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예술의전당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

청춘을 위한 음악은 있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0월 1일 12:00 오전

지난해 야심차게 첫 신호탄을 쏘아올린 예술의전당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는 이제 젊은 음악도들의 만남과 선의의 경쟁이 있는 아름다운 각축장이 되고 있다. 각 오케스트라의 ‘꽃’인 악장들의 만남. 그곳에는 역시나 청춘과 음악이 있었다

시계의 초침 소리를 듣는 데 소홀하지 마라. 지금 그 한 순간 순간이 사라져 이제 다시는 너에게 돌아올 곳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기억해라. –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중

11월 1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가 펼쳐진다. 젊음의 묘약을 마신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은 청춘과 미래가 공존한다. 불완전하지만 싱그러운 이들의 젊은 날의 초상은 바로 한국 음악계의 발판이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젊음의 기운이 벌써부터 완연하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앞에 대학 오케스트라 악장들이 모였다. 악기 가방을 들고 가벼운 차림으로 서 있는 모습이 노란빛을 머금은 들국화 같다. 가을이면 가시덩굴이나 잡초 사이에서 만개하는 들국화는 ‘상쾌함’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모진 환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꽃망울을 터뜨리는 들국화는 진한 향기를 품고 있어서 10리 밖에 있는 나비까지 불러들인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갛게 웃음을 터뜨리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들국화처럼 소담스럽다.

올가을, 이 청춘들의 향내가 만발할 예술의전당에 우리는 나비가 되어 찾아들면 된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응원의 입을 모아보자. 굳세어라 청춘아!

젊음(Youth)
예술의전당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는 지난해 야심차게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서울대·한양대·숙명여대·이화여대·경희대·한국예술종합학교 총 여섯 학교가 6일 동안 예술의전당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브루크너 교항곡 7·9번,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R. 슈트라우스 교향시 ‘영웅의 생애’,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 시간이었다. 대학생과 교수들은 물론 음악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까지 함께하여 각 학교의 오케스트라 수준을 가늠해본 자리였다. 매회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청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학교마다 앙코르에 대처하는 자세도 독특했다. 지휘자 임헌정이 이끌었던 서울대는 브루크너 교향곡 7번으로 한 시간이 넘는 연주를 펼친 후, 앙코르곡을 선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지휘자 김경희가 이끌었던 숙명여대는 리로이 앤더슨의 ‘피들 페들’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하며 신나는 모션을 취했다. 콘트라베이스를 뱅그르르 돌리고, 튜바로 대포를 발사하고, 관악기 주자들은 벌떡 일어나서 연주하며 청중에게 유쾌한 웃음을 전달했다. 젊음을 두고 ‘무엇을 해도 예뻐 보일 때’라고 말하지 않던가. 20대, 대학생… 조그마한 실수도, 패기 넘치는 열정도 모두 예쁘게 보일 나이다.

경쟁(Competition)
2014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는 11월 1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올해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국민대·단국대·가천대·추계예술대·한양대·서울대·이화여대·경희대 총 아홉 학교가 참여한다. 지난해보다 세 학교가 더 참여하며, 국민대·단국대·가천대·추계예술대는 올해 처음으로 참가한다. 지난해에 비해 수도권 대학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예술의전당 측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대학 오케스트라의 연주 실력과 각 학교의 참여 의사를 신중하고 공정하게 고려해 아홉 학교를 선별했다고 밝혔다. 선발을 통과했다고 거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아홉 학교는 같은 연주회장에서 뜨거운 경쟁의 나날들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마다 시벨리우스·라흐마니노프·차이콥스키·브람스·드보르자크·쇼스타코비치·베를리오즈·슈만 등의 교향곡을 비장의 무기로 정했다. 여기에 각 학교의 교수들이 협연하며 공연의 완성도를 더한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한 장소에 모인 각 대학 오케스트라의 악장들은 축제를 앞두고 교내 분위기가 뜨겁다며 입을 모았다. 각 학교의 이름을 오케스트라 앞에 달고 출연하는 무대이니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털어놓는다. 음악의 완성도가 각 학교의 이미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각자가 빚어낼 음악에 열정을 다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학교와 학생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옹기종기 모인 악자들이 기대되는 레퍼토리를 꼽는다. 결과는? 강석희가 지휘하는 경희대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김봉이 지휘하고 김현미가 협연하는 가천대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이 제일 많은 표를 받았다.

