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3월 22일 1:43 오후

신간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외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외

역사가 된 음악

 

글 박서정 기자

우리가 몰랐던
국악 음반 이야기
정창관 저

아리랑 음반을 종횡으로 샅샅이 훑은 책이다. 아리랑 음반의 역사를 살피고, 테마별로 정리했다. 첫 아리랑 음반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음반은 1896년 미국 워싱턴에서 발견됐다. 에디슨 원통 음반에 아리랑 3곡을 포함한 총 11곡이 녹음되어 있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매된 음반(미국 콜럼비아사), 일제강점기의 유성기 음반, 빅터 축음기 원반 등을 차례로 다루며 시대별로 유통되었던 아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전하는 여러 지역의 아리랑을 음반으로 살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저자는 1989년 한국고음반연구회를 결성하였다. ‘국악평론가’보다 실제로 ‘국악애호가’라는 명칭으로 활약하는 저자는 국악의 전승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15,300원 | 스코어







ECM 50 음악 속으로
류진현 저

독립 음반 레이블 ECM 레코드는 1969년 26세의 젊은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가 설립했다. 그간 1,600장 이상의 앨범을 발표하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재즈와 현대음악 레이블”로 인정받고 있다. 대부분의 음반은 창립자인 만프레드 아이허가 직접 프로듀싱한다. 그에게 음반은 음악과 음향, 감상을 돕기 위한 시각적 연출이 통합된 미적 결정체다. 책은 ECM 레코드의 50년 여정을 50장의 앨범으로 안내한다. 저자는 ECM 레코드의 한국 배급사에서 20년 가까이 ECM 레이블을 담당했다. 한국에서 ECM의 음악을 가장 먼저 만나고, 매해 만프레드 아이허가 주관하는 미팅에 참여해온 남다른 경력으로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24,000원 | 에이치비 프레스









내가 사랑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육완순의 편지
육완순 저

현대무용가 육완순(1933~)이 자신의 춤 인생에서 만난 예술인들과의 인연을 엮어냈다. 2013년 ‘육완순 현대무용 50년 페스티벌’ 기념집이 이번 책 발간의 계기가 됐다. 한쪽에는 자신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회고한 상대방의 편지를 싣고, 바로 옆에 그에게 보내는 답신을 함께 싣는 방식으로 서간집을 구성했다. 무용가 김매자와 김보라, 무용평론가 문애령 등 117명이 애정과 존경의 글귀를 보내왔다. 육완순은 미국 현대무용을 우리나라에 도입했다고 평가받는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60년대 초 미국에서 마사 그레이엄·호세 리몬을 사사했다. 한국컨템포러리무용단을 창단하고 한국현대무용협회·한국현대무용진흥회 등을 창립한 바 있다.
20,000원 | 디자인필







스트라빈스키: 종의 최후
정준호 저

매년 노벨상 재단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을 연다. 2020년 기념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과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불새’였다. 주최 측은 고전주의 최고의 피아노 협주곡에 맞먹는 성과로 ‘불새’를 선택해 새롭게 태어나는 미래를 묘사하고자 했다. 이처럼 스트라빈스키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어떻게 스트라빈스키가 현대음악의 차르가 되었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뒤, 그가 남긴 업적은 물론 그가 취했던 음악적 전략을 살핀다. 이번 개정판에는 2008년 초판이 출간된 뒤에 새로이 발견한 사실과 논쟁을 추가했다.
22,000원 | 을유문화사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에드먼드 모리스 저 | 이석호 역

작곡가의 삶이라는 프리즘이 더해질 때, 입체적인 음악 감상은 가능해진다. 이 책은 베토벤의 일생을 시기별로 살펴보면서 작품 창작의 맥락을 소상하게 살펴본다. 한때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대학에서 음악을 비롯한 미술과 문학을 공부했던 저자는 역대 미국 대통령의 전기작가로 유명하다. 첫 저서인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상승’은 1980년 퓰리처 수상작이기도 하다. 저자는 베토
벤 음악의 힘은 “인간 감정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라고 말하며, 방대한 자료를 동원해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정확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과하게 찬양하지도, 부당하게 깎아내리지도 않고 다만 한 인간으로서 베토벤을 조명한다.
18,000원 | 프시케의숲









