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헬무트 릴링과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의 내한공연이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대가의 리더십 아래 네 명의 성악 솔리스트들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성악 파트를 담당하여 바흐의 예술을 함께 나누는 동시에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장이 되었다.
글 이석렬(음악평론가) 사진 한화클래식
지휘자 헬무트 릴링은 독일 바로크 연주계의 대가이다. 특히나 바흐 해석에 있어서 일급의 연주력을 자랑하는 지휘자이다. 이제 팔순의 나이를 맞이한 그가 자신이 창단한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와 함께 서울에서의 연주회를 마쳤다. 지난 9월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연주회에서는 4인의 성악 솔리스트들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성악 파트를 담당하여 바흐의 예술을 함께 나누는 동시에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장이 되었다.
지난 1965년에 창단된 바흐 콜레기움 슈투트가르트의 이날 연주는 깔끔한 인상과 정연한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대가의 리더십이 연주의 흐름을 정연하게 이끌고, 단원들이 표출하는 정교한 인상들은 바흐가 창조한 작품세계의 세세한 이미지들을 새겨나갔다.
이번에 연주된 바흐와 모차르트의 곡들은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퍼토리들이었고, 연주의 흐름도 정중한 분위기를 유지하여 고전의 품격과 세련미를 한국의 청중에게 선사하였다. 오랜 세월의 노력과 구상이 서울에서의 연주회에서도 빛을 발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공연을 ‘감성의 분출’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의 경우에는 지휘자의 구상력과 분석 자세가 작품의 춤곡적인 정감을 약화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춤곡들이 지닌 감성적 도취감이 다소 약하게 다가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성악 솔리스트로 등장한 소프라노 미렐라 하겐·메조소프라노 김선정·테너 조성환·바리톤 정록기는 모두가 깔끔한 표상과 풍성한 울림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유럽 각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독일의 소프라노 미렐라 하겐은 섬세하고 풍성한 울림의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모차르트의 작품 ‘환호하라, 기뻐하라’에서도 독창자로 등장하여 생동감 있는 연주를 들려줬는데, 이날 그녀의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어서 연주의 인상 차원에서 안정성은 다소 떨어졌다고 본다. 바흐의 합창곡들에서 노래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은 다소 어두운 톤 컬러로 바흐의 호흡과 리듬에 진정성 있게 다가갔다. 테너 조성환의 명징한 음색과 역시 다소 어두운 톤 컬러를 지닌 바리톤 정록기의 열창도 솔리스트들의 음색과 뉘앙스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릴링의 지휘 아래 이날 합창 파트를 맡은 서울모테트합창단은 풍성한 호흡으로 종교적인 인상을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종교적 심성과 극적인 연출력이 함께 한 바흐의 칸타타 ‘마음과 말과 행동과 생명으로’와 ‘마니피카트’에서 서울모테트합창단이 들려준 인상과 호흡은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마니피카트’에서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극적인 인상을 재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합창 파트에서 빠른 음형의 진행 등에서 민첩함이 다소 부족했던 것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다.
지휘자 헬무트 릴링을 중심으로 독일과 한국의 연주자들이 바흐 예술의 심성으로 다가간 이번 공연은 팔순을 맞이한 대가의 열정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또한 독일과 한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여 청중에게 많은 박수갈채를 받은 뜻 있는 음악회였다. 앞으로도 경륜과 찬사가 함께하는 무대가 계속해서 펼쳐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