, 클리블랜드, 호넨스, 루빈스타인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 입상해 주목받았다.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러셀 셔먼과 변화경을 사사했고, 2010년부터 미시간 주립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2015년부터는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초빙되어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제자들에게 베토벤을 가르치는 데 있어 강조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베토벤 소나타는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필수 레퍼토리이다. 그래서 첫 만남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 전곡을 다룬 피아니스트이자 스승으로서 추천하는 공부가 있다면.
소나타의 작품 번호 근처에 있는, 베토벤의 다른 곡들을 함께 공부해야 한다. 같은 시기에 떠오른 악상들이 아닌가. 이것을 반드시 경험하고,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음악을 들을 때는 악보와 함께해야 한다. 그냥 듣는 것과 악보를 보면서 듣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 피아노 작품뿐만 아니라, 현악 4중주나 교향곡을 들을 때도 반드시 악보를 펼쳐놓고 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피아노 안에 갇혀, 손가락으로만 해결하려 하는 좁은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베토벤은 문학작품과 종교, 철학을 망라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을 받은 부분은 무엇이었나.
베토벤이 악보에 쓴 악상과 지시 문구들, 그리고 베토벤의 편지를 엮은 책들이 도움이 됐다. 먼저 악보는 마치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기 위한 지도와도 같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계속 확인하듯이 악보와 자칫 간과하기 쉬운 그 안의 지시 문구들도 꼼꼼히 보아야 한다. 지레짐작하고, 예상하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에 서있을 수도 있다. 베토벤의 편지들은 여러 출판사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베토벤의 진솔하고 사적인 이야기들, 인간적인 생각들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러셀 셔먼의 ‘피아노 이야기’(2004/이레)와 영국의 음악학자 도널드 토비가 베토벤 소나타에 대해 분석한 ‘베토벤’(1945/옥스포드대 출판부)도 추천한다. 번역본은 없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최고의 베토벤 소나타 음반을 꼽아본다면.
전집 중에서는 아르투르 슈나벨을 빼놓을 수 없다. 역사상 처음으로 베토벤 전곡을 녹음한 사람이고, 명 스승이자 명 피아니스트였다. 무대 공포증이 있어 연주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지만, 이 음반은 누가 들어도 이견이 없을, 거장이 남긴 기록이다. 나도 이 음반을 수도 없이 많이 듣고 공부했고,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있다. 또 하나를 꼽자면, 러셀 셔먼 선생님의 앨범이다. 모든 연주와 녹음, 에디팅 과정을 옆에서 함께했을 뿐만 아니라, 베토벤을 향한 내 열망의 시작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여섯 번째 시리즈 ©목프로덕션

3년, 베토벤과 함께 무르익다

베토벤의 초기 작품은 작곡가로서 빛나는 재능을 보여주고, 후기 소나타들은 미래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작품이 만들어진 그 시대의 음악가와 대중의 이해를 바라고 쓰였다기보다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먼 훗날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며 쓴 것 같달까. 이렇듯 예술이라는 이상에 대한 철학과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까지 모두 담겨 있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들은 피아니스트에게 지성과 감성을 모두 요한다. 그래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그의 삶을 담은 ‘일기’처럼 가까이하고 싶지만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작품이다. 손민수는 그 일기 속으로 발을 내디뎠고, 무려 3년을 베토벤의 삶에 들어가 그와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인간적인 베토벤을 만났다.
베토벤을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라 느꼈던 지점은 어디서였나.
베토벤은 후기 피아노 소나타와 ‘장엄 미사’를 완성하는 가운데, 그리고 한편으로는 마지막 5개의 현악 4중주를 쓰는 그 시기에 ‘입맞춤(Der Kuss)’이라는 코믹한 가곡을 썼다. 한 소년이 친구에게 자신의 첫 키스 장면을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을 한 시기에 썼다는 것에 ‘역시 베토벤!’이라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음악적 경지를 보여주면서도 가장 소탈한 모습을 더불어 품고 살았던 모습에서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서른두 개의 소나타 중 특히 ‘인간적인 기쁨’을 준 곡이 있다면.
즐거움과 기쁨의 감정을 떠올린다면 소나타 16번(op.31-1). 웃음을 표현하는 듯한 장면으로 가득한 유머러스한 곡이다. 3악장에서는 노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마치 내 손끝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피어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에 처절한 고통이 느껴졌던 작품은 무엇이었나. 가장 까다로웠다거나.
베토벤은 후기작품으로 갈수록 인간의 비애와 어쩔 수 없이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노래한다. 그러나 그 끝은 대부분 구원과 귀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소나타 23번 ‘열정’ 만큼은 다르다. 곡이 지닌 강렬함 때문에 비극이란 감정이 묻혀있기 쉽지만, 사실 이 곡은 마지막까지 파국으로 치달으며 비극적으로 끝을 맺는다. 14번 ‘월광’의 1악장과 31번 3악장 ‘아리오소 돌렌테(Arioso dolente)’에서도 늘 ‘죽음’에 대해 고민했던 베토벤의 처절한 고통이 담겨있다.
작품 속 고통이 연주하면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던가.
물론. 러셀 셔먼 선생님이 쓴 ‘피아노 이야기’를 보면, “베토벤을 연주하려면 먼저 그를 따라야 하고, 그를 대변해야 하고, 결국엔 베토벤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 베토벤 그 자체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 예술 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인이 자신의 감정을 함축된 글로 표현하듯, 베토벤은 여러 감정을 음악에 집어넣고, 깎아내고 다듬어서 결국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았다. 그 함축적인 의미들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음악 자체가 되는 수밖에!

