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너 귀라(복음사가) /요하네스 베이세르(예수)/임선혜(소프라노) /르네 야콥스(지휘)/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RIAS 실내합창단 외
Harmonia Mundi HMC 802156.58 (DDD)
★★★★
2011년 내한하여 바흐의 ‘B단조 미사’를 연주한 르네 야콥스가 ‘마태 수난곡’으로 돌아왔다. 이미 시대연주 지휘자들의 ‘마태 수난곡’ 음반이 청중 개개인의 취향을 충족시켜주고 있는 상태에서 야콥스는 이 어려운 작품의 녹음에 도전한 것이다. 얼마나 다를까를 물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2012년 가을, 베를린의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이 음반에 야콥스는 “‘마태 수난곡’의 재발견”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그리고 이 수난곡의 연주를 위해 두 개의 독립된 성악 앙상블과 기악 앙상블을 서로 마주보게 배치하여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음향적인 ‘공간’을 재창조했다. 야콥스가 ‘재발견’한 것은 바로 이 공간이었으며, 또한 이를 통해 구체화되는 예수의 수난 사건과 이를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목격자들과의 ‘간극’이었다. 이 음반의 매력은 이들 앙상블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이 연주를 통해 분명 청중에게 ‘보이고’ 또한 ‘들린다’는 점이다. 더불어 야콥스와 함께 한 독창자들, 예컨대 소프라노 임선혜, 복음사가를 노래한 베르너 귀라, 예수 역할 요하네스 베이세르의 사실적인 연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베른하르트 포르크의 바이올린 독주는 사색적이나 지극히 자연스럽다. 이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