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로모 민츠 협연, 성시연/경기필하모닉연주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8월 1일 12:00 오전

7월 9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거장의 흔들린 선율

대한민국 오케스트라의 위기다. 이런저런 석연치 않은 사유로 수도권 선두 주자들의 갈지(之)자 행보는 애호가들에게 큰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날이 갈수록 세계적인 단체의 수준과는 거리가 확연히 멀고, 반전의 기미는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기필하모닉의 행보가 놀랍다. 상임지휘자 성시연을 중심으로 한 연주 역량은 집중력을 더하고 있고, 다채로운 연주 기획은 신선하다. 특히 올해 들어 거장 핀커스 주커만을 초빙한 실내악 축제와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 등 도약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오케스트라 수준 향상뿐 아니라 이미지 제고로 이어졌다.

이번 7월 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마스터 시리즈는 슐로모 민츠를 초청하여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사했다. 필자에게 슐로모 민츠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에 있어 각별한 이름이다. 1997년 7월, KBS교향악단의 무대였다. 미동도 없이 연주를 시작하여 그 장대한 대작을 마칠 때까지 민츠는 마치 하이페츠가 다시 살아나 예술의전당에 올라선 듯 예리하고 치밀한 기교를 바탕으로 한없이 이성적이면서도 뜨거운 감격으로 넘치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너무 감동한 나머지 이튿날 KBS홀을 다시 찾았다.

이제 10년이 흘렀고 환갑을 바라보는 민츠가 등장했다. 폭발적인 도입부에서 특유의 이성적인 연주는 여전했다. 항상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과장스럽지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내면에서 타오르는 감성이 살아 있었다. 도입부를 지나 회고적이면서 절절한 멜로디로 가득 찬 주제 선율을 풍부하게 살려나가며 대가의 풍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세월을 비껴가지 못했는지 활의 민첩함이나 왼손 기교의 정교함이 다소 흔들렸다. 음정의 불안함도 전반적인 안정감을 떨어뜨렸다. 화려한 카덴차를 선택했으나 그리 강렬한 인상은 주지 못했다. 그야말로 아름답고 정서적인 2악장을 지나 화려하면서도 격렬한 3악장에서도 기술적 쇠퇴가 안타까웠으나 거장의 풍모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화려하던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앙코르 무대는 만점.

이날은 경기필하모닉의 그간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베토벤의 흔치 않은 발레 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으로 막을 올린 것도 기발한 발상. 낯선 화음으로 시작해 천변만화하는 발랄한 음악은 베토벤이라기에는 해학적이고 길지 않지만 참으로 다채로운 아이디어로 넘쳐나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다소 경직되고 무거운 연주를 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던 경기필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발현된 연주였고, 특히 목관악기의 연주가 신선했다.

편성도 크지 않고, 듣기에 경쾌하여 여름의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멘델스존 교향곡 ‘이탈리아’는 치밀한 합주력과 탄탄한 기본기가 요구되는 작품으로 오케스트라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2악장 목관 앙상블과 첫째 악장 못지않은 합주력을 과시한 춤곡풍의 마지막 악장이 좋았다. 단원 개인의 역량이 최상급이라 평하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조화를 이뤄내려는 노력과 그 결과는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다.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사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