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영 바이올린 리사이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9월 1일 12:00 오전

8월 13일
금호아트홀

정상에서 다시 만나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이라는 낭보를 전했다. 이번 음악회를 가득 메운 인파는 그녀의 이 뛰어난 성과가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를 보여줬다. 프로그램이 애초 공지된 것과는 달리 슈베르트와 베토벤이라는 고전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 진지한 면이 부각됐다. 지난해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모차르트 연주로 특별상을 받았기에, 빈 고전음악은 그녀에게 있어 도전적이면서도 자신 있는 레퍼토리일 것이다.

임지영은 이러한 고전 프로그램에서 과감하고 호탕한 보잉으로 자신감을 드러냈고, 큰 음량과 빈틈없는 소노리티로 압도하는 오라를 뿜어냈다. 악기가 강하고 무거운 음색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이 지닌 악기의 장점을 살리면서 파도를 타듯 악기를 타는 모습은 실로 거장의 모습에 가까웠다.

전반부는 슈베르트의 곡으로 채웠다. 첫 곡은 슈베르트의 론도 D895. ‘화려한 론도’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대부분의 슈베르트 음악이 지닌 성악적인 멜로디보다는 기악적인 특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단일 작품으로 비교적 길이가 긴 이 작품에서, 그녀는 변함없이 에너지를 유지하는 모습으로 정상의 연주자라는 인상을 주었다. 이어진 곡은 바이올린 소나타 ‘듀오’로, 중후한 음색으로 노래한 1악장과 안정감 있는 2악장에서 슈베르트를 나약한 모습이 아닌, 강한 정신을 지닌 거장으로 그렸다. 3악장에서는 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볍고 날렵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중후하면서 가벼우며, 영웅적이면서 섬세한 연주는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후반부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으로 시작했다. 전반부에 이어 배경 음향을 만드는 피아노 반주 위에 바이올린은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으로 통일된 해석을 보였다. 이러한 점은 연주자로서 청중에게 강한 신뢰감을 주는 한편, 아쉬운 점으로도 작동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이중주가 갖는 대립적 측면이 잘 드러나지 않았으며, 각 악장과 주제가 효과적으로 대비되지 않아 작품이 갖고 있는 고유한 극적 구성이 적절히 표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곡 후버이의 ‘카르멘 환상곡’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다. 광활한 다이내믹과 장중한 음향, 상당한 음량, 만화경 같은 음색, 선명한 주제, 그리고 여기에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겠어!’라고 말하듯 현란한 기교를 더한 표현력으로 콩쿠르 1위의 위엄을 한껏 발산했다. 성악가로 비유하자면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같은 사운드를 내는 그녀의 악기 또한 이 곡에서 최고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이뿐 아니라 그녀는 음악이 표현하는 감정을 무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음악회는 시청각 공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악기와 음악, 무대 그리고 청중을 장악한 그녀의 음악회는 새로운 바이올린 여제의 탄생을 알리는 자리였다. 객석은 환호와 갈채로 이를 환영했고, 임지영은 세 곡의 앙코르로 화답했다.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