 

삶, 고통과 기적의 순간들

전나무 숲에서 산책을 즐겼던 베토벤은 “나는 사람보다 나무가 좋다”고 말했다. 손민수는 베토벤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었던 대상이 오직 자연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며 말을 이었다.
“인간은 결국은 가장 외롭고,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많은 순간 잊고 살지만, 우리는 언젠가 없어질 사람들이 아닌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누구나 고통을 감내하고 산다. 어떻게 감내하느냐, 그 와중에 어떻게 무엇에서 희망을 얻느냐 그런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베토벤의 삶이 그러했듯, 손민수의 시간도 순탄하게 흐르지만은 않았다. 세 번째 시리즈를 앞두고는 너무나도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와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시리즈의 전 여정을 돌아보는 가운데,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 번의 머뭇거림과 침묵을 반복하던 끝에 손민수는 ‘피아니스트 김은성’이라는 이름을 어렵게 꺼내놓았다.
시리즈를 진행하던 중 고통의 순간이 있었다. 피아니스트 김은성. 아마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할 이름일 것이다.
세 번째 시리즈 무대를 앞두었던 때, 불의의 사고로 어린 제자를 먼저 떠나보냈다. 너무나 가슴 아프고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용기 내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 이름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잊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음악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피아니스트다. 은성이는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만난 첫 제자였다. 피아니스트로서 무궁무진한 미래를 품은 ‘원석’이었다. 음악만 생각하면 갑자기 눈빛이 돌변하곤 했던, 야생마, 불덩어리 같은 학생이었다. 함께 음악을 만들며 내게도 너무나 소중한 경험을 주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우리 곁을 먼저 떠나갔다. 함께 꿈꿨던 것이 정말 많았는데··· 그 상실감이 너무나 커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지냈던 다른 제자들을 보면서 은성이의 그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뿌리내려있음을 느낀다. 그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베토벤의 음악이 생명의 상징이 되듯, 내게는 ‘김은성’이라는 이름이 내 음악에서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가에게 고통을 이겨내는 시간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일까? 밝혀지지 않은 본인의 고통의 과정을 통해 베토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사연 없는 피아니스트는 없을 것이다. 2008년 12월 31일, 큰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손목뼈가 완전히 으스러져 큰 수술을 해야 했고, 이후 2년 동안 피아노를 치지 못했다. 피아니스트로 주목받기 시작하며, 가장 연주가 많았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오른팔을 쓰지 못하니 왼손만 죽어라 연습했다. 왼손으로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왼손을 위한 레퍼토리는 모두 다루어봤던 것 같다. 2년간 치료를 받으며 매일매일 의심과 고민을 반복했다. 낫고는 있는 것인지,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되더라도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일까, 기적이 일어났다.
지금은 완벽히 다 나았다. 당시 내 손을 수술했던 하버드 대학 의사가 아직도 내 수술 케이스를 학회에 발표할 정도다. 일반인과 피아니스트가 느끼는 고통은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나는 피아노를 쳐야 하는 사람’임을 마음속 깊이 느꼈다.

