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나는 음악·무용·연극 페스티벌 3

FESTIVAL IN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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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0월 8일 12:59 오전

SIMF
서울국제음악제

11월 1~11일 예술의전당·롯데콘서트홀 외

랄프 고토니

서울국제음악제는 2009년 이래 다양한 나라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과 연주자를 소개하며 국가 간 화합을 도모해왔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폭격이 있던 2009년 무슬림과 이스라엘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함께 연주했고,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은 2015년에는 한일연합오케스트라를 선보였다.
올해 서울국제음악제는 클래식 음악의 문턱을 낮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세계 유수 연주자들의 공연을 현지 티켓 가격 수준으로 제공하는 ‘로컬 프라이스 티켓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해당 프로젝트로 2017년 핀란드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R석 4만 8000원, S석 2만 4000원에 제공했다. 공연 제작비의 일부를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 등에서 후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 공연 관람 문화에 ‘노쇼’를 도입한 것 또한 이색적이다. 올해 전야제로 준비한 빅터·루이스 델 발레 피아노 듀오의 공연은 예악금을 미리 받아 현장에서 돌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사실상 무료 공연이다.

 

피터 라울, 일리야 그린골츠 ©TomaszTrzebiatowski , 문지영

10년, 변화의 물결을 일으킬 시간
매년 수교국을 선정해 개막공연을 펼친 서울국제음악제는 그동안 함께 해온 독일·프랑스·핀란드 등 10개국과 ‘10년의 발자취’를 기념한다. 작년 핀란드 라티 심포니가 ‘레민캐이넨 모음곡’ 등을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은 바 있고, 올해의 수교국은 일본으로 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개막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1956년 창립 이후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일본 대표 오케스트라로 자리한 재팬 필하모닉의 첫 내한 공연이기에 큰 관심을 끈다. 한일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올해 도쿄 산토리홀에서 열리는 재팬 필하모닉 정기연주회에서는 한국 작곡가 윤이상의 작품을 연주하고, 서울국제음악제에서는 일본 작곡가 도야마 유조의 ‘랩소디’를 선보인다. 오사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예 지휘자로 있는 에이지 오우에의 지휘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하며,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협연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을 수 있다.
폐막공연은 폴란드 독립 100주년 음악회로서 실제 폴란드의 독립 기념일인 11월 11일에 열린다. 식민지 지배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진 두 나라의 슬픈 역사를 추도하는 자리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신포니아 바르소비아 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이 함께하는 공연으로, 영국 로열필하모닉의 종신 지휘자 그레고리 노박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소프라노 제니퍼 윌슨과 한국 성악가 백재은·김재일 등이 협연하여 카르워비츠 ‘역류하는 물결’과 시마노프스키 ‘슬픔의 성모’ 등 폴란드 작곡가들의 곡을 한국 초연한다. 음악제의 예술감독인 작곡가 류재준의 ‘진혼교향곡’ 역시 2008년 폴란드에서의 초연 이후 10년 만에 서울에서 폴란드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
각국의 뛰어난 솔리스트들이 선보이는 공연 또한 주목할 만하다. 6년 만에 내한하는 독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가 무반주 첼로 음악의 진중함을 선보인다. 황금 디아파종·그라모폰 에디터 초이스 상 등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런던 필하모닉·베를린 필하모닉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온 그는 바흐·프로코피예프·헨체·코다이 등의 첼로 독주곡을 연주한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음악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일리야 그린골츠와 피아니스트 피터 라울은 ‘스트라빈스키 스페셜’을 함께 선보인다.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스트라빈스키의 솔로 악기를 위한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데 크게 기여한 그린골츠가 ‘불새 모음곡’ 등 초기 러시아 발레 음악과 신고전주의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연주한다. 그린골츠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비올리스트 김상진·이한나, 첼리스트 김민지·심준호 등으로 구성된 앙상블오푸스와 함께 멘델스존과 에네스쿠의 현악 8중주 또한 선보인다.
핀란드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랄프 고토니는 가곡과 뮤직드라마 무대를 직접 기획하고 감독하며, 야나체크 ‘사라져버린 남자의 일기’ 뿐 아니라 슈트라우스와 시벨리우스의 가곡들을 통해 가을과 어울리는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세계 최고(最古) 실내악 축제인 프랑스 프라드 카잘스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클라리네티스트 미셸 레티엑의 공연도 돋보인다. 5일 ‘가족을 위한 음악회’에서는 실제 미셸의 가족인 사스키아 레티엑과 카린 레티엑이 함께 무대에 오르고, 부부 피아니스트인 강충모와 이혜전이 함께 연주한다. 프라드 카잘스 페스티벌 연주 프로그램으로 꾸미는 7일 공연에는 미셸 레티엑 뿐 아니라 첼리스트 이정란과 더블 베이시스트 김진철이 함께 참여한다. 세계 초연되는 쉬친스키의 서울국제음악제 위촉곡과 거슈윈의 ‘포기와 베스 모음곡’ 등이 연주된다.

