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과 국립예술단체 상생은 가능한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월 1일 12:00 오전

지난가을 불거진 ‘국립오페라단 예술의전당 편입설’ 이후
예술의전당과 국립예술단체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변화의 한가운데 선 사람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나아가 더 좋은 내일을 위한 대안을 논의해본다

현재 예술의전당에 입주해 있는 국립오페라단·발레단·합창단은 1999년까지 국립극장 전속단체였다. 당시 국립극장 조직은 극장장 밑으로 사무과·무대과·공연과로 나뉘어져 있었고, 국립극단·창극단·무용단·국악관현악단·오페라단·발레단·합창단이 공연과에 속했다. 이중 ‘오페라’ 혹은 ‘서양 공연예술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오페라단·발레단·합창단이 2000년 국립극장을 떠나 예술의전당으로 이사를 갔다.

이들 국립예술단체는 국립극장을 떠나며 단체의 독립성 확보 및 독자적인 예술 창작활동을 위해 재단법인(민법상 법인 형식의 정부 재정지원 문화예술기관) 형태가 됐다. 한편 예술의전당은 설립 당시부터 특수법인이었다. 작품을 직접 만들어 올리는 ‘제작 극장’ 형태의 국립극장과 달리, 극장 시설 운영 및 당대 최고의 공연을 국민에게 선보인다는 ‘프레젠터 극장’으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그렇게 예술의전당과 입주 국립예술단체, 즉 법인과 법인의 공생이 13년간 이어졌다. 강산도 변할 세월, 우리 공연예술계 환경은 크게 변했다. IMF 이후 민간 기획사 및 예술단체들의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고, 그로 인해 국립 예술기관·단체에 거는 예술계와 애호가들의 기대는 커져만 갔다. 민간 오페라의 사멸은 오히려 국립오페라단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으며, 예술의전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극장으로서 새로운 정체성을 요구 받고 있다.

한편 2000년 LG아트센터라는 강력한 프레젠터 극장이 등장해 우리 공연계에 막강한 트렌드세터로서 자리매김했고,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시내에는 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당대 최고의 공연을 선보인다’는 예술의전당 설립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이제 극장은 갑의 위치에서 내려와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유치하려는 신흥 극장과의 경쟁에 돌입해야 할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혹은 양질을 공연을 ‘자체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립오페라단에 거는 예술계의 기대와는 달리 이제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국립예술단체들 간의 협업이 예전 같지 않고, 예술의전당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요구 받고 있는 지금.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국공립 극장과 국립예술단체들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예술의전당 ‘편입’이라는 용어가 등장함으로써 오페라계의 강력한 반발을 낳았다.

2013년 9월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렸던 정책토론회에서부터 11월 국립예술기관 운영 활성화 협의체 구성에 이르기까지 두 달여간, 우리 공연예술계 안팎에서는 ‘국립오페라단 예술의전당 편입설’ 이후 국립오페라단의 거취 문제, 예술의전당 입주 예술단체의 효율적 운영 및 상호협력 증진방안 등에 관한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문화부·국립오페라단·예술의전당의 입장에 대한 오해와 추측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이에 ‘객석’은 정부와 각 해당 기관의 정확한 입장을 듣고 이를 가감 없이 우리 독자 및 예술계에게 전달하고자 이번 특집을 기획했다.

다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국립오페라화’, 즉 국립오페라단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운영 주체가 되는 것은 현재 여러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오페라단·발레단이 오페라하우스의 전속단체로서 운영되는 방식은 유럽 및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의 사례다. 유럽 오페라극장의 연간 평균 공연 횟수는 100회 이상에 달하며, 미국 메트 오페라는 연간 130회 이상, 뉴욕 시티 오페라·시카고 리릭·샌프란시스코·로스엔젤레스 오페라는 60~130회의 공연을 올린다. 반면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횟수는 최근 2년 평균 연간 28회. 연간 공연 횟수가 공연단체의 재정 및 조직구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페라의 태생지이자 그것이 전통·현대문화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유럽의 유수 오페라극장, 연간 130회 이상의 공연에 막대한 물적·인적 자원을 투자하는 미국 메트의 형태를 지금 당장 우리나라에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다. 즉 극장을 준다 한들 국립오페라단과 발레단이 공간을 채울 수 있을지, 나아가 공연 횟수가 급격히 증가한들 지금의 오페라 저변하에 늘어난 공연만큼 관객도 늘어날지 경영상의 여러 난제를 외면할 수 없다.

직접 만나 깊은 속내를 들어보니, 문화부·국립오페라단의 당장 현안은 ‘국립오페라단이 집에 들어갈 것인가, 집을 가질 것인가’는 아니다. 대신 국립오페라단·발레단·합창단·코리안심포니 등 국립예술단체들 간의 협업 부진을 어떻게 타개할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소위 ‘공연예술의 총아’로 불리는 오페라를 제작한다면서 합창단·오케스트라 등 필수 요소를 보유하지 못한, ‘사무국만 남은’ 국립오페라단에게 국립단체 간의 긴밀한 연계는 작품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실 이들 국립예술단체가 제집이던 국립극장을 떠나 2000년 재단법인으로 독립하고 예술의전당에 입주하던 순간부터 ‘한 아버지 아래 한 형제’라는 관계는 이미 제도적으로 그 와해를 예고하고 있었다.

 


▲ 호평을 받은 국립오페라단 ‘파르지팔’ 한국 초연

국립오페라단 김의준 단장
세계오페라계 시간에 맞춰야 한다

김의준 단장의 이름 앞에는 여전히 ‘전 LG아트센터 대표’라는 수식이 선명하다. 그는 LG아트센터를 짓고 운영하며 14년을 보내다가, 2010년 연말 정년을 채우고 물러났다. 퇴임 이듬해인 2011년 국립오페라단 단장에 취임한 그는 “대전제는, 내가 전문가는 아닙니다”라며 긴 이야기의 운을 뗐다. 그가 국립오페라단 단장직에 부임해 처음 대면한 어려움은 ‘세계 시계’에 맞춰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의 예술감독들은 작품의 완성도를 기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견을 반영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변형이 가능했죠. 내후년 프로그램을 미리 짜서 홍보 마케팅 할 여력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오페라는 보통 250~300명의 예술가·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드는데, 미리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잘 하는 사람,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사람을 데려오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야말로 이삭줍기죠. 입도선매가 다 끝난 후 그제야 우리는 뭘 하려고 하니까, 적확한 인물은 이미 다른 곳과 계약을 마쳤죠. 메트는 6~7년 앞서 프로그램을 정하고, 다른 오페라단들도 평균 3~4년 앞선 얘기를 합니다. 그 분위기에서 나는 2013년 현재(해외 오페라 시즌으로 치면 2013/2014 시즌에) 2015/2016 시즌 얘기를 하니 혼자 정신 나간 사람 같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3~4년 후 프로그램을 미리 확정해놓은들 그건 내 다음 단장의 몫이에요. 임기 측면에서도 세계 기준의 프로그래밍에 무리가 있습니다.”

유튜브·DVD·영화관에서의 실황 중계 등을 통해 전 세계 유수 오페라 무대를 동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진 세상. 국립오페라단은 ‘국립’이란 이름에 걸 맞는 세계 수준의 예술가와 전문가를 데려다 작품을 만들고 싶지만, 국내 예산 집행 일정·단체장 임기·대관 등의 문제가 늘 발목을 잡는다.

“홀을 마음대로 확보하기도 어렵습니다. 한 작품을 올리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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