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훈 협연,정명훈/서울시향 신년음악회

가슴으로 전해온 영적 파동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2월 1일 12:00 오전

송영훈 협연,정명훈/서울시향 신년음악회    

1월 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가슴으로 전해온 영적 파동

서울시향은 2010년부터 3년간 당해 첫 공연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신년음악회를 열었지만, 이후 2년간 이어지지 못했다. 그렇기에 3년 만에 부활한 올해의 신년음악회는 감회가 더욱 새롭다. 음악회 장소로 최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세종문화회관의 상징성과 운치는 역사 속 아련한 축제에 초대받은 듯 색다른 감흥을 안겨주었다.

첫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 정명훈이 10여 년 전 누이들과 함께 음반을 발매할 정도로 그가 잘 아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정명훈에게 이 곡은 연주를 넘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장이기도 하다. 그만큼 첫 악장부터 겉으로 드러나는 극적 표현뿐 아니라 그 안에 숨은 관현악의 섬세한 질감까지 전 악장을 통해 전달되었다. 협연자들은 세 명의 독주 연주가 아닌 하나의 앙상블을 들려주었다. 바이올린 독주를 맡은 서울시향의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는 정명훈(자신의 뵈젠도르퍼 ‘Model 290 Imperial’ 피아노를 연주했다)과 다년간 호흡을 맞춰 완벽한 협주를 선보였다. 이들의 유연한 텍스처와 도도한 음악적 표정은 관현악과도 완벽하게 어울렸다. 이러한 측면에서 송영훈의 첼로 독주는 다소 이질적이었으며, 3악장에 이르러 강한 음악적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루세브도 응수, 서로 다투면서 연주했다는 오이스트라흐-로스트로포비치-리흐테르-카라얀의 녹음에 얽힌 일화를 떠올리게 했다. 3악장 연주에 대해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으니 그것이 본래 의도한 해석인지, 아니면 정말 다툰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후반부는 지난해 BBC 프롬스에서 연주해 호평을 받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비창’. 서울시향의 연주는 전반부의 베토벤 연주에서 보여준 섬세한 텍스처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강한 영웅적 에너지를 내재했다. 1악장에서 살얼음처럼 조심스러운 다이내믹 조절은 감상자를 더욱 긴장감으로 몰아넣었다. 클라이맥스에서 금관악기와 타악기의 향연으로 일으킨 거대한 폭발이 완전히 내려올 때까지, 그리고 1악장을 완전히 마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2악장은 약간 빠른 템포로 진행해 1악장의 비장감과 대비되었으며, 이야기를 듣는 듯 서사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3악장은 차이콥스키가 다양한 성격을 지닌 서로 다른 악기의 패시지로 그려 넣은 관현악의 팔레트가 선명한 빛을 발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앙상블이 다소 흐트러지는 듯했으나, 숨 돌릴 틈 없이 격렬하게 돌진해 강렬하게 마무리했다.

4악장은 슬픔을 노래하는 시간. 이 마지막 악장은 정명훈의 프로필의 첫 줄에 쓰인 ‘영적인 지휘자’라는 문구의 의미를 대변했다. 어두운 내러티브 속에서 각 악기의 음색을 선명히 밝히고, 이들로 엮인 색채적 공간을 건너 절정에서 내려오는 순간 은은하게 퍼지는(음반으로 들을 때 놓치기 쉬운) 탐탐의 연주에서 가슴 깊이 영적 파동을 느꼈다. 마지막 콘트라베이스 리듬이 가슴의 고동과 공명을 일으키는 경험 또한 매우 특별한 것이었다.

연주회에서 만난 여러 지인과 신년음악회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주를 마친 정명훈과 서울시향 단원들이 무대 위에서 외친 ‘해피 뉴 이어!’처럼, 올해는 서울시향과 함께 우리의 삶도 ‘해피’하기를 기대한다

사진 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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