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대관령국제음악제

신선한 음악의 바람을 맞아라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7월 1일 12:00 오전

장엄한 대자연의 풍경 사이로 신선한 음악의 바람이 불어온다. 올해로 10주년, 대관령국제음악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연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노래한다.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011년 정명화·정경화 예술감독 체제의 시작과 함께 내적인 발전을 모색하며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빛이 되어’ ‘춤에서 춤으로’를 테마로 내세워온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이번 주제는 ‘노던 라이트(Northern Lights)-오로라의 노래’이다. 음악감독 정명화는 “압도적인 자연의 장엄함과 삶의 터전 곳곳에서 묻어나는 오래된 민속과 구전의 전통들, 탐험과 모험의 유산들이 가득한 지역에서 탄생한 음악들이 우리 모두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며 주제 선정 의의를 전했다.
올해는 특별히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 사샤 메킬레와 그가 이끄는 생 미셸스 현악오케스트라가 대관령을 처음 방문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판타지아 목관 5중주단도 함께 내한해 북유럽의 정취가 가득한 연주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친근하면서도 이국적인 감성의 북유럽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들은 7월 25일부터 8월 4일까지 저명연주가 시리즈를 중심으로 알펜시아 리조트 내 콘서트홀·뮤직텐트 등에서 펼쳐진다.
대관령국제음악제 10주년을 기념하며, 국내외 작곡가들에게 위촉된 곡들이 세계 초연된다. 더불어 클래식 음악계의 다양한 화두가 담긴 해인 만큼 이를 기념하는 연주들도 마련된다. 친숙한 음악부터 생소한 음악까지,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게 될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세 가지 화제로 살펴보았다.

사샤 메킬레/생 미셸스 현악오케스트라
올해 대관령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핀란드에서 날아온 지휘자 사샤 메킬레와 그가 이끄는 생 미셸스 현악오케스트라가 아닐까. 1903년에 창단된 생 미셸스 현악오케스트라는 아마추어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시작해 현재 핀란드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앙상블이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매년 9월이면 음악 페스티벌을 여는, 헬싱키 북쪽에 위치한 미켈리가 이들의 본거지다. 생 미셸스 현악오케스트라는 15년간 공석으로 비어 있던 지휘자 자리에 지난 2012년, 젊은 지휘자 사샤 메킬레를 영입했다. 첼리스트 출신의 사샤 메킬레는 1973년생으로 시벨리우스 음악원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했으며, 2005년 수원지휘콩쿠르에서 결승에 오른 바 있다. 2010년 프란츠 벨저 뫼스트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에서 2년간 부지휘자로 활동했는데, 그전에는 프랑스 국립관현악단에서 쿠르트 마주어의 보조로 3년간 있으면서 실력을 쌓아왔다. 바로크부터 현대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 안에 핀란드와 러시아에서 체득한 그만의 감각을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샤 메킬레와 생 미셸스 현악오케스트라는 대관령국제음악제 기간 중 북유럽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먼저 7월 25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그리그 ‘홀베르그 모음곡’ Op.40과 핀란드 출신의 작곡가 예이노유하니 라우타바라의 ‘바이올린을 켜는 사람’, 스웨덴 출신의 작곡가 다그 비렌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Op.11을 연주한다. 이어 8월 3일에는 시벨리우스의 로망스 C장조 Op.42와 ‘전원 모음곡’ Op.98B, 즉흥곡 Op.5를 무대 위에 선보인다.

북유럽 숲에서 불어오는 소리
저명연주자 시리즈에서는 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아이슬란드·스웨덴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7월 26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음악감독 정경화가 로버트 맥도널드와 함께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C단조를 연주하고, 이튿날인 7월 27일 같은 곳에서 지휘자 이상훈과 국립합창단이 얀 산드스트룀 ‘글로리아’, 토마스 옌네펠트 ‘풍요로움에 대한 경고’ 등 스칸디나비아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합창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같은 날 뮤직텐트에서는 사샤 메킬레와 GMMFS오케스트라가 아이슬란드 출신의 작곡가 욘 레이프스의 아이슬란드 민속춤곡 Op.11 중 3·4악장으로 저명연주가 시리즈를 시작해, 시벨리우스 ‘핀란디아’ Op.26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판타지아 목관 5중주단도 대관령을 찾는 관객들에게 북유럽의 정취를 전할 예정이다. 페이비 쿠코넨(플루트)·라우라 파이넨(오보에)·오코 시비카타야(클라리넷)·요나스 세펠린(호른)·사리 세펠린(바순)으로 구성된 판타지아 목관 5중주단은 2003년에 창단한 이래로 2004년 에르시 멜라르틴 실내악 콩쿠르 관악 앙상블 부문과 2009년 앙리 토마시 목관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바 있다. 8월 2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판타지아 목관 5중주단이 연주하는 닐슨의 목관 5중주 Op.43을 들을 수 있다. 코펜하겐 목관 5중주단에게 헌정된 닐슨의 목관 5중주 Op.43은 20세기 목관 연주의 초석이 되는 곡이다. 이날 같은 무대에 오르는 이경선(바이올린)·김상진(비올라)·미치노리 분야(베이스)는 체코 출신의 작곡가 슐호프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더블베이스를 위한 콘체르티노를 연주한다.

