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익숙하면서도 새로울 것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6월 1일 12:00 오전

소설과 TV 드라마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해를 품은 달’이 창작 뮤지컬로 관객과 만난다. 시대적 소재와 현대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대중적인 멜로디와 웅장한 선율을 통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무대 언어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6월 8~23일 포은아트홀, 7월 6~3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소설과 TV 드라마로 큰 인기를 누렸던 ‘해를 품은 달’이 뮤지컬로 관객과 만난다. 국내에서 1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에 이은 정은궐 작가의 동명 소설은 2011년 국내 출간과 동시에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 번역되어 출판되었으며, 이듬해 동명의 TV 드라마로 방영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는 영상미도 영상미지만 원작으로부터 새롭게 각색된 개성 있는 캐릭터와 매회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방영 초기부터 화제를 낳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또한 ‘수현앓이’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주인공 훤 역의 김수현 배우를 톱스타로 등극시켰고 일본 NHK 방송에서도 방영되어 또 다른 한류바람을 이어갔다.
시대적인 소재와 현대적인 상상력이 적절하게 결합된 ‘팩션’이라는 점에서 원작의 힘은 영상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과 비밀에 싸인 무녀 월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는 큰 틀의 ‘궁중 로맨스 사극’에는 현대인의 판타지 감성과 로맨스가 잘 버무려져 있다. TV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 역시 현실 탈출을 꿈꾸는 대중의 속마음이 반영된 잘 짜인 대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새롭고 신선한 동시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플롯과 상상력으로 무장한 기발한 캐릭터 구축은 뮤지컬에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필살기’라고 할 수 있다.

유리한 고지에서 펼치는 진검승부
뮤지컬 ‘해를 품은 달’(대본ㆍ작사 박인선, 작곡 원미솔, 연출 정태영) 제작진에 따르면 뮤지컬의 스토리는 드라마보다는 소설에 가깝게 각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극은 조선시대 어느 가상의 왕가, 배다른 왕자인 훤과 양명의 이야기로 열린다. 양명은 궁 안에 갇혀 있어야만 하는 동생 훤에게 궁 밖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월장을 하고 두 사람은 달의 운명을 타고난 홍문관 대제학의 딸 연우를 우연히 만나 마음에 품는다. 다른 사람들 몰래 서찰을 주고받으며 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키워가는 연우는 간택을 통해 세자빈이 되고 양명은 서자로 태어나 모든 것을 훤에게 양보해야만 하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한다. 훤의 스승이자 연우의 오라비인 허염을 마음에 품었던 민화공주 또한 그를 가질 수 없는 운명에 애달파 한다. 하지만 궁중의 계략에 의해 연우의 모든 기억은 몸종에게 이식되고 그녀가 죽었다는 소문이 들리면서 훤은 실의에 빠진다. 8년의 세월이 지난 뒤 조선의 왕이 된 훤은 요양 차 나선 온양 행궁에서 익숙한 향기에 이끌려 한 민가에 들르게 되고 연우와 꼭 닮은 무녀 월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로 인해 훤의 잊힌 사랑이 되살아난다.
성공한 원작은 유리한 고지처럼 보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각색을 이뤄내야 하는 뮤지컬 창작진에게는 그 자체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장르적으로 후발 주자라고 볼 수 있는 뮤지컬 버전을 만들고 있는 ‘해를 품은 달’의 제작진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울 것’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수행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미션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원작이 거둔 친밀한 소재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이 뮤지컬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성공을 위한 매우 유리한 고지에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공연은 무대만이 가진 특별한 표현 방식으로 진검 승부를 벌여야만 하기에 원작 소설과 TV 드라마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무대에서도 여전히 펼쳐내야 할 원작의 매력도 갖춰야만 한다.

무대 위에 펼쳐질 압축미와 절제미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사극에 기반한 대극장 공연 콘텐츠이기에 TV 드라마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많은 장면과 스타일들이 뮤지컬 언어로 표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사극을 소재로 한 대형 창작 뮤지컬들은 역사적인 사건을 충실하게 해석한 정통 사극과 위인의 일대기를 다룬 위인사극이 주류를 이루었다. 음악도 클래시컬한 선율에 동양적인 분위기를 결합시키면서 진지한 뮤지컬 드라마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사극 드라마의 성공을 기반으로 뮤지컬에 도전을 시도한 몇몇 작품들이 지나치게 ‘요약판’ 같은 구성을 선보인 나머지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압축미와 절제미의 무대 언어가 돋보이는 뮤지컬이 필요한 시점이다. TV에서 이미 익숙해진 팩션 사극이 뮤지컬에서는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해를 품은 달’은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더불어 종종 역사 왜곡이라는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보다 자유로운 작가적인 상상력의 장을 열어주고 있는 ‘팩션’이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이번 작품은 TV 드라마에서 보여준 다양한 코믹 코드들이 음악적으로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또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창작진은 이러한 전제조건에 맞춰 음악적인 콘셉트를 팝 오케스트라로 정해, 아기자기하면서 대중적인 멜로디와 웅장한 선율을 결합한 사운드를 찾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무대의 또 다른 매력은 복제가 가능한 영상 매체와는 달리 현장감이 물씬 느껴지는 라이브 공연이라는 점이다. 배우와 오케스트라가 노래ㆍ연기ㆍ춤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새로운 방식의 뮤지컬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아름다움이 가득한 무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세트ㆍ조명ㆍ의상ㆍ분장에 앙상블이 보여주는 화려한 현대무용과 역동적인 군무, 조각보에서 영감을 얻어 상징적으로 사용될 영상 등 원작이 가진 팩션의 재미를 뮤지컬 무대에 걸맞게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번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 이훤 역에는 뮤지컬 ‘서편제’ ‘라카지’ ‘쌍화별곡’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드라마 ‘무사 백동수’ 등 공연과 방송을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다현과 ‘천국의 눈물’ ’엘리자벳’ ‘두 도시 이야기’ ’햄릿’ 등 대형 작품에 주로 출연해온 전동석이 출연한다. 훤의 배다른 형이자 부왕의 서장자인 양명군 역에는 ‘형제는 용감했다’ ’풍월주’ ‘유럽 블로그’ 등으로 이름을 알린 성두섭과 ‘락 오브 에이지’ ‘셜록홈즈’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등으로 이름을 알려온 조강현이 더블 캐스팅됐다. 훤의 첫사랑이자 액받이 무녀 연우 역은 ‘사춘기’ ‘닥터 지바고’ ‘번지점프를 하다’ ‘갈매기’ 등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여온 전미도와 최근 ‘아이다’의 암네리스 역으로 차세대 주역 배우로 가능성을 보여준 안시하가 함께 맡는다. 그 외에도 송영창ㆍ지혜근ㆍ염성연ㆍ이한솔ㆍ최보영ㆍ서홍석ㆍ최현선 등 전 배역이 연극ㆍ뮤지컬 배우들로만 구성되어 탄탄한 앙상블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글 조용신(뮤지컬 연출가·칼럼니스트) 사진 쇼플레이ㆍ이다엔터테인먼트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