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닐 트리포노프

나는 성장하고 싶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6월 1일 12:00 오전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 스물두 살 소년은 저널리스트 노먼 레브레히트로부터 “우리의 남은 생을 위한 피아니스트”라는 찬사를 받았다. 지난 2012년 겨울, 파리 데뷔를 앞두고 현지에서 만난 트리포노프는 오로지 음악만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 살고 있었다. 당시 그와 나눴던 이야기의 일부를 지면으로 다시 옮긴다.

상당히 많은 콩쿠르에서 입상과 우승을 했다. 콩쿠르를 휩쓸 수 있었던 이유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가.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색다른 경험이다. 개성을 줄이고 음악성을 좀 덜 드러내게 되는 건 아니다.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다. 러시아적인 표현인데 무대에 서는 예술가들은 ‘헝그리 앤 앵그리’로 연주를 해야 한다. 예술가에게는 도달해야만 하는 확실한 목표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다. 배고프고 화가 난 채로, 그만큼 격앙된 상태로 목표 지점을 향해 가야 한다. 나에게 있어서 공연을 통해 도달할 지점은, 새로운 색채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구조물을 건설하는 식의 연주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모든 연주 장소에서 연주자들은 도전을 받는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일상은 어떤가.
하루에 늘 6~7시간 연습한다. 연습하지 않는 날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아직 배울 것이 산더미같이 많다. 새로운 레퍼토리들을 늘리고 싶다. 지금 한 해 전 세계에 걸쳐 80~100회의 콘서트를 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도 레퍼토리를 늘리는 것을 게을리하고 싶지 않다.

쇼팽 에튀드에 대한 애정이 특별한 것 같다.
파데레프스키ㆍ코르토 등 다양한 에디션을 가지고 악보를 읽는다. 종종 에디션끼리 반대되는 내용이 담긴 경우도 있다. 파데레프스키 버전에서 Op.10-8을 보면, 16분음표를 4개씩 묶어서 시작점에 있는 음표마다 악센트가 들어가 있다. 파데레프스키 버전은 쇼팽이 남긴 악보니까, 쇼팽이 정말로 이렇게 악센트를 넣으라고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에튀드라는 걸 생각하면 학생들의 훈련을 위해, 레슨을 하면서 학생들이 이 곡의 박자를 좀 더 정확히 맞추기 위해 권장했을 거란 생각도 할 수 있다. 음악적으로는 이 악센트가 없는 편이 훨씬 듣기 좋다. 연습하기에는 좋은 방법이지만 연주할 때 나는 악센트를 넣지 않는다. 물론 악보를,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만약 연주자가 조금 다르게 연주해서 듣기에 더욱 좋다면 작곡가도 더 기뻐하지 않을까. 모든 에튀드가 나름의 특색을 다 가지고 있지만 나는 Op.25의 7번, 느린 곡을 가장 좋아한다.

피아노 외에 다른 것이 당신 인생에 있나.
취미는 작곡이다. 다섯 살 때부터 쭉 작곡을 해왔다. 심각하고 진지한 수준은 아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아이디어들을 그대로 둘 수가 없었으므로 곡을 썼다. 그때가 다섯 살이었다. 이미 열한 살에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다. 즉흥연주가 아니라 정말 곡을 썼다.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다. 어린 꼬마인 내가 거의 선 채로 피아노에 앉아서 내 자작곡을 연주하는 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엄청난 악상들이, 음악들이 떠다닌다.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도 작곡 수업을 듣는다. 2013년 1월, 루브르 박물관 연주 프로그램에도 내 자작곡이 포함됐다. 제목은 ‘라흐마니니아’. 나는 라흐마니노프 곡을 굉장히 늦게 배웠다. 러시아에서는 보통 독일이나 프랑스 음악을 가르치는 데 더욱 중점을 둔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써간 곡을 들은 선생님이 한참 뒤에 이렇게 말했다. ‘네 안에는 라흐마니노프가 들어있구나!’라고. 내가 쓴 곡을 들으면 빼도 박도 못하는 전형적인 러시아인이라고 했다. 반면에 내가 연주하는 데 선호하는 음악은 오히려 독일ㆍ프랑스 음악이다.

스승인 세르게이 바바얀에겐 어떤 것을 배우나.
지금 클리블랜드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세르게이 바바얀은 나에게 스트레칭 동작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근육이 덜 긴장하게 되면 심리적으로도 편안해지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들도 더 다양하고 깊어지며 그만큼 음악에 가까이 갈 수 있다. 무대가 물론 두렵지만, 그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 만약 전혀 겁먹지 않는다면 그건 더 위험하다. 겁 없이 무대 위에 올라갔는데, 갑자기 긴장과 두려움이 닥쳐올 수도 있고, 준비를 소홀히 할 수도 있고, 음악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연주를 망친다면 더 큰 재앙이다. 적당한 두려움과 긴장은 연주자에게 필수적인 도전 요소다. 단, 그 두려움을 음악을 향한 집중으로 전환해낸다는 조건에서만.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