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진의 ‘바흐&힌데미트 프로젝트 4’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0월 1일 12:00 오전

장중진의 ‘바흐&힌데미트 프로젝트 4’

9월 11일 금호아트홀

비올리스트 장중진은 지난 2년 동안 4회에 걸쳐 ‘바흐&힌데미트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지난 9월, 금호아트홀에서 그 마지막 프로젝트가 열렸다. 장중진은 일찍이 미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연주자다. 커티스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던 그는 2학년 때부터 비올라를 병행했고, 1994년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비올라 부수석으로 입단했다. 2006년에 수석 주자로 임명되면서 20년간 이 오케스트라와 함께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러저스 대학교와 메이슨 그로스 예술학교, 피바디 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며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비올리스트가 고국에서 바흐와 힌데미트를 커플링한 공연을 2년에 걸쳐 선보인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첼로의 구약성서’로 빗대어 불린다면, 힌데미트는 ‘비올라의 신약성서’이기 때문이다. 비올라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힌데미트는 비올라의 울림과 음색을 완벽하게 이해하며 소나타를 작곡했기에 비올라 전체 레퍼토리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장중진은 ‘객석’ 2014년 9월호 인터뷰에서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바흐가 독일 음악의 첫 페이지라면,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멘델스존을 거쳐 힌데미트가 그 마지막 페이지쯤 되겠죠. 힌데미트 안에 있는 무안한 바흐를 이해하려면 곡의 구조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연습해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두 작곡가의 깊숙한 음악적 내면을 철저히 분석한 연주를 보였다. 이것은 공연 첫 곡인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와 건반악기를 위한 소나타 2번에서부터 나타났다. 장중진은 김헌재가 연주하는 피아노와 활발하게 합을 맞추며 경쾌하게 음악을 진행했다. 그의 비브라토는 정제됐지만, 매끄러운 운궁으로 음의 떨림을 완벽하게 조절했다. 비올라의 넓은 울림통에서는 깊고 탄탄한 울림이 나왔다. 작곡가와 악기를 완벽하게 파악한 연주자의 정공법적인 연주는 청중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어진 곡은 힌데미트의 비올라 무반주 소나타 Op.11-5이다. 심오한 힌데미트의 세계를 탐구하는 장중진의 연주는 혼란스러웠다. 거친 음색, 격렬한 움직임… 장중진은 힌데미트의 깊은 내면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2부의 첫 순서를 장식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2번의 비올라 버전 역시 악보에 충실한 반듯한 연주를 보였다. 그는 음악의 과장된 해석 없이 견고한 바흐를 만들었다. 빠른 패시지에서는 다소 속도가 붙어 왼손의 음정이 불분명한 인상을 주었지만, 그의 음악적 다이내믹은 계획된 움직임 속에서 차분히 이어졌다. 활이 춤추는 듯 수려한 운궁은 특히나 바흐에서 아름답게 빛이 났다.

마지막 곡은 힌데미트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11-4였다. 장중진은 이 곡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였는데,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선율을 뚜렷하게 빚어내어 비올라의 가치를 아낌없이 뽑아냈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연주한 비올리스트의 왼손 테크닉은 기교적이었고, 활의 움직임에 대한 고찰은 탐구적이었다. 악기의 중후한 울림이 이에 더해져 연주 내내 비올라의 가능성은 용솟음쳐 올랐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텅 빈 객석이었다. 한 달여 전 같은 곳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권혁주의 리사이틀은 각각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관객이 모인 데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더군다나 2년간 이어진 프로젝트의 마지막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적은 청중이 모인 것을 지켜보며 실내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악기에 대한 인지도, 더 나아가 소위 ‘클래식계 아이돌 스타’가 아닌 연주자를 향한 관객들의 무심함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언제, 어디서든지 가장 좋은 공연은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만드는 것 아니던가.

글 장혜선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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