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온 킹’

포효하는 사자는 동물인가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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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1월 7일 9:00 오전

PREVIEW

한국에서 처음 울려퍼지는 사자의 원어 소리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일반적인 인형극이 아니다. 동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얼굴과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반쯤 인간의 얼굴을 드러낸 동물들은 아프리카 토속 색이 짙은 음악 ‘서클 오브 라이프’가 울려 퍼지면 아기 사자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하나둘씩 무대로 모여든다. 배우의 팔로 활 모양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영양이나 수레바퀴로 회전하며 전진하는 가젤 등은 인간과 동물의 신체적 특성을 결합해 예술적으로 표현됐다. “동물이나 환상의 세계를 구현했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연출가들의 단골 발언이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순간이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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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의 이야기

뮤지컬 ‘라이온 킹’은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총 25개 프로덕션에서 약 1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으며, 전 세계 6개 프로덕션에서 15년 이상 공연된 유일한 작품이다.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 20개국,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연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했다. 2018~2019년 한국 공연은 20주년을 기념해 성사된 최초의 인터내셔널 투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아시아에서 라이선스 공연이 진행된 적은 있었으나 원어 그대로 아시아 대륙을 밝는 것은 최초다. 이번 투어는 2018년 3월 마닐라를 시작으로 싱가포르를 거쳐 한국에서는 11월 대구, 1월 서울, 4월 부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배우들은 손 등 신체 일부를 넣어 조종할 수 있는 인형인 퍼펫(puppet)을 이용하여 동물을 연기한다. 여성 최초로 토니상 연출상을 받은 줄리 테이머가 구현한 이 방식은 ‘휴매니멀’(휴먼과 애니멀의 합성어) 또는 ‘더블 이벤트’라고 불린다. 극 중에서는 무려 200여 개의 퍼펫과 마스크가 등장하는데, 동물을 털옷과 가면 등으로 똑같이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과 환상을 더해 사바나 정글을 완성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는 동물이지만 매우 인간적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 줄리 테이머는 뮤지컬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섭리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는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확장시켜 왕으로서 제자리를 찾는 사자 심바의 여정을 묵직하게 다뤘다. 심바의 소꿉친구인 날라는 심바가 자신의 자리로 찾아오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는 캐릭터로 성장시키며 비중을 늘렸다. 극의 시작을 강렬하게 알리는 목소리인 개코원숭이 주술사 라피키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설정을 바꿨는데, 재즈 음악을 활용하거나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만의 소울(soul)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Photo by Joan Marcus ©Disney

Photo by Joan Marcus ©Disney

 

정글, 그 이상의 무대와 음악

큰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참여했던 이들이 뮤지컬의 음악 작업에 그대로 참여했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뿐 아니라 아프리카 특유의 소울을 담아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레보 엠과 영화 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한스 짐머가 생동감 있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특별히 이번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스카 역의 안토니 로렌스를 제외한 배우 대부분이 남아공 출신으로, 역동적인 정글의 리듬을 표현할 뿐 아니라 야생 밀림을 연상시키는 탄력적인 몸동작을 선보일 계획이다. 유일하게 남아공 출신이 아닌 안토니 로렌스 역시 “첫 곡을 듣고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슬퍼서가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압도되어서일 것”이라고 밝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다.

극이 시작될 때 주술사 라피키가 정글의 동물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자 심바의 탄생을 알리는 ‘프라이드 록’은 펼쳤을 때 약 6m 폭이 되는 원형 계단 세트로, 순환하는 생명을 상징한다. 회전 각도와 조명에 따라 자유롭게 연출되는 이 세트를 포함하여 극 전체적으로 700여 개의 조명 장치를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리듬의 음악에 따라 빨강·주황·초록 등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색깔의 정글을 창조해냈다. 무파사의 죽음을 몰고 오는 수천 마리의 야생 누 떼들이 협곡을 질주하는 장면 역시 강렬하다. 영화적 기법을 공연에 활용했을 뿐 아니라 오직 드럼으로만 연주되는 넘버를 통해 박진감을 선사한다. “박물관에 죽어 있는 동물처럼 하지 말자. 생동감 넘치고 살아 숨 쉬는 동물들로 만들어보자”라는 포부를 밝힌 ‘사자’들의 열연이 꽤 기다려진다.

글 권하영 기자 사진 클립서비스

 

뮤지컬 ‘라이온 킹’

1월 9일~3월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4~5월 부산 드림씨어터

연출 줄리 테이머

음악 엘튼 존·팀 라이스·레보 엠·한스 짐머

출연 심바(캘빈 그랜들링)/날라(조슬린 시옌티)/ 무파사(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일레)/스카(안토니 로렌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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