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무대 영상 기술로 새로워진 고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4월 1일 12:00 오전

4월 27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

우리는 고흐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공연 끝자락에 다다랐을 무렵 떠오른 생각이다. 우울과 광기에 사로잡힌,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던 불운한 화가…. 고흐를 설명하는 이런저런 수식어를 모두 제쳐두고 가슴속에 새롭게 떠오른 문장은 ‘색을 사랑한,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했던 사람’이다.
공연은 빈센트 반 고흐과 그의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700여 통의 편지 속 내용을 이야기 축으로 삼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고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연대기적 에피소드 중심으로 나열되어, 무대가 주는 극적 긴장감을 느끼기는 다소 어려웠다. 2인극 공연에서 배우에게 큰 힘이 실린 대개의 작품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 90분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 이미지의 새로운 활용법이었다.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의 반원 무대 위에 투사된 3D 프로젝션 매핑 기술은 ‘뮤지컬 작품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과거 모 기업의 명화 CF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이 기술은 명작으로 손꼽히는 ‘고흐의 방’ ‘별이 빛나는 밤’을 무대 공간 위에 입체적으로 펼쳐놓으며 2차원 그림 속 공간을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덕분에 자칫 지루해질 뻔한 2인극은 무대 전면에 나선 고흐의 작품 이미지 덕에 생생함을 얻었다. 공연의 마지막, 아들을 낳은 동생 테오 부부를 위해 고흐가 그린 작품 ‘꽃이 핀 아몬드 나무’가 무대 위에서 활짝 꽃피운 장면은 영상 기술의 절정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순간이 아니었을까. 작품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관객에게 배우 이상으로 고흐의 작품을 새롭게 각인시킨 영상기술에 박수를 보낸다.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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