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보내는 모차르트의 편지

예술에서 발견한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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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9월 4일 12:00 오전

아내에게

드레스덴, 1789년 4월 16일 밤 11시 반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내여!

아직 드레스덴에 있느냐고? 맞았어, 여보. 전부 다 자세히 설명해줄게.

나와 함께 있는 후작 일행이 노이만 일가와 두셰크를 점심에 초대했어.

식사 중에 내일 저녁 5시 반부터 나한테 궁정에서 연주하라는 통지가 왔어.

여기서는 아주 특별한 일이야. 평소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거든.

이 소소한 연주를 위해 나는 폰 푸흐베르크에게 작곡해서 준 트리오(현악 3중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 E♭ 장조, K563)를 연주했지. 아주 괜찮은 연주였어. 두셰크는 ‘피가로’와 ‘돈 조반니’ 중에서 노래했지.

이튿날 나는 궁정에서 새 D장조 협주곡(피아노 협주곡 K537, 이른바 ‘대관식 협주곡’)을 쳤고, 다음 날인 15일 수요일 오전에는 매우 예쁜 상자를 받았어.

 

여보, 당신에게 바라는 것들이 있어.

첫째로 쓸쓸해 하지 말 것. 둘째로 건강에 신경을 쓰고 봄의 바깥바람을 만만하게 보지 말 것. 셋째로 혼자 걷지 말 것. 넷째로는 우리의 사랑을 확신하고 있을 것. 나는 당신의 예쁜 초상을 눈앞에 두지 않은 채로 당신에게 편지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어. 다섯째로는 제발 부탁이니 행동상으로 당신과 나의 명예를 고려할 뿐 아니라 겉모습에도 신경을 쓸 것. 이 부탁에 노하지 말 것. 내가 명예를 사랑하고 있음으로써 나를 한층 더 사랑해주겠지. 여섯째로는, 그리고 마지막으로, 편지를 좀 더 자세하게 써줬으면 해.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내가 떠난 다음 형부가 우리 집에 왔는지, 내게 약속한 것처럼 종종 오고 있는지, 랑게 내외도 온 적이 있었는지, 초상화는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하는 것들이야. 이 모두가 나로서는 당연히 매우 관심 가는 일이니까.

그럼 안녕, 가장 사랑하고 최고인 당신.

당신을 1095060437082번(이것으로 발음 연습이 되겠지) 키스하고 꼭 껴안을게, 언제까지나.

 

당신의 가장 성실한 남편이자 벗인

W.A.모차르트

(김유동 역, ‘모차르트의 편지’ 중에서)

 

모차르트 ‘돈 조반니’ 서곡

35년간의 짧은 생을 살았던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가 생의 후반부인 1789년에 작성한 편지다. 33살 청년의 나이였던 그는 사랑하는 아내 콘스탄체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시 아내의 발병으로 가계가 어려워지고 있었지만, 모차르트는 특유의 익살스러움을 잃지 않았다. 두 번째 당부에서 건강에 항상 유의하라는 말을 통해 아픈 아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그의 진심을 전했다.

1787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요제프 2세는 모차르트에게 궁정 음악가의 자리를 제안하고, 모차르트는 이를 수락한다. 이 무렵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등 명곡들의 작곡과 상연이 잇따르고 있었다. 음악가로서 모차르트의 명성은 높아졌지만, 점차 가계 사정은 어려워졌다. 1789년 모차르트는 4월 8일부터 6월 4일까지 57일간의 연주 여행을 떠났다. 프라하·드레스덴·라이프치히·포츠담·베를린 등의 도시를 여행했지만 목표한 만큼의 음악적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다만 이 여행을 통해 헝가리나 네덜란드의 귀족들에게 후원을 약속받았고, 그간 늘어만 가던 채무의 변제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편지도 드레스덴으로의 연주 여행 중 작성됐다.

모차르트는 그로부터 2년 뒤인 1791년 죽음을 맞이한다. 영화나 극작품을 통해 그를 독살한 것으로 그려지기도 한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실제 75세의 나이까지 빈 궁정 음악가로 재직했을 정도로 평탄한 삶을 살았다. 모차르트와의 관계 또한 친밀하진 않았지만, 서로 건강한 경쟁자 사이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8세기 빈 궁정에서 활약했던 두 음악가의 이야기는 오는 9월 12~1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오페라단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로 만날 수 있다.

글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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