기회(Opportunity)
2012년에 과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이 과천시립교향악단으로 승격됐다. 단발적 성격을 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학생 같은 음악학도들이 오케스트라에서 정기적으로 연주를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적다. 실제로 각 학교 악장들은 졸업 후, 사회에 진출했을 때 청중 앞에 설 수 있는 무대 환경이 열악하다며 입을 모은다.

1989년에 시작해 지난 26년간 지속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를 떠올려보자. 교향악축제는 서울과 지역의 교향악단들에게 차별 없는 무대를 제공하여 지역적 간극을 좁히는 장(場)으로서 역할을 매년 해오고 있다.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도 배움의 단계에 있는 대학생들에게 전문 연주자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학교별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을 위한 자극을 제공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음악도의 산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음악(Music)
젊음, 청춘, 캠퍼스에 울려 퍼지는 합주 소리… 어떠한 수식어도 필요 없다. 음악은 그저 음악만으로 통하는 것이기에.

악장 9인이 말하는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


▲ (왼쪽부터) 김연경, 김여경, 모예은, 김도아, 김민영, 박준경, 손아롱, 심상우, 김단비


‘성숙으로 가는 발판’ 김연경(경희대 11학번)
축제 참가를 위해 수업과 연습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파트 연습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무대에서의 완성도를 결정합니다. 이번 축제에 참여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참가자들이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는 발판이 되길 바랍니다.

 

‘황홀한 감정노동’ 박준경(추계예술대 11학번)
학생들은 정확한 음정을 위해 음 하나부터 활 위치, 악보를 넘기는 타이밍까지 맞추고 있습니다. 음악은 감정노동인 것 같습니다. 연주를 통해 청중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하면 큰 자부심이 생깁니다.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는 대학생들에게 연습 과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 학생 신분으로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 여러 학교의 연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화려한 불꽃놀이’ 김여경(서울대 11학번)
지난해에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지휘자 없이 협연자와 직접 호흡하며 연주했습니다. 단원 모두 책임감을 갖고 서로 의지하며 긴장감 넘치는 연주를 했습니다.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는 불꽃놀이 같습니다. 올해에도 다른 색깔과 모양으로 톡톡 튀는 연주가 펼쳐질 거라 생각합니다.

 

‘청춘, 열정과 패기’ 손아롱(한국예술종합학교 12학번)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축제 첫날을 장식하는 만큼 멋진 연주를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합주 전에는 파트 연습을 통해 세부적인 면을 다듬습니다. 연습 시간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연주를 무사히 끝낸 뒤 찾아오는 성취감은 큰 행복을 줍니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모든 학교 오케스트라가 ‘젊은 패기’를 보여주리라 생각합니다.

 

‘젊음의 에너지를 발휘하며’ 모예은(단국대 10학번)
3시간 정도 진행되는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이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인내의 시간과 연습을 통해 변화하는 음악을 들을 때면 많은 것을 배웁니다. 학생들이지만 열정만큼은 전문 오케스트라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젊음의 에너지를 무대 위에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축복 받은 기회’ 심상우(국민대 2009학번)
오케스트라를 연습할 때는 주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목표를 이루어야 하기에 많은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학생들끼리 부딪칠 때도 많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협동심과 소통의 방법을 배웁니다. 이번 축제는 선택받은 학교만이 설 수 있는 무대입니다. 우리나라 예술의 장이라 불리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학생의 신분으로 선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모두가 화목한 화합의 장’ 김도아(이화여대 11학번)
모두가 바쁜 2학기를 보내고 있기에 긴장 상태지만 이번 축제를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 오케스트라를 큰 축제를 통해 외부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습니다. 다른 학교의 연주도 접하며 화목하게 어울리기에 ‘화합’이라는 단어가 축제의 뜻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거 같습니다.

 

‘디딤돌이 되는 축제’ 김단비(한양대 11학번)
지난해보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학생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적습니다. 이번 축제를 통해 많은 청중이 대학생들의 연주를 접하고 평가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는 우리에게도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이 전문 연주자로 한 발짝 가까이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입니다.

 

‘감사와 영광을 담으며’ 김민영(가천대 11학번)
오케스트라 연습을 통해 진정한 앙상블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습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맞추고, 양보하면서 각 파트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무대에 오르면 청중과 호흡하는 느낌이 듭니다. 졸업을 앞두고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럽습니다.

 

글 장혜선 사진 박진호(studio B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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