#책 속으로
#11쪽 #10대 천재 작곡가 #대중과 전문가를 사로잡다
위대한 작곡가들 가운데서 일반 애호가와 전문가 모두에게 꾸준히 호소하는 능력을 가진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베토벤의 이름이 선두에 온다. 바흐와 모차르트는 오해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를테면 바흐는 눈을 감기도 전부터 케케묵은 음악을 한다고 조롱받았고, 모차르트는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에 의해 작고 귀여운 음악만 썼던 작곡가로 평가절하되었다. (…) 베토벤은 10대 시절부터 이미 최고 수준의 천재로 인정받았다. 모차르트나 멘델스존에 버금갈 신동은 아니었지만 열망의 크기로는 그들을 넘어섰다. 스물한 살의 나이로 빈에 당도한 그 순간부터 음악 세계의 중심지는 그를 높이 떠받들었다. (…) 베토벤 음악의 힘은 보편성에서 나온다. 그 보편성이란 다시 말해, 소리의 카타르시스를 통해 모든 의심과 갈등을 하나로 화합하여 이윽고 죽음에 대한 공포부터 삶에 대한 사랑까지 인간 감정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50쪽 #온순하고 다정한 사내 #독특한 유머 코드
고양된 활력으로 가득했던 그는 틈만 나면 바깥으로 나가, 본 주변의 전원 지대를 끝없이 걸었다. 걸음을 걸으면 정신 집중이 수월해졌고, 결국 산책은 베토벤이 음악을 쓰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된다. (…) 베토벤은 실제 성미가 난폭한 것보다도 그렇게 보이는 면이 더 컸다. 근시로 눈을 찌푸리는 게 버릇이 되어놔서 언제나 언짢은 낯이었고, 커다란 앞니가 입술을 앞으로 밀어내는 바람에 입을 다물어도 부루퉁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정작 그는 시비만 걸지 않으면 온순하고 다정한
사내였다. 아주 큰 소리로 웃곤 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여기는 일에는 웃지 않고 그만의 독특한 유머 코드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를테면 대개의 음악가들은 음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연주를 견디지 못하는 게 보통이지만 루트비히는 박장대소를 했다고 한다.

#96쪽 #완전한 인간 #완벽한 기교
베토벤은 스스로 다짐하는 메모에 이렇게 썼다. “용기…, 올해는 완전한 인간이 되는 해여야만 한다, 미완성으로 내버려두고 넘어가는 일은 하나도 있어선 안 된다.” (…) 어린 시절 그만두었던 바이올린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한 것 역시 자기완성을 향한 또 하나의 행보였다. 베토벤은 리히노프스키 공의 개인 악단 콘서트마스터인 젊고 포동포동한 체격의 비르투오소 이그나츠 슈판치히에게 일주일에 세 차례씩 교습을 받기 시작했다. (…) 베토벤의 장기 가운데 삼중 트릴이라는 기교가 있었다. 벌새의
날갯짓마냥 빠르게 오가는 한 손의 네 손가락과 다른 한 손의 두 손가락을 통해 갑자기 포르테로 부풀어 올랐

#232쪽 #괴테에 실망하다 #시인의 역할
대문호께서 지체 높으신 분들과 어울리기를 갈망하고 있음을 감지한 베토벤은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사에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괴테는 궁정의 분위기가 너무도 좋은 모양입니다. 시인으로서 품위와 체통에 어울리지 않게 말이지요. 동포와 국민을 계몽하는 지존의 존재여야 할 시인들이 상류사회의 화려함에 홀려 모든 걸 내팽개치다니, 그런 그들에게 비르투오소의 어리석음을 조롱할 자격이나 있겠습니까?” 마지막 문장에서는 도덕적·미적 모범으로서의 시인의 역할에 대한 베토벤의 믿음이 드러난다. 그 역시 같은 역할을 염원하여 스스로를 작곡가라고 칭하기보다 음시인으로 부르는 편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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