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로맨틱 라흐마니노프’

초콜릿 대신 라흐마니노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2월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서울시향의 ‘로맨틱 시리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없던 시리즈였다. 첫선을 끊은 날은 때마침 밸런타인데이였다. 모차르트, 플루트와 하프,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밸런타인데이와 잘 맞는 궁합이었다. 객석의 군데군데마다 영화관처럼 연인끼리 서로 몸을 기대서 공연을 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야나체크 ‘신포니에타’는 데이트를 위한 연인이건 음악 애호가이건 실연으로는 처음 접할 확률이 높은 곡이었다. 스테펀 애즈버리의 지휘에 맞춰 시작된 1악장 팡파르는 연인들을 축하함과 동시에 저 멀리 동계올림픽이 오르고 있는 소치를 향해 날아가는 듯했다. 타악기 열 뒤로 트럼펫과 베이스 트럼펫, 테너 튜바로 구성된 금관 파트의 줄이 추가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진 곡은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K299로 협연자는 서울시향의 플루트 수석 박지은, 하프에는 라비니아 메이어르. 박지은의 소리는 의외로 덤덤하게 느껴졌고, 메이어르의 소리는 악기의 습성대로 화려했다.
이 곡은 전문 연주자가 아닌 아마추어 플루트 연주자인 드 귄 백작의 취미를 위해 의뢰된 곡이기에 화려한 기교가 없다. 따라서 자칫 박지은의 연주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 점을 이해한다면 오랜 수석 생활로 인해 몸에 밴 리드력으로 메이어르와 서울시향 ‘가족’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한 연주라 생각된다.
이어 2부의 주인공 라흐마니노프가 나왔다. 연주의 울림에는 촉각성과 음향의 부피감이 짙게 묻어 있었다. 그리고 기대하던 3악장이 되자 양 옆의 커플이 더욱더 붙어 나의 자리는 넓어졌다. 양 팔걸이도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이날, 평소에 기선을 제압하던 이미성 오보에 수석이 보이지 않았다. 주선율은 모두 이연주 부수석이 연주했다. 이연주는 신포니에타의 2악장 도입부의 반복 음형과 3악장 주선율을 도맡았고,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에서는 현악과 호른 사이에 달콤한 시럽 역할을 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에서도 인상적이었다. 다음에는 그녀의 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을 기대해본다.

송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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