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경 협연, 김민/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연주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7월 1일 12:00 오전

 

6월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을 위한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200년하고도 수십 년 더 이전에 살던 사람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조선의 정조가 통치하던 시기로, 정약용이 청소년기를 보낸 때였다. 이렇게 까마득한 시기의 음악이 오늘날에도 수없이 연주된다는 것은 기적적인 일이다. 예술이 갖고 있는 영원한 생명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생명력은 음악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모하며 해당 세대의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맨틱 스타일 피아노 연주 계보를 잇는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이러한 점에서 우리 시대와 닿아 있다. 네빌 마리너와 함께 작업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음반의 소개 문구 중 ‘모차르트 선율을 통해 황금빛 로맨틱 스타일 피아노의 정수를 보인다’는 말은 모순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과거의 여러 시대를 조망하고 경험한 우리 시대에 가능한 특권이다. 서혜경의 작업은 우리에게 오늘을 경험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지점을 제공한다.

이날 서혜경은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중 20번과 21번 두 곡을 연주했다. 서혜경의 연주는 독주의 화려함을 드러내기보다는 앙상블의 일원으로 관현악단과 하나가 되었다. 극적 갈등이 고조되는 순간에도 과장되지 않고 관현악과 음악적 밸런스를 유지하며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은 그녀의 노련함과 이 연주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서혜경의 독특하고 영롱한 음색은 특히 느린 악장에서 빛을 발했다. 한 음 한 음 울려 퍼지는 은은한 잔향이 새롭게 들렸다. 이는 스케일 연주에서도 발휘되어, 심지어 스케일 연주가 기다려질 정도였다. 서혜경 음색의 특징은 특유의 풍부한 음향에 그 비밀이 있는데, 무게감 있는 터치와 적절히 자유로운 리듬감은 현대 피아노가 가장 좋은 음향을 만드는 최적점에 있다.

피아노 협주곡 21번에서는 감성적 표현이 두드러졌다. 영화 ‘엘비라 마디간’으로 유명한 2악장의 낭만적 정서가 곡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해석은 세 악장이 유기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는 문제를 커버한다. 특히 서혜경은 2악장에서 로맨틱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음색과 표현적 리듬, 그리고 속삭이는 듯한 멜로디는 낭만적인 영화를 통해 투영된 이미지를 그대로 들려주었다.

반면 카덴차 연주는 다소 과감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하면 부자연스러운 점도 없지 않았지만, 러시아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서혜경의 사운드에 익숙하다면 이전의 모습과 재회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프로그램 북에 수록된 인터뷰에서는 “레퍼토리가 다양한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는데, 카덴차를 통해 다양한 해석과 표현력을 갖춘 피아니스트라는 것도 보여주었다.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는 세레나데 13번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와 교향곡 25번도 연주했다.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는 각각의 패시지가 갖는 리듬과 다이내믹을 효과적으로 대비시켜 매우 익숙한 곡임에도 흥미진진했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첫 부분에 등장하여 잘 알려진 교향곡 25번은 역시 영화에 투영된 극적인 작품으로서 이미지를 그려냈다. 이번 연주회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우리 시대의 모차르트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사진 스테이지원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