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준 상임지휘자 취임 이후, 매년 말러 교향곡을 한 곡씩 연주하고 있는 코리안심포니가 올해는 6번에 도전장을 냈다. 1월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글 이장직 객원전문기자(lully@) 사진 코리안심포니
말러 교향곡 6번은 평소 음악회에서 자주 들을 수 없는 곡이다. 중간 휴식 없이 1시간 20분 동안 연주하기 때문에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물론 청중에게도 적잖이 부담스럽다. 또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회 시리즈가 아니면 라이브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드물다.
하지만 연주하는 입장에선 힘든 만큼 도전에 성공한 다음 느끼는 보람도 크다. 청중으로서는 무대를 가득 메운 각양각색의 악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는 곡이다. 귀가 후련해질 정도로 근육질의 사운드가 풍성하기 때문에 청중 입장에서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서곡·협주곡 없이 교향곡 한 곡만으로 하루 저녁 프로그램을 채움으로써 오케스트라나 지휘자에겐 최고의 음악적 자부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최희준은 2011년 3월 취임 연주 이후 말러 교향곡을 매년 한 곡씩 연주해오고 있다. 첫 해 2번 ‘부활’, 지난해 5번에 이어 올해는 6번에 도전장을 냈다.
코리안심포니는 2년 전 새로운 상임지휘자를 맞이했지만 단원들도 최근 10년 사이 거의 대부분 새로 입단했다. 다른 오케스트라에 비해 연주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유리하지만 앙상블 감각의 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진 않는다.
말러 교향곡은 베토벤의 아홉 개 교향곡과 더불어 오케스트라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한 훌륭한 교재다. 하지만 임기 만료를 1년 앞둔 타이밍 때문이었을까. 1월 3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린 6번 교향곡을 들으면서 의욕과 패기는 좋으나 ‘진도’를 너무 급하게 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러 교향곡은 악기 편성이 크고 연주 시간도 길지만 각 부분의 악상이 매우 개성 강하고 오케스트라 음색을 최대한 다채롭게 추구하기 때문에 음악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정기연주회에서 고른 6번 교향곡의 경우 각 부분의 악상은 최대한 효과적으로 살려냈지만 연결 고리 부분에서 집중력이 다소 떨어져 기복이 심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어느새 다음 주제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게 음악이 흘러가야 하는데 음악적 단절감을 자주 드러낸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악상 전환 부분은 일종의 ‘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오랜 실전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앙상블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군데군데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친 나머지 서로 경쟁하듯 튀는 부분도 있었다. 지휘자는 수많은 악기들이 오가는 음악의 교차로에서 교통순경의 역할도 기본적으로 충실히 해야겠지만 작곡자가 악보에 풀어놓은 가능성의 세계를 다 보여주기보다는 뉘앙스 조절이나 명암의 대조에 신경을 써야 할 필요도 있다.
최희준은 이날 연주에서 2악장에 안단테, 3악장에 스케르초를 배치했다. 완성 악보는 스케르초가 2악장, 안단테가 3악장이었는데 작곡자가 초연 당일 무대 리허설 과정에서 순서를 바꿨다. 안단테에서 피날레로 넘어가는 감정의 기복이 생각보다 너무 심했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지금까지도 각각 안단테-스케르초와 스케르초-안단테를 주장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4악장의 길이나 비중을 감안할 때 3악장에서 쉬어 가야 한다는 점에서 안단테를 3악장에 배치해도 좋을 것 같다. 일종의 결과론이긴 하지만 단원들이 4악장에서 다소 지친 모습을 드러냈기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연주 시간이 긴 작품에서 큰 화폭의 그림을 완성하려면 체력 안배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