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혜·헬무트 도이치 듀오 콘서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5월 1일 12:00 오전

4월 1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재능과 낭만으로 가득했던 무대

임선혜 하면 생각나는 단어들이 있다. 깨끗하고 정확한 미성, 꾀꼬리 같은 가창력, 고음악 등. 4월 10일 일요일 저녁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임선혜의 리더 아벤트는 기존 이미지에 더해 기존에 만나지 못하던 임선혜를 발견한 자리였다. 현존 최고의 가곡 반주자 중 한 명인 헬무트 도이치가 함께 연주해 더욱 이목을 집중시킨 공연이었다.

슈베르트로 시작된 이번 공연의 1부는 명곡의 향연이었다. 임선혜는 우아하고 고결한 음성으로 슈베르트의 명가곡들을 불렀다. ‘봄에 대한 믿음’을 깨끗한 미성으로 부르면서 막힘 없는 가창을 들려주었으며 ‘송어’에서 들려준 임선혜와 도이치의 궁합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헬무트 도이치를 만난 임선혜는 물 만난 물고기였다. 그녀는 가사를 꼭꼭 씹어 극적으로 표현해주었고 ‘그대는 나의 안식’에서는 도이치의 약음 페달과 어우러져 밤하늘의 별을 그려내며 긴 여운을 남겼다. 도이치는 페달링의 달인이었다. ‘물레 잣는 그레첸’에서도 도이치의 페달링과 어울리며 임선혜의 음성은 유연하게 흐르며 침착하게 크리스털 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두 번째 순서로 마련된 R. 슈트라우스의 가곡 중 ‘밤’에서 도이치가 가사를 무덤덤하게 특별 낭송한 것도 신선한 효과를 자아냈다. ‘세레나데’에서는 청중을 꿈꾸게 만들고 아름다운 저녁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페달 약음의 조화로운 활용으로 나무의 질감을 곡에 투영시켰고, ‘아모르’에서 임선혜는 빼어난 표현력으로 사랑에 빠진 한 마리 나이팅게일이 되어 마음껏 아모르를 외쳤다.

2부의 말러 연가곡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임선혜는 청중을 이야기 속으로 쏙 빠져들게 하는 호소력 넘치는 스토리텔러가 되었다. ‘라인강의 전설’에서는 전원극의 클로에 같은 모습으로, ‘나는 즐겁게 푸른 숲을 거니네’에서는 상큼하고 상쾌한 모습으로 ‘여름의 임무교대’에서는 탁월한 뻐꾸기 소리 묘사로 청중을 매료시켰는데, 한 곡씩 더해질 때마다 헬무트 도이치가 얼마나 깊은 차원을 지닌 반주자인가를 느끼게 했다.

2부 후반부는 우리가 그동안 자주 만날 수 없었던 또 다른 임선혜의 모습들로 가득했다. 슈베르트 작품에서 매우 절제된 피아니시모를 자주 들려주던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는 스페인 가곡들을 다이내믹하고 리드미컬하게 연주했으며, 이에 어우러진 따뜻한 음색의 임선혜 목소리는 ‘당신의 헤이즐넛을 원치 않아요’에서는 슬픔 가득하게, ‘장미와 버드나무’에서는 음영의 깊이가 달랐던 반주에 맞춰 감칠맛 나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첫 앙코르에서 임선혜는 “여러분이 잘 모르시는 곡인데, 그러나 불러보겠습니다”라면서 홍난파 가곡 ‘봄처녀’를 불러 청중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두 번째 앙코르로 다시 부른 ‘장미와 가시나무’에서는 마지막 소절을 휘파람으로 불러, 공연장의 모든 청중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임선혜의 숨은 재주와 낭만성도 마음껏 만나볼 수 있었던 무대였다. 특히 이번 공연은 전통적인 유럽의 가곡 음악회에처럼 정성껏 번역한 가사를 크게 팸플릿에 실어놓고 객석을 향해 누구나 가사를 읽을 수 있도록 밝혀놓았으며, 무대 뒤에 가사를 띄워 가곡을 들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가사를 음미할 수 있도록 만든 세심함이 돋보였다.

사진 W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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