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스 콰르텟·손열음 연주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10월 1일 12:00 오전

8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네 남자는 순항 중!

유수의 실내악 콩쿠르를 휩쓸고 하겐 현악 4중주단을 비롯한 정상의 현악 4중주단으로부터 실내악 지도를 받는 등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그들, 노부스 콰르텟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레퍼토리 개발일 것이다. 여기에는 ‘고전의 완성’과 ‘새로운 작품의 발굴’이라는 두 방향의 조화가 필요한데, 노부스 콰르텟은 지난 6월 발매한 1집(Aparté)에 베토벤과 베베른, 윤이상의 작품을 수록하며 이를 잘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8월 27일의 쇼스타코비치 리사이틀 또한 그러했다. 고전의 위상을 지닌 현악 4중주 8번으로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비교적 연주 기회가 적은 현악 4중주 6번과 피아노 5중주를 통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모색한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섬세한 부분이 많고 침울한 분위기가 지배한다는 점에서, 작품들이 정서적으로 치우친 경향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이 선택은 노부스 콰르텟의 실력을 더욱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첫 곡인 현악 4중주 6번에서 들려준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연주는 내면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다이내믹이 돋보이는 부분에서는 노련하게 조절된 폭발력으로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는 음악적 화음을 들려주었다. 제1바이올린 주도로 인해 자칫 협주곡과 같이 오인될 수 있는 2악장에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았다. 또한 숨이 멎을 정도의 긴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서를 극단적 공포나 피상적 슬픔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이에 맞닥뜨린 순간의 체념으로 고정했다. 3악장에서는 각자가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개인이 모여 군중을 이루듯, 뒤섞인 개성은 하나의 군집을 형성하며 강한 호소력을 발했다. 여기서 정서적 중심을 잡아야 할 비올라는 밝은 감성을 지녔는데, 쇼스타코비치의 비올라적 이미지를 더 반영했으면 싶다. 이는 쇼스타코비치의 최후 작품인 비올라 소나타에 그 맥락이 있다. 4악장은 다시 조화된 모습으로 물결이 일렁이듯 하나가 되어 소리를 움직였다.
현악 4중주 8번은 비교적 규모가 커서 실내교향곡으로 자주 연주되며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다. 노부스 콰르텟은 앞에서 들려준 정서적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이 곡이 지닌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즉, 응집력 있는 사운드와 감미롭기까지 한 멜로디를 통해 은밀한 공포와 처참한 비극을 눈앞에 둔 긴장감을 표현해낸 것이다. 2·3악장에서의 과감하고 강렬한 연주는 이 작품의 다이내믹한 진행을 기대하던 청중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후반부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함께 피아노 5중주를 이어갔다. 1악장에서 네 개의 현악기가 만든 섬세한 푸가는 ‘노부스 사운드’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4성부를 연주했지만, 짙게 깔린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고독감이 느껴졌다. 2악장은 음악적 소음이라고 할 정도로 1악장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강렬한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3악장은 평화를 기도하는 네 개의 현을 피아노의 은은한 울림이 성모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4악장에선 손열음의 명징한 사운드와 함께 승리의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악기들이 고상한 갈등 상태에 놓이기도 했지만, 마무리는 앙증맞고 사랑스러웠다. 전체 구조를 고려했을 때 이 특이한 마무리는 ‘모든 것은 꿈이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진정 모든 것이 꿈이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세 곡의 앙코르가 이어졌다. 쇼스타코비치 프로그램인 만큼 유명한 왈츠 2번 등을 연주했으며, 팬들을 위해 비올리스트 이승원이 손열음과 함께 피아노 연탄곡을 연주하는 깜짝 이벤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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