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미오 리허설 현장

클럽에 퍼진 마음 울리는 노래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0월 1일 12:00 오전

클럽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음악회. 특별한 공연의 뒷이야기


▲ 공연 시작 전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은 솔레미오. 왼쪽부터 페네 파티, 아미타이 파티, 모세스 맥케이

지난 9월 11일, 성악 트리오 솔레미오(Sol3 Mio)의 리허설을 보기 위해 서울 강남구 소재 클럽 옥타곤으로 가는 길. 세 명의 성악가라는 독특한 구성의 그룹이, 평범한 공연장이 아닌 클럽이라는 색다른 무대 공간에서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지 기대감이 컸다. 더구나 공연의 이면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는 리허설 현장이기에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솔레미오는 뉴질랜드 인근 사모아 출신 남성 성악가 셋으로 구성된 크로스오버 성악 트리오다. 2013년 발매한 데뷔 음반은 그해 뉴질랜드 최다 음반 판매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음반에는 ‘오 솔레미오’를 비롯,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 오페라 아리아부터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브링 힘 홈’, 그리고 ‘더 로즈’ ‘마이 웨이’ 등 대중음악까지 폭넓은 장르가 그들만의 색깔로 담겨 있다.


▲ 본격적인 리허설에 앞서 악기의 사운드를 점검하는 모습

클럽 옥타곤을 무대로 한 그들의 첫 내한 공연은 옐로우 라운지 시리즈의 하나다. 옐로우 라운지는 클래식 음악과 클럽 문화를 접목한 공연으로, 2004년 독일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2년 첫 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샤 마이스키, 양성원 등이 참여했다. 클래식 음악 공연의 틀을 깨고 문턱을 낮춰 젊은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기획한 옐로우 라운지는, 솔레미오의 첫 내한 공연 무대로 안성맞춤이었다.

“어릴 적부터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록이나 R&B 등 대중음악도 즐겨 들으며 자랐습니다.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의 간극을 좁히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의 음악적 이상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옐로우 라운지 무대는 솔레미오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공연 이틀 전, 인터뷰를 위해 미리 만난 솔레미오는 첫 내한 공연에 대한 흥분과 함께 클럽이라는 독특한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 떠나지 않던 이들에게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솔레미오라는 그룹명에 관한 것이었다.

“하루는 그룹명을 의논하기 위해 술집에 갔어요.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한 공연에서 부른 노래가 ‘오 솔레미오’였기 때문에 이 제목이 기본이 되기를 원했죠. ‘솔레미오 트리오’ ‘솔레 트리오’ 등을 생각하던 중 한 명이 ‘그냥 솔레미오로 하고 중간에 E를 3으로 바꾸면 어때? 세 명이니까’라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또 ‘솔레미오’는 이탈리아어로 ‘나의 태양’이라는 뜻이지만, 저희 고향인 사모아의 은어로 ‘솔레’는 ‘형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솔레미오는 ‘나의 형제’라는 뜻도 되는 것이죠.”


▲ 마이크를 부착하고 있는 아미타이

실제로 솔레미오의 멤버들은 형제지간이다. 테너인 페네 파티(Pene Pati)·아미타이 파티(Amitai Pati)가 친형제이며 바리톤 모세스 맥케이(Moses Mackay)는 이들의 사촌형제다. ‘솔레미오’라는 이름에는 그들의 음악적·혈연적 정체성이 담겨 있었다.

가슴 뛰는 클럽에 퍼진 마음 울리는 노래

클럽 옥타곤은 1층 무대를 중심으로 왼편에 테이블과 좌석이 가득하고, 2층에서도 무대를 관람할 수 있는 구조였다. 무대에는 공연에서 노래와 함께 연주할 기타·우쿨렐레·콩가·더블베이스·피아노가 준비되어 있었다. 뒤편의 전광판에는 ‘옐로우 라운지 서울 9, 솔레미오 인 서울’이라는 이번 공연의 타이틀이 떠 있었다.

이윽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단출한 차림으로 솔레미오가 등장했다. 솔레미오는 도착과 동시에 무대로 나가 각자 악기를 하나씩 집어 들고 연주하며 손을 풀기 시작했다.


▲ 신중하게 악기를 조율하는 솔레미오

“자, 그럼 어떤 노래부터 해볼까요?”

매니저의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리허설이 시작됐다. 첫 곡은 ‘옐로우 버드’. 노래와 함께 페네와 아미타이가 각각 우쿨렐레와 기타를 연주하고 모세스가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곡이다. 리허설의 초반인 만큼 다양한 악기의 사운드와 노래의 밸런스를 체크해볼 수 있는 곡을 선택한 듯했다.


▲ 공연 프로그램이 적혀 있는 페네의 휴대폰

이후로도 ‘넬라 판타지아’ ‘더 로즈’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 그들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을 차례로 불렀다. 리허설 중간 중간에 둥글게 모여서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페네가 손에 쥔 휴대폰에는 이날 그들이 부를 곡목이 적혀 있었다. 모두 음반에 수록된 그들의 대표적인 노래들이다.

“수록된 곡들은 한마디로 ‘우리들이 성장해온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함께 즐겨온 노래들이에요. 이 노래들과 함께 자란 셈이죠. 각각의 노래에는 여러 좋은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이 노래들을 통해 대중에게 우리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번 공연에서도 첫 내한인 만큼 한국 관객에게 솔레미오를 가장 잘 소개할 수 있는 노래들로 선곡했죠.”

약 40분간 진행된 리허설이 끝나고, 솔레미오는 무대 오른편 가장 안쪽에 자리한 대기실로 향했다. 전체적으로 회색조의 클럽 안에서 유일하게 흰색 문을 달고 있는 이 공간이 이번 공연의 백스테이지. 내부의 벽도, 테이블도, 소파도 온통 흰색이어서 마치 클럽 안에서 이 방만 다른 세계인 듯했다.

대기실에는 간단한 간식이 준비돼 있었다. 멤버들과 매니저가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것도 잠시. 공연 시작을 한 시간 남짓 앞두고 솔레미오는 또 다른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다. 힘들 법도 한데 리허설 시작부터 공연이 시작할 때까지 이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진부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면 노래를 그만둬야 한다”는 페네의 말이 떠올랐다.


▲ 무대 맞은편의 바에서도 준비가 한창이다

공연 시각이 다가오자 무대 맞은편에 자리한 바(bar)도 막바지 준비에 분주해졌다. 클럽을 무대로 하는 옐로우 라운지의 리허설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이었다. 솔레미오도 무대의상으로 갈아입고 서로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주며 공연 준비를 마쳤다.

사진 이규열(라이트하우스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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