 

글과 음반, 베토벤을 기록하다

베토벤 전곡 시리즈를 진행하며 모든 프로그램 노트를 직접 작성했다. 당신의 언어로 기록한 이 노트가 어떻게 활용되었으면 하는가. 베토벤의 피아노 세계를 읽은 자의 독후감, 또는 연주에 이해를 돕는 현장의 글로? 아니면 굳이 음악을 듣지 않아도 음악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시간과 경험에 따라 또 다시 변할지도 모르는 한 피아니스트의 생각으로 받아주면 좋겠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베토벤 소나타들을 탐구하고, 정답이 없는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베토벤의 음악에 조금씩 가까워졌던, 한 피아니스트의 그 당시 생각.
이 모든 언어의 기록들은 곧 출시될 음반에도 함께 담길 예정이다. 시리즈와 함께 전곡 앨범도 준비해왔는데, 소리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잊지 못할 장면들이 있는가.
좋은 팀과 좋은 장소에서 녹음을 진행할 수 있었다. 녹음하는 동안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일출과 일몰을 함께했는데, 그 자연의 빛깔들을 보며 모든 어려움을 놓아버릴 수 있었다.
카라얀은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1950년(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과 1962·1977·1985년(이하 베를린 필) 총 네 차례에 걸쳐 냈다. 피아니스트에게 전곡 연주 시리즈의 반복은 그의 성장과 성숙과 함께하는데, 피아니스트로서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은 어떤 의미인가?
베토벤은 예술에 대한 모든 철학과 인간에 대한 사랑 등 내면 깊숙이 담아두었던 이야기들을 피아노 소나타에 담았다. 그 곡들을 연주와 음반으로 담는 것은 베토벤을 통해 내 모습이 비추는 것이기에 시작부터 참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베토벤을 찾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발견이라는 선물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 대한 발견, 그리고 내가 베토벤의 음악에서 발견한 것들을.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다시 만난다면, 그건 언제가 될까?
이번 녹음을 시작했을 때 누군가 “앞으로 또다시 녹음할 생각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때의 대답은 단연코 ‘노(no)’였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만약 70세까지 산다면,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러셀 셔먼 선생님이 베토벤 음반을 냈을 시점이 바로 그즈음이었다. 이때 다시 녹음해 본다면, 그 시간을 통해 선생님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베토벤과 긴 여정을 마치며···

“친구여 갈채를, 이제 희극은 끝났다네.(Applaud friends, the comedy is over.)” 베토벤이 삶의 끝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다. 손민수의 긴 여정에도 끝이 보인다. 그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는 9월 11일, 통영에서 시작해 23일 대구에서 마무리된다.
이번 전곡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은 후기 소나타 3곡으로 마무리한다. 전 시리즈를 관통하며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손민수의 베토벤은 이렇다’라며 내리고 싶은 결론이 있는가. 이번 소나타 전곡 시리즈는 내가 사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20년이 넘는 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나보다 더 진지한 태도를 가진 제자들을 보며, 내가 지금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에 대한 답이 ‘베토벤’이었고 그의 ‘소나타’였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앞두고는 결국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음악의 기원, 희극과 비극의 시작. 인간의 무수한 감정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 베토벤 연주는 결국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찾았는지. 지금으로선 답을 얻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베토벤의 그림자가 내게 조금이나마 드리워졌음을 느낀다. 그것이 내 삶의 한 챕터를 만들어줄 뿐 아니라 큰 형태를 잡아 주리라 생각한다.