재팬 필하모닉 ©Rikimaru Hotta

 

올해는 특히 배우 안성기가 축제의 홍보대사를 맡아 대중과 소통한다. “음악제 10회를 맞은 만큼 단지 좋은 공연을 몇 번 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류재준 예술감독의 말처럼, 양질의 클래식 음악을 다수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서울국제음악제의 메시지가 변화의 작은 물결이 되길 바란다.
글 권하영 기자 사진 서울국제음악제

SPAF
서울국제공연예술제

10월 7일~11월 4일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설치극장 정미소

‘픽셀’ ©Agathe Poupeney,‘안은미의 북.한.춤’ ©Youngmoe Choe, ‘광인일기’ ©IRO, 비보이픽션 ‘코드네임 815’ ©Jaeku, ‘갈매기’ ©D.Matvejevas

다채로운 국내·외 연극·무용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올해로 18회째 열린다.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 아래, 공연예술의 전통과 미래를 조망하는 22편의 국내 및 해외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연극 분야의 해외 초청작은 ‘드리나 강의 다리’ ‘갈매기’ ‘트리스테스_슬픔의 섬’ 등 세 작품이다. 개막작으로 오르는 세르비아국립극장의 ‘드리나 강의 다리’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이보 안드리치의 소설을 바탕으로 민족적 갈등과 사회 문제로 점철된 한 도시의 400년간의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다. 리투아니아의 OKT/빌뉴스시립극단이 선보이는 ‘갈매기’는 체호프의 희곡에 실험적인 연출을 가미해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다. 벨기에 다스 프로이라인 컴퍼니의 ‘트리스테스_슬픔의 섬’은 덴마크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정치 풍자극이다. 무용 분야의 해외 초청작 두 편은 참신한 확장을 통해 무용의 경계를 허문다. 안무가 무라드 메르주키가 이끄는 프랑스 무용단인 컴퍼니 카피그는 미디어 프로젝션 기술과 육체의 에너지가 결합한 ‘픽셀’을 선보인다. 핀란드 조디악 센터의 ‘메도우, 메도우, 메도우’는 움직임과 보컬과 시각적 표현을 통해 초원을 형상화하는 작품이다.
국내 초청작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 역시 주목할 만하다. 극단 놀땅의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 초인의 ‘스프레이’,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한여름 밤의 꿈’, 극단 신세계의 ‘광인일기’, 극단 하땅세 ‘그때, 변홍례’ 등 참신한 연극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무용에서는 안은미컴퍼니의 ‘안은미의 북.한.춤’, 퓨전엠씨의 ‘코드네임815’, 고블린파티의 ‘은장도’, 오!마이 무브먼트 씨어터의 ‘공상 물리적 춤’ 등 참신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아트마켓이 공동으로 진행되어 공연예술의 창작·유통·해외 교류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2016년 중동, 2017년 중남미에 이어 2018년 서울아트마켓은 유럽연합(EU) 권역에 집중한다. 유럽 각국에서 온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유럽 공연예술시장의 현황을 알아보고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한다. 국내 우수작품 쇼케이스인 ‘팸스초이스’와 해외 우수작품 쇼케이스, 국내·외 공연예술단체의 부스전시와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spaf.or.kr)를 참고.

글 이정은 기자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

10월 1~19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서강대 메리홀 외

프로틴 무용단 ©JANE HOBSON, 피에트로 마룰로 ©Yana Lozena

 

지난 20년 동안 계몽주의적인 작품을 소개하며 한국 무용계의 발전을 이끌었던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이하 시댄스)가 올해부터는 춤의 미학적인 측면과 사회적 이슈에 중점을 두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올해 시댄스의 주제는 전 세계적 쟁점인 ‘난민(Refugee)’으로, 이를 바라보는 국내외 예술가들의 시선을 담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작으로는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가 이끄는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의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이 선정되었다. 다원예술 작품을 만들어온 마룰로의 세 번째 작품인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은 유럽의 난민과 이주 문제를 어둠 속 검은 물체를 통해 암시한다. 지난해 8월 초연 이후 10여 개국 이상에서 초청받았고, 2018 유럽댄스플랫폼 에어로웨이브즈 올해의 안무작으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많은 이슈를 낳은 기대작이다.

더 무브 ©Sung Nam-hun, 테로 사리넨 무용단 ©Mikki Kunttu,
테로 사리넨 무용단 ©Mikki Kunttu, 최은희&헤수스 이달고 ©Park Byeong-Min and Lee HoHyeong

이 외에도 미트칼 알즈가이르의 ‘추방’, 프로틴 무용단 ‘국경 이야기’, 두 명의 망명 작곡가 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의 이야기를 다룬 최은희·해수스 이달고의 ‘망명’, 알리 모이니 ‘칼날의 역설’, 윤성은과 더 무브의 ‘부유하는 이들의 시’ 등을 통해 국제 난민, 이주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상처와 치유,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히 윤성은이 선보일 ‘부유하는 이들의 시’에는 실제 국내에 체류 중인 난민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댄스 프리미엄’에서는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테로 사리넨 무용단의 신작 ‘숨’을 만나볼 수 있고, ‘댄스 모자이크’에서는 레아 티라바소·졸탄 버쿠여 등 신진·중견 안무가들의 작품을 통해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무대와 세계 무용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다. 또한, ‘댄스 플랫폼’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핫팟: 동아시아무용플랫폼’ ‘후즈 넥스트’ ‘시댄스 투모로우’ 등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될 예정이다.
올해 시댄스는 핀란드·포르투갈·벨기에·프랑스·영국·스페인·시리아·중국 등 26개국 60개의 단체가 참가하여 총 53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공연은 10월 1일부터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KOCCA 콘텐츠문화광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자세한 일정은 시댄스 홈페이지(www.sidance.org) 참고.
글 이미라 기자 사진 서울세계무용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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