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늘날에도 생동하는 바흐
바흐가 봉직하던 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합창단이 연주하는 바흐는 여전히 특별하다. 분명 그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바흐란 어떤 의미인가를 상기시키는 남다른 힘이 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마태수난곡’ 전곡 연주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불후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연주회는 정상의 위치에 있는 독창자들로 채워졌다. 복음사가를 맡은 베냐민 브룬스는 부드러운 미성을 지닌 테너로, 역할이 요구하는 다양한 극적 표현을 충실히 소화해냈다. 또 다른 테너 마르틴 페촐트는 바흐를 가장 자연스럽게 해석하는 테너 중 한 사람으로 이날 가장 주목받은 독창자였다. 지난 칸토르였던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와 많은 작업을 해온 그는, 모두가 숨죽이며 노래를 경청하게 만드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예수 역을 맡은 바리톤 클라우스 헤거는 일반적으로 예수 역에 기대되는 중후함보다는 비교적 가벼운 음성을 지녔지만, 해석과 극적 표현력은 출중했으며 오히려 33세 청년 예수의 음성으로서 높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소프라노 지뷜라 루벤스는 뛰어난 미성인 가수로 천사의 환희와 인간의 연약한 마음을 동시에 잘 표현했다.
1부의 시작인 장대한 첫 이중 합창부터 감동의 파도가 일었다. 완벽한 하모니와 감동적인 신앙 고백의 가사가 결합한 코랄 또한 관객의 마음을 이끌었다. 관현악 역시 명성에 걸맞게 합창과 뛰어난 조화를 이루었으며, 특히 따뜻한 오보에 연주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소프라노 아리아에서 소프라노의 음성이 관현악을 뚫고 나오지 못한 것이나 합창단원이 부른 베드로 역할이 음악적 흐름을 왜곡할 정도로 미숙했다는 점은 아쉬웠다.
2부에서는 합창단 중 여러 솔리스트가 성숙하지 못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열흘이 넘는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연주여서일까, 페촐트의 노래 역시 돋보이는 음성과 강한 집중력에도 불구하고 다소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메조소프라노 마리 클로드 샤퓌 또한 피곤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그러나 복음사가의 활약은 이 모든 아쉬움을 감싸주었다. 베냐민 브룬스는 예수의 고난을 설명하는 가사의 의미와 감정을 복음사가의 위치에 걸맞은 절제와 고상함, 호소력 있는 표현으로 들려주었다. 또한 자신들이 처한 입장과 고통스러운 순간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예수와 빌라도(바리톤 플로리안 뵈슈)의 대화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오케스트라 또한 1부에 이어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특히 여러 아리아에서 가수들과 함께 듀오를 펼쳤던 바이올린과 플루트 연주는 드라마틱한 표현에 실린 고풍스러운 음색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바이올린은 그 자체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큰 호응을 받았으며, 플루트는 소프라노의 음성과 화학적 어울림을 이뤘다. 이뿐 아니라 비올라 다 감바의 열정적인 연주는 강한 인상을 남겼고, 관현악을 뚫고 나오는 류트의 음색도 신선한 하모니를 만들었다. 이러한 관현악 사운드는 그들만의 순수한 음색과 완벽한 앙상블 밸런스에 그 비밀이 있었다.
이번 무대는 성 토마스 합창단의 성악 코치로서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고톨트 슈바르츠가 칸토르로 임명된 후 첫 아시아 투어였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성 토마스 합창단의 뛰어난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합주, 여러 독창자의 진정성 있는 표현은 ‘마태수난곡’의 감격스러운 텍스트와 어우러져 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생동하는 바흐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사진 빈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