 

 

종이에 스민 베토벤

손민수가 직접 쓴 베토벤 소나타 해설
서른두 개 소나타에 관한 기나긴 프로그램 해설은 손민수의 실제 고민보다는 짧을 테다. 베토벤 소나타의 도입부인 1번과 그가 ‘객석’과의 인터뷰에서 중요하게 언급한 2·17번, 그리고 전곡 연주회를 마무리하는 30·31·32번 소나타에 관한 그의 글 중 음악가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 부분을 발췌해 재구성했다. 손민수가 직접 쓴 국·영문의 전곡 해설집은 그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에서 볼 수 있다. 발췌·재구성 박서정 기자

 

소나타 1번 바단조 op.2 No.1
베토벤의 나이 25세에 작곡된 이 곡은 ‘작은 열정 소나타’라고도 불립니다. 그만큼 조용한 소용돌이가 우아하게 그려지는 듯하지만, 더 깊은 곳에는 작곡가의 반항과 저항의 강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모차르트의 g단조 교향곡에서 가져온 1악장의 오프닝과 하이든의 C장조 소나타 아다지오를 연상케 하는 2악장처럼 이전 작곡가에 대한 경의가 남아 있으나, 첫 프레이즈부터 등장하는 스포르찬도(돌연히 악센트를 붙여서), 포르티시모(매우 세게), 수비토(똑바로)들을 통해 베토벤의 음악임을 확인시켜줍니다.

소나타 2번 가장조 op.2 No.2
베토벤은 비르투오소적이고 모방할 수 없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1악장의 셋잇단 16분음표들은 베토벤 시대의 피아노가 현대 피아노에 비해 건반 간격이 좁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 손으로는 도저히 연주하기 힘들게 여겨집니다. 그가 직접 표기한 핑거링을 보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도전해보았지만 제 능력으로는 한계를 느껴 두 손을 사용했음을 고백합니다.

소나타 17번 라단조 op.31 No.2
“템페스트(셰익스피어 희곡)를 읽어보라” 이 곡에 관해 묻는 질문에 베토벤의 답변은 이처럼 간단했습니다. 호메로스, 플루타르코스, 셰익스피어, 괴테, 실러 등 위대한 작가들은 한결같이 그의 동반자였습니다. 초월적인 영감에 이러한 작가들의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분적으로나마 지금의 음악가들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합니다.

소나타 30번 마장조 op.109
평생을 베토벤과 함께하신, 제 스승이자 피아니스트인 러셀 셔먼(1930~)은 이 곡을 각별히 여기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베토벤의 소나타 30번에 내재된 음악은 너무도 독창적이어서 어떤 하나의 해석으로 제한될 수 없다.” 베토벤은 이 곡 안에서 수많은 변화를 실험해나갔습니다. 이를 통해 보여주는 다양하고 극적인 범위는 놀랍습니다. 예컨대, 1악장에 대해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알프레드 코르토(1877~1962)는 “여기, 쇼팽이 등장한다”고 말합니다. 꿈같은 대화는 2악장에서 남김없이 부서지고, 힘차게 이어진 변주는 다섯 번째에서 고향으로 향한 항해를 시작합니다.

소나타 31번 내림 가장조 op.110
베토벤의 음악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인간과 신 사이의 분열을 화합하는 힘을 가집니다. 1악장은 소생하는 생명의 에너지로 무한한 세계를 열어나가며, 3악장은 직접적이고도 사색적인 신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됩니다. 부드러운 올림 4도로 이루어지는 1악장의 첫 주제는, 거대한 계획의 일부입니다. 이 올림 4도는 3악장의 애끓는 아리오소(오페라나 오라토리오 등에서 레치타티보의 중간이나 끝에 나타나는 짧은 선율적인 부분) 이후, 신성한 푸가의 근원이 됩니다. 지치고 상처받은 영혼은 아리오소 속 잊히지 않는 예수의 상을 통해 구원을 찾습니다. 여기서 바흐에 대한 베토벤의 경외심은 ‘요한 수난곡’에 나오는 “이제 다 이루었노라”를 아리오소에 인용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푸가는 베토벤의 ‘장엄 미사’ 속 “어린 양”의 영혼으로 신의 자비와 구원을 염원하며 간절히 노래합니다.

