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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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2월 4일 9:00 오전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1871)는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하여 탄생한 작품으로, 전쟁 속 흔들리듯 피어나는 사랑과 역경을 그렸다. 이집트는 인접국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수많은 에티오피아인을 포로로 잡아 온다. 에티오피아 공주인 아이다 역시 포로로 잡혀와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의 노예가 된다. 아이다가 에티오피아의 공주인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집트에 항거해 에티오피아가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자 이집트의 청년 장군 라다메스는 대장으로 선발되기를 기도한다. 이 전투에서 승리하면 국왕의 신임을 얻어 사랑하는 아이다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다메스는 암네리스 공주가 자신을 아주 특별히 여기는 것을 알지만, 그의 마음은 온통 노예 아이다에게 가 있다. 라다메스는 토벌군 대장으로 선발되나 적군의 수장은 아모나스로 왕, 바로 아이다의 아버지다. 만일 아이다가 라다메스의 승리를 기원한다면 아버지의 죽음을 기원하는 셈이고, 아버지의 승리를 기원한다면 사랑하는 라다메스의 죽음을 기원하는 셈이다. 라다메스의 군대가 출정하자 군중들은 ‘이기고 돌아오라’를 노래한다. 화려하고 관능적인 이집트 댄스로 제1막의 막이 내린다.

이 곡은 군중들의 합창 ‘이기고 돌아오라’를 받아서 아이다가 부르는 노래다. 아리아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베르디는 악보에서 이를 아리아도 아니고 로만차(Romanza, 형식에 구애되지 않은 서정적인 소곡)도 아닌, ‘장면(Scena)’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목을 유연한 노래라기보다는 인간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는 독백과도 같은 장면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아이다가 부르는 ‘이기고 돌아오라’가 유명한 이유는 아름다워서도 아니고 고음이 멋져서도 아니다. 아버지와 연인 사이, 조국과 사랑 사이, 한 국가의 공주와 한 남자의 애인 사이에서 번민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여인의 심정을 처절하게 표현해서다. 1막 1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아리아를 부른 후 아이다는 화려한 극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게 된다.

글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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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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