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크 르 사주 &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7월 1일 12:00 오전

6월 3일
통영국제음악당

간소함으로 빛난 탐미적인 모차르트

지난 6월 2일부터 5일까지 트리오 반더러,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에리크 르 사주가 참여한 ‘프렌치 위크’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렸다. 올해 말까지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이 양국 간에 활발한 가운데,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에리크 르 사주는 통영과 광주에서만 공연을 열었다. ‘수도뿐 아니라 전역에서 폭넓게 교류’하려는 사업 취지는 살렸지만,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바라는 또 다른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엔 유료 수요가 턱없이 모자랐다.

1991년 필리프 헤레베허가 창설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파리 샹젤리제 극장과 브뤼셀 보자르 센터를 중심으로 25년에 걸쳐 낭만 전후 사조를 시대악기로 연주해온 악단이다. 최근엔 프랑스 푸아트샤랑트 지방 정부의 지원으로 푸아티에 오디토리움에 근거를 마련했고, 베를리오즈 오페라와 교향곡에도 접근 중이다. 헤레베허는 함께 내한하지 못했고, 사실상 악장 알레산드로 모시아가 사령탑을 대신했다. 6월 3일엔 피아니스트 에리크 르 사주, 4일은 소프라노 황수미가 협연했다.

6월 3일 공연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9번 ‘죄놈’, 앙리 조제프 리젤의 교향곡 10번,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하프너’로 진행됐다. 건반 악기는 단체의 이념에 맞춰 포르테피아노가 준비됐다. ‘죄놈’은 전통적으로 비비아나 소프로니츠카야·안드레아스 슈타이어·린다 니콜슨의 해석이 포르테피아노 음반에서 주목받았지만, 한국에서 실연은 드문 일이다. 또한 에마뉘엘 파위의 플루트 독주회 반주자나 폴 메이어 앙상블의 일원, 한 차례의 독주회로 한국 팬과 만났지만, 협연자로선 르 사주의 첫 한국 무대였다.

에리크 르 사주 음악 활동에서 프랑크 브랄레 듀오를 제외하면 모차르트 건반 음악의 비중은 빈약하다. 공연에선 고전 사조와 포르테피아노의 상관성에 대한 아티스트의 지평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작곡가가 기울인 형식과 스타일의 실험이 어땠는지, 시대악기로 친절하게 짚어주는 미덕이 아쉬웠다. 독보 형태의 협주여서, 르 사주의 표정은 건조했고, 분위기에 따라 타악기적 느낌을 결합하는 시도도 드물었다. 모던 앙상블과 그랜드 피아노였다면 해석이 어땠을까 의문이 남았다. 르 사주는 4일 리사이틀에선 자신의 오랜 장기인 드뷔시 ‘어린이 차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슈만 교향적 연습곡 Op.13으로 특유의 분방함을 분출했다. 알파 전집으로 명성을 안긴 슈만과의 거리에 따라 르 사주의 솔리스트적 미래도 좌우될 것이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특유의 생동감은 리젤의 교향곡부터 살아났다. 독일 출신으로 파리로 이주한 고전파 작곡가의 존재를 알리는 데 충실했다. 리젤의 교향곡 10번은 독일에서 배워 프랑스에서 만개한 훌륭한 고전파 교향곡의 표본이었다. 악단의 시대 악기 주법이 곳곳에 스며들었고, 산뜻한 울림과 빠른 템포로 섬세하고 담백한 리젤상이 제시됐다.

공연의 절정은 모차르트 교향곡 35번 ‘하프너’였다. 헤레베허의 자취를 악장이 선두에서 끄집어냈다. 거트현을 단 현악기군의 단아한 소리결과 시대 악기의 복제 브라스들이 빚어내는 고풍스런 사운드는 여느 오케스트라에서 맛보지 못한 목가적 풍경을 선사했다. 참으로 탐미적인 모차르트였고 이를 위해 간소한 편성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악단의 주의·주장이 헤레베허 없이도 선연히 퍼졌다.

사진 통영국제음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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