소나타 32번 다단조 op.111
모든 화성의 근원이 되는 다장조 속에 베토벤의 마지막 소나타는 오직 위안을 줍니다. 집요한 병마를 이겨내며 그의 음악은 점점 복잡해지지만 간결해지고, 내면적이지만 무한한 세계를 그려나가며, 종교적이지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신의롭게 보여줍니다. 1악장은 중요한 근원이 되어 이 음악을 걸작으로 만듭니다. 2악장의 주제는 간결하고 소박하게 시작하지만 켜켜이, 그리고 끈질기게 발전합니다. 한탄하는 선율들, 휘감아 밀려드는 저음의 목소리들, 베토벤과 신 사이의 고백은 그의 환상과 확신 사이에 자리 잡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처럼, 희극은 그렇게 자기 연민이나 아무런 유감없이 끝나버립니다. 오직 음악만이 남아 생명의 상징이 됩니다.

 

 

동그라미에 담은 베토벤

톤 마이스터 최진이 말하는 3D 베토벤 녹음 과정
피아니스트 손민수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Sony Classical)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2년 반이 넘는 기간에 걸쳐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됐다. 8번의 독주회 일정에 맞추어 8번의 녹음이 진행됐고, 녹음마다 3일씩 공을 들였다. 이번 음반의 시작과 끝은 모두 톤 마이스터 최진이 함께했다. 피아니스트와 긴 여정을 함께한 그에게 녹음 과정과 음반, 그리고 여기서 만난 손민수의 베토벤에 대해 물었다. 글 이미라 기자

손민수 베토벤 소나타 전집
Sony Classical S80567C

이번 음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번 음반은 3D(입체음향) 녹음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집이다. 그동안 녹음 방식은 모노에서 스테레오, 그리고 서라운드 방식으로 변해왔고, 요즘 화두는 3D 오디오에 모여 있다. 스피커가 10개 이상 들어가는 3D 녹음은 서라운드 방식보다 위쪽(천장)에 레이어가 하나 더 추가되어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원 고유의 투명함과 함께 공간감이 아주 잘 포착된달까. 이 음반을 3D 스피커로 들어본다면, 그 생생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작업과 달리 피아노 독주 녹음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피아노의 상태를 가장 신경 쓰게 된다. 좋은 피아노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데다가 굉장히 예민한 악기이기 때문에, 좋은 테크니션이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작은 온도·습도의 변화 등 날씨에도 예민하게 변하기 때문에 컨트롤이 쉽지 않다. 그래서 녹음마다 동일한 사운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믹스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레퍼토리에 맞는 사운드 캐릭터를 잘 체크해야 한다.

8회의 녹음은 모두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됐는데.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꼽는 곳이다. 독주나 실내악,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 녹음을 진행할 때에 제격이다. 자연스러운 어쿠스틱을 지녔고, 일체의 인위적인 잔향을 넣지 않고도 적절한 사운드를 취할 수 있다.

시작과 끝을 함께한 이로써, 이번 음반을 소개해 본다면.
피아니스트 손민수와 함께 작업한 2년 반의 시간이 굉장히 즐거웠다. 결과물 또한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나왔다. 사람마다 음악적 취향이 다르고, 또 같은 연주를 보면서도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지만, 이 음반은 누가 들어도 수긍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매우 정석적이고 교과서적으로 베토벤 음악을 들려주면서도 지루하거나 밋밋하지 않다. 음악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준다. 손민수의 이번 음반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진(좌)과 손민수(우), 2020년 3월 12일 일곱 번째 녹음 현장에서 ©최진 제공

 

 

 

베토벤과 함께한 지난 여정

시리즈1 소나타 1·18·12·23번(2017.11.1/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시리즈2 소나타 6·15·22·21번(2018.3.20/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시리즈3 소나타 7·17·16·8번(2018.11.16/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시리즈4 소나타 24·4·9·10·14번(2019.5.21/금호아트홀 연세)
시리즈5 소나타 2·3·5·26번(2019.5.31/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시리즈6 소나타 11·13·27·28번(2020.1.9/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시리즈7 소나타 25·19·20·29번(2020.2.9/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전곡 시리즈 8-피날레 소나타 30·31·32번

9월 11일 오후 7시 30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9월 14일 오후 7시 30분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
9월 1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9월 19일 오후 7시 30분 엘림아트센터 엘림홀
9월 23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아름다운 목요일 베토벤의 시간 ‘17‘20-손민수

11월 26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연세
베토벤 ‘안단테 파보리’ WoO57, ‘6개의 바가텔’ op.126,
‘디아벨리 변주곡’ op.120

커버스토리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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