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클래식 스타 시리즈, 조성현·김한·함경 연주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월 1일 12:00 오전

12월 1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네 명의 음악가가 만든 최상의 드라마

세계의 클래식 음악계가 주목하는 20대의 세 목관 연주자가 한 무대에 섰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인 조성현과 자비네 마이어를 사사하는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하노버 슈타츠오퍼 오보에 수석인 함경이 그들이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고라 인정받으며 바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들의 연주를 동시에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후반부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가세하여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조성현이 마레의 플루트를 위한 쿠플레 ‘스페인의 라 폴리아’로 음악회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프랑스다운 우아한 멜리스마와 바로크다운 다성부적 효과를 들려줌으로써 시대적 기풍을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뒤이어 함경은 텔레만의 오보에를 위한 12개의 환상곡 중 9번으로 응수하며, 바람결같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주를 들려주었다.

두 곡의 바로크 작품에 대비되어 두 곡의 현대 작품이 이어졌다. 김한은 현대 클라리넷 작품의 필수 레퍼토리가 된 비트만의 클라리넷을 위한 환상곡을 연주했다. 그는 이 곡이 갖고 있는 다양한 선율과 음악적 제스처, 그리고 현대적 음색이 맡은 극적 역할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편의 음악극을 연기했다. 이어지는 셰드린의 ‘세 명의 양치기’에서도 3인의 음악극이 펼쳐졌다. 조명을 끄고 보면대에 작은 불빛만이 비춰진 무대는 별이 반짝이는 한밤중을 연상케 했다. 목가를 상징하는 오보에를 선두로 한 명씩 등장하고, 무대를 가로질러 배치된 악보를 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한 후 한 명씩 퇴장하는 연출이 곁들여졌다. 이들의 음악은 나직이 대화하기도 하고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며 또 함께 하나가 되기도 하는 등 평온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함께한 후반부는 프랑스 음악으로 꾸며졌다. 첫 곡은 생상스의 ‘덴마크와 러시아풍의 카프리스’로, 네 연주자가 모두 무대에 오른 유일한 곡이었다. 낙천적이고 아름다운 이 곡에서 네 악기가 갖고 있는 최상의 포근함이 발휘되었다. 이는 이베르의 오보에·클라리넷·피아노를 위한 아리아로 이어져 몽환적 정서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데메르스망의 ‘화려한 이중주’는 이들과 달리 경쾌하고 화려한 작품으로, 로시니의 오페라 ‘윌리엄 텔’의 음악으로부터 만들어졌다. 플루트가 이끌어가는 이 곡에서, 조성현은 자신의 낭만적 표현력을 유감없이 선보여 큰 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곡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코네송의 곡으로, ‘테크노 퍼레이드’라는 독특한 제목의 작품이었다. 이 곡은 테크노 음악에서 나타나는 그루브와 빠른 템포에 현대적 음색을 더한, 피부에 와 닿는 우리 시대의 음악이었다. 가장 큰 갈채를 받은 것은 당연했다. 본래 이 곡은 후반부 두 번째 순서였다가 마지막으로 바뀌었는데, 매우 적절한 결정이었다.

네 명의 젊은 연주자의 성공적인 무대는 각자가 지닌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음악과 앙상블에 대해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충분히 인식하고 높은 수준의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큰 갈채 뒤에 이어진 세 곡의 앙코르에서도 최상의 드라마는 이어졌다. 함경은 슈만의 ‘로망스’를 연주하며 한 음 한 음에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 전달했으며, 조성현과 김한은 드뷔시의 ‘작은 모음곡’으로 완벽한 음색의 조화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앙코르곡은 김한의 재미있는 퍼포먼스로 무대 분위기를 더욱 달구었다. 관객들은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며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아쉬워했다.

사진 예술의전당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