10·100 그리고 200
2013년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오르내린 숫자 중 세 가지를 뽑는다면 10·100 그리고 200이 될 것이다. 대관령국제음악제 10주년,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초연 100주년, 베르디 탄생 200주년 등 클래식 음악계 다양한 화두들이 한 해에 모인 만큼 대관령에서도 이를 기념하기 위한 연주들이 마련된다.
7월 27일, 뮤직텐트에서는 대관령국제음악제 10주년을 기념하며 리처드 대니얼푸어에게 위촉한 ‘방황하는 다르비슈의 노래’가 세계 초연된다. 지혜를 찾아 떠난 여정을 묘사한 선율을 사샤 메킬레와 GMMFS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볼 수 있다. 이어 국립합창단이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라 트라비아타’ 중 ‘투우사의 합창’, ‘일 트로바토레’ 중 ‘대장간의 합창’, ‘돈 카를로’ 중 ‘기쁨의 날이 밝았네’를 노래하며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다.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이영조에게 위촉한 ‘첼로와 대금과 타악기를 위한 모리’가 정명화(첼로)·김진성(대금)·설현주(북)의 연주로 세계 초연된다(8월 3일, 알펜시아 콘서트홀). 음악감독 정명화와 이영조의 작품 인연은 오래전 1996년에 냈던 첼로 소품집 ‘한·꿈·그리움’에 수록된 ‘첼로와 장구를 위한 도드리’에 이어 두 번째다(음반에는 당시 정명화가 이영조 교수에게 위촉한 ‘첼로와 장구를 위한 도드리’ 외에도 이영조가 작곡한 ‘성불사의 주제에 의한 변주곡’ ‘엄마야 누나야’ ‘한오백년’이 수록됐다). ‘첼로와 대금과 타악기를 위한 모리’는 음악제 이후, 미국 카네기홀·케네디 센터에서 연주될 예정이다.
올해처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국내 무대에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손열음·김다솔이 ‘봄의 제전’을 작곡가에 의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축약판 버전으로 연주한다. 오케스트라와는 또 다른 색채로 만나는, 원초적이고 강렬한 리듬이 기대되는 자리다(8월 3일, 뮤직텐트).
이 외에도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바흐’를 주제로 하는 무대들도 눈에 띈다. 먼저 7월 31일, ‘오마주 투 바흐’라는 테마로 게리 호프먼·다비드 게링가스·지앤 왕이 한자리에 모여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5·6번을 각각 연주한다. 8월 3일에는 소프라노 유현아가 황천원(바이올린)·박상민(첼로)·파이비 쿠코넨(플루트)·오주희(하프시코드)와 함께 J.S. 바흐 칸타타 BWV115 ‘내 마음이여, 준비하라’ 중 아리아 ‘기도하라, 다시 기도하라’와 BWV147 ‘마음과 말과 행동과 생명으로’ 중 아리아 ‘예수여, 이제 당신의 길을 예비하소서’를 선보인다. 이어 노부스 콰르텟이 무대에 올라 베토벤 현악 4중주 A장조 Op.18을 연주한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큰 축 가운데 하나인 아카데미 역시 활발하다. 올해도 바이올린(하라다 고이치로·크시슈토프 베그르진·이경선), 첼로(지앤 왕·다비드 게링가스), 피아노(백혜선·로버트 맥도널드)를 중심으로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된다. 그 밖에 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어린이를 위한 음악회 등이 음악제 기간 중 마련될 예정이다.

글 김선영 기자(sykim@) 사진 대